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자 있다는 제보 받았다.. 문 열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

▲ 철도노조가 파업을 벌인지 20일째 되는 29일 새벽 춘천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가평 모처를 기습한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박근혜정부와 철도공사가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해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을 복귀시키고 파업을 파괴하기 위해 온갖 불법행위들을 일삼고 있다.

철도 파업 20일 차인 12월 28일 밤 춘천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모여 있는 가평 모처를 기습했다. 이들은 건물 현관에 들어가 “수배자가 여기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다”면서 건물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조합원이 “수배자가 여기 있다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막무가내로 “문을 열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면서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 29일 새벽 민주노총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과 통합진보당 이상규의원과 오병윤의원이 현장에 도착해 춘천서 수사과장에게 "불심검문 근거를 제시하라"고 말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수사과장 등 경찰 일행과 변호사라고 밝힌 사측 사람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과 함께 현관에 들어갔다가 조합원들의 항의가 거세자 현관 바깥 쪽에 대기했다. 당시 건물 앞에 경찰버스 4대가 대기했다.

이 소식을 듣고 민주노총 사무총국과 법률원 소속 변호사들이 이튿날인 29일 새벽 2시 경 현장에 도착했다. 변호사들이 경찰을 향해 여기 진을 치고 있는 이유가 뭐냐 따져 묻자 현장 책임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수사과장은 “철도노조 파업 관련 수배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왔다”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 측이 “수배자가 있다는 근거를 대라”고 다그치자 말을 바꿔 “수배자가 이 근처를 지날 우려가 있으니 그냥 불심검문을 하려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변호사는 다시 “수배자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 확실한 근거를 대라. 그러지 않으면 조합원들을 아무 이유 없이 협박하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철수하라”고 요구했으나 수사과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뒤이어 통합진보당 이상규의원과 오병윤의원이 도착해서 “근거 없이 수배자를 핑계로 경찰 버스를 대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지 말라”고 말하고 “여기에는 수배자가 없다”면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수사과장은 강원경찰청장과 협의한 후 “의원들이 수배자가 없다고 하니 이만 철수하겠다”며 새벽 4시 35분 경 철수했다.

이상규 의원은 “이런 경우 정보과와 경비과가 움직이는 데 수사과가 움직인 것을 보면 실제 임의동행 형식으로 여기 있는 조합원들을 모두 연행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하고 다음날 강원경찰청장을 면담해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건물 앞에 배치된 경찰버스는 운전자와 몇몇 경찰 외에는 아무도 타지 않은 빈 버스 즉, 호송용으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경찰이 조합원들을 연행한 후 석방을 조건으로 복귀각서를 쓰게 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27일 자정을 시한으로 최후통첩 복귀명령을 한 후 코레일 측은 언론을 통해 복귀율을 거의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다. 복귀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서 과도한 시도를 하다 벌어진 헤프닝으로 당시 가평으로 달려가 현장 상황을 파악한 민주노총 사무총국 성원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발전노조 파업 때도 파업대오를 복귀시키기 위해 파업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장소를 경찰이 기습하는 유사한 상황들이 있었다.
▲ 경찰버스 4대와 군데군데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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