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우편지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오전 11시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통합예산을 편성해 정규직 전환, 임금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지부와의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에는 24개 우편집중국이 있다. 여기서 근무하는 우정실무원은 약 4천 500여명 정도다. 동서울우편집중국의 경우 직접고용 된 608명 중 우정실무원은 407명으로 66.9%에 달한다. 이들은 저임금, 장시간 야간노동 등으로 근골격계질환과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양현순 조합원(동서울 우편집중국 우정실무원)은 “한 달에 110만원을 받는데 한의원에서만 5개월 동안 300만원을 썼다”고 하면서 “매일 선 채로 2~3킬로그램짜리 박스를 수 없이 들어 올리고 팔레트(소포 담은 통)를 밀고 끌고 하는 막일을 하니 안 아픈 데가 없다”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우편지부(지부장 김은철)는 지난 7월 노동자운동연구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 의뢰해 동서울집중국 소속 비정규직(무기계약직·기간제)인 우정실무원 92명을 대상으로  ‘전국우편지부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를 조사, 연구했다.

이날 발표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우정실무원은 일근(오전 9시~오후 6시)·중근(오후 1시~자정 ) 등 5개조로 나뉘어 평균 8~10시간씩 일한다. 응답자 중 38.8%가 중근, 29.4%가 야근(오후 9시~오전 6시)조로 일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이 야간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고강도, 야간노동으로 근골격제질환 수면장애 심각 

이들은 대개 선 채로 우편물을 손으로 구분하거나 옮기는 일을 하고 있어 근골격계질환이 심각했다. 전체 응답자 85명 중 목·허리 등 신체부위 6곳 중 1곳 이상에서 한 달에 1회 이상 또는 1주일 이상 통증을 느낀다고 호소한 응답자가 69명(81.2%)이나 됐다. 10명 중 8명이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장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39명(45.9%)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응답자 중 50대의 퇴행성관절염(12.2%)과 갑상선기능장애(14.6%)는 일반인구집단의 5.7%과 4.4%(보건복지부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보다 높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13명(14.1%)에게서 발견됐다. 난방이 안 되고 미세먼지가 많은 집중국 환경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야간노동에 따른 수면장애도 확인됐다. 수면의 질(PSQI·The Pittsburgh Sleep Quality Index) 점수 0~21점 중 응답자들의 평균값은 7.2였다. 5~21점은 수면의 질이 나빠 상담이 필요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야간근무자의 평균수면시간은 5.1시간으로 주간근무자(5.8시간)보다 짧았다.

평균 근속기간 7년 그러나 임금은 최저수준

그럼에도 이들의 월평균 임금(기본급)은 115만원에 불과하다. 평균 근속기간이 7년임에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연평균 임금은 1천574만원으로 일반 비정규직 연평균 임금 1천686만원(2013년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보다 112만원이 적은 반면 연평균 노동시간은 2천539시간으로 일반 비정규직(2천127시간)보다 412시간 길었다.

연평균 임금을 노동시간으로 나눠 보면 우정실무원은 일반 비정규직의 78% 수준의 임금을 받는 셈이다. 연구를 진행한 최정아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전체 임금의 10.2%가 시간외·연장근로수당”이라며 “기본급이 적은 탓에 시간외·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어 노동강도가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업무 중 발생한 사고나 질병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1년간 일하다 다치거나 병이 났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5명 중 2명(39.5%)이었다. 이 중 병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평균 2.4회였다. 그러나 62.1%가 자비로 치료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개선사항으로 △임금인상을 통한 시간외·야간노동 최소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침 준수를 통한 차별개선 △인력충원을 통한 노동강도 완화 △작업환경 개선을 통한 사고·직업병 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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