대학생 물음에 동참, SNS 통해 친구, 동생에게 안부 전달

고려대학교에서 한 대학생이 철도노조 파업과 밀양 송전탑 저항 등을 지지하는 내용으로 대학생들에게 안부를 물은 이른바 ‘안녕들하십니까’에 고등학생들도 동참하고 있다.
 
‘안녕들하십니까’의 종합 공간인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난 13일 경기 성남의 한 고등학생이 전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올라왔다. 직접 부착한 벽보 사진도 함께 였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 정○○(경기 ㅎ고)이라고 실명으로 밝힌 글쓴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 단 '여섯 글자의 질문'을, 후배가 감히 선배들의 뒤를 이어 하려고 한다”면서 안부를 물었다.
 
“당연한 것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졌다” 

정 군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서울시교육청의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선언 청소년들에 대한 사찰을 언급하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의 권리조차 무관심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이 요구하지 않으니 정작 학생들을 위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다”며 “언젠가부터 매년 성적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아도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군은 “입시도 취업도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두고만 보다가는 내가 대학생이 되어도 사회인이 되어도 당연한 것을 그야말로 당연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워졌다. 그래서 저는 안녕하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미래의 유권자로서, (전국의 고등학생)여러분들은 정녕 안녕하십니까”라고 털어놨다.
 
같은 날 올라온 충북의 한 고등학생도 “고등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안부를 물었다. 글을 쓴 충북 청주의 ㅊ고 김○○ 학생은 “올해 수능을 본 고등학생이다. 어제까지 안녕했다”고 시작했다.
 
김 양은 “대학입시라는 벽을 마주하며 다른 일을 모두 제쳐 두고 저 혼자서 안녕했다. 어른들게 간간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스스로를 위안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양은 “밀양 송전탑 사건이 당시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걱정을 하면서도, 교학사에서 국사 교과서 왜곡을 했다고 했을 때도 국사가 필수과목이 아니었던, 박근혜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 우리 머리가 자란 양 떠들어 대면서도, 저희는 안녕했다. 수험생이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창피하다. 수능이 끝난 지 30여 일이 넘게 지나면서까지 안녕했기 때문에, 일개 고등학생이 무엇을 아냐며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양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의 글을 보면 깨달았다. 어느 글에서처럼 ‘하 수상한 시절’에 제가 좋은 대학을 가 많은 스펙을 쌓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라며 “고등학생 친구들과 동생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지난 14일에는 부산의 한 고등학생이 김 양 글의 댓글 형식을 글을 올렸다. 부산의 ㄱ고 이○○  학생은 “저는 지금 안녕하지 못합니다. 아니, 안녕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그 이유로 이 군은 “입시란 기형적인 시스템 아래 한창 세상과 사회에 대해 사색함이 마땅한 우리의 이 시절을 수학과 영어란 방패아래 숨어 나약하게 안녕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녕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대학 선배님들의 대자보 읽고 가슴 뛰었다”
 
‘안녕들하십니까’를 페이스북이 아닌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자신의 의견을 나눈 고등학생들도 있다. 대구의 한 학생은 ‘차라리 멍청하게 살아가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촛불집회에 나가고 시국선언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입안의 달콤함에 속아 온 몸의 고통을 감수하려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 “오늘에야 알았다. 안녕하지 못하다. 대학 선배님들의 대자보를 읽고 가슴이 뛰었다. 이런 것이 멍청한 것이라면 멍청하게 살아가겠다. 친구들아 너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니?”라고 궁금해 했다.
 
전북 전주의 ㅈ고 학생도 “여러분들의 책상 위는 지금 안녕하십니까? 철도민영화 얼마에 사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학생은 글에서 “대통령님께서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를 최악의 정치로 꼽으셨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최악의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민영화에 대해서는 “국민의 소망도, 희망도 아니 꿀발린 입으로 말하는 장삿거리에 불과하다”고 했다.
 
지난 10일 고려대 한 학생이 대자보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자며 물은 ‘안녕들하십니까’는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은 15일 오후 현재 개설 3일 만에 17만명을 넘어섰다.
 
‘안녕들하십니까’가 지난 14일 진행한 고려대에서 서울역까지의 거리 행진에도 적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참가해 철도노조 파업 집회 등에 함께 하기도 했다.

최대현기자/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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