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지도부 무기한 농성이 12월 30일 마무리됐다. 언론노조는 지난 11월 25일부터 공정방송 쟁취와 해직언론인 복직, 언론공공성 회복을 위해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한달 넘게 농성 투쟁을 진행해 왔다. 언론노조 지도부는 30일 11시 프레스센터 앞에서 해단식을 갖고 새해 투쟁 의지를 다졌다.

   

언론노조 위원장의 신년사와 지본부장들의 신년 다짐을 전한다.

2014년을 맞으며 조합원께 드리는 글

걱정 속에 적어도 희망은 잃지 말자고 다짐하며 시작했던 2013년 계사년이 아쉬움과 풀리지 않는 분노 속에 저물고 갑오년 2014년이 밝아 옵니다. 예년 같으면 새해 희망을 서로 얘기하며 그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하는 것이 상례입니다만 올해 2014년의 시작은 희망을 얘기하기 보다는 ‘안녕’하기 어려운 사회 속에서 “안녕하십니까?”라고 서로 안부를 묻고 혹시 안녕하지 못한 상황에 지쳐 ‘안녕’하길 포기하고 무감각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과 답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2013년은 경제민주화, 복지, 사회갈등해소 등 대선에서 국민과 약속한 모든 공약을 파기한 정권의 반민주 정책 기조 속에 자본과 정치권력의 폭력이 극에 달한 한 해였습니다. 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는 반려되고 전교조는 ‘노조아님’를 통보 받고 노동자들의 성지인 민주노총은 영혼 없이 정권에 충성하는 공권력에 의해 침탈당했습니다. 우리는 노동탄압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본을 파괴하면서 그들만의 ‘법과 원칙’으로 민중을 통치 지배하려는 신봉건사회로 회귀를 꿈꾸는 자들에 의해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을 경험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제대로 알려내지 못했고 언론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권력의 폭력은 이 시대를 ‘비상식의 시대’로 만들어 노동자와 민중이 ‘상식’을 외치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원인은 장악된 언론환경으로 동지들이 제대로 공정보도를 할 수 없고 자본과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충성하는 치졸한 자들에 의해 편성, 보도시스템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언론지형으로 보지 않고 2014년 우리 언어로만 풀어보면 한 없이 부끄러운 우리 모습입니다.
 
취재현장에서 우리를 더 이상 환영하지 않고 야유를 보내는 시민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힘들더라도 제 역할을 하고 난관이 있으면 투쟁으로 돌파해 권력과 함께 있지 말고 언론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인 국민과 민중과 시민의 편에서 함께 있어 달라는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새롭게 각오와 결의를 다지는 일이 어찌 보면 식상합니다. 지난 수첩을 보면 지금 생각하고 있는 새해 결심, 소망 모두 한 번 쯤 기록되어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새해 결심이나 소망하는 일이 어렵고 그 만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새해는 우리가 이미 결의하고 노력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며 2014년 초에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가를 확인해 보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는 이미 이렇게 결의하고 투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장악에 끝까지 저항하고 정권의 주구로 전락한 언론인은 반드시 응징하겠습니다. 한 줄의 보도를 위해, 한 컷의 화면을 위해 싸우고 저항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체념과 좌절로 포기하는 순간, 이 땅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습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공정보도 투쟁과 자유언론실천에 불을 붙여 주십시오.
 
 불의한 정권은 반드시 심판하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부정한 공권력, 미디어, 돈의 힘으로 탄압하는 정권의 독주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 수호의 사회적 책임자로서 부끄러운 언론인으로 남을 것입니다.
 
2014년 지자체 선거에는 민의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사람의 언론인으로서 한사람의 노동자로서 최선을 다 해주십시오.
 
 여기에 갑오년 새로운 결의 한 가지 더해 마무리 하겠습니다. 반드시 앞서 결의한 것을 민주노총과 시민과 함께하는 실천적 행동으로 가시적 성과를 이뤄내도록 하겠습니다. 언론독립과 진보언론운동은 우리가 앞장서고 시민이 응원하고 노동 동지들이 단단히 받쳐줄 때 가치있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멋있는 조합원 동지여러분!
 
갑오년 한 해가 언론장악이 고착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유언론실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전체 언론지형에 의미있는 변화를 일궈낼 해가 될지는 오롯이 우리의 뜻과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1894년 근대 최초 민중진보운동 갑오농민항쟁이 일어난 지 120년, 60갑자 두 번 돌아 만난 2014년, 꼭 잡히지는 않지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갑오년에 당당한 시대의 주인공인 동지들과 민주주의 회복과 자유언론쟁취를 위해 즐겁고 멋있게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2013년 12월 3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강성남 

 

   

 이경호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 일제 36년도 버텼는데 앞으로 4년 힘있게 버틴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독재 1.9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언론노조가 끝까지 버텨서 2.0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놓는 순간 국민들이 희망을 놓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하셨고요. 남은 4년 줄기차게 버티토록 하겠습니다.

남상석 SBS 본부장 = 언론노조 전체와 노동계 전체가 마음이 많이 위축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언론노조 깃발 아래 한 목소리를 내고 뭉쳐야만 우리들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한해였습니다.

이창구 서울신문 지부장 = 요즘 네이버 밴드로 초중고 동창모임을 해요. 페이스북에 집회 사진을 올리면 친구들이 기자가 되었다면서 너 왜 데모를 하냐며 철도파업을 물어봐요. 140명의 네이버 밴드 친구들 상당수가 철도 파업이 정당하다고 생각해요. 기자 친구가 데모를 하니까. 운동은 큰 게 아니라 조금씩 주변 친구들과 함께할 수만 있어도 그게 어딘가 생각합니다. 투쟁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주변부터 조금씩 해 나가면 내 삶의 자세도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영직 MBC미술센터 수석부지부장  = 우리가 뽑은 대통령에 의해서 사회가 일년만에 회한을 남기고 있고 국가가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론노조의 투쟁을 가슴 깊숙이 응원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더욱 힘쓰길 바랍니다.

고일환 연합뉴스지부장 =한 해가 어떻게 지났는 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났다. 연합뉴스 지부는 임단협도 체결하고 공정성을 강화하는 단협도 체결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여기에 너무 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파업 이후 징계자들이 있는데 징계 무효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임금이나 공정성강화 신설등에 취해서 그분들의 아픔을 잊은 게 아닌가 반성을 한다. 내년에도 잊지 않고 파업 하면서 징계 당한 선후배 동지들이 내년에는 반드시 다 복직 될 수 있도록 힘 있게 투쟁하겠다.

강훈상 연합뉴스지부 사무국장 =기대만큼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우리는 말을 하는 직업이잖아요. 내년에는 우리의 말들이 힘차게 뛰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송희 EBS지부장 =개인적으로 열심히 하지 못해 반성이 된다. 내년에는 더 크게 하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홍정배 EBS 사무처장 =아쉬움이 많은 한 해였습니다. 그런 만큼 내년에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은 것 아닌가 합니다. 희망찬 2014년을 기대합니다.

권재현 경향신문지부장 =한 해 무사히 잘 보냈다고 생각햇는데 언론사가 털리는 당황스러운 일들이 연말에 발생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데, 내년은 올해보다 더 힘든 날이 예상되어 마음 무거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살림살이를 잘 챙겨놔야 연대 투쟁에도 힘차게 결합할 수 있을 것 같다. 꿈꾸는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조준희 코바코지부장 =올 한해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다 같이 어깨 걸어야 꽃이 잘 피어날거라고 생각합니다. 올 한해 집행부와 사무처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많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새해에는 더 어려워질거라는 예측이 많은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코바코가 언론의 공공성을 위해서 열심히 기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더욱 더 열심히 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이성주 MBC본부장 =철도파업을 보면서 누구보다도 안타까운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엄청난 보복들이 있었습니다. 긴 투쟁 끝에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희망이 없는 것 같은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고 큰 싸움을 위해 작은 것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엠비씨의 목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재철은 나갔고, 동료들은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해고자들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지혜롭게 찾아오고 있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조각내서 뭉치지 않게 하는 것이 저들의 의도이고 작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어깨 걸고 함께 갈 수 있도록 해 주시길 바랍니다.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투쟁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김한광 MBC 수석부본부장 =170여일간의 파업 끝에 시작한 집행부였다. 일단 눈 앞에 닥친 일 부터 해결하자며 달려온 게 벌써 일년이 되었다. 철도노조 파업을 보면서 MBC의 미래가 이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철도파업이 이렇게 마무리 되는 것은 분명 연대의 힘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아쉬운 것은 언론이 전달해야 할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일부러 혹은 몰라서 못했던 것이 많다. 내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지 머리싸매고 고민하겠다. 더 열심히 싸우고, 반드시 성과를 내는 본부가 되겠다. 방심하지 않고 스스로 무장하면서 열심히 하겠다. 많이 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 =제가 요즘 속세와 담을 쌓고 지내는데 뉴스 볼 때 마다 죄송했습니다. 농성 할 때 와서 격려라도 했어야 했는데 못했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자리에 와서 인사라도 드려 미안함은 조금 덜게 됩니다. 안에 있는 분들보다 밖에 있는 저희들이 더 미안하고 죄송스럽습니다. 저희들이야 이렇게 있지만 안에서는 싸우고 있잖아요. 저희들은 밖에서 편하게 잇는 게 아닌가 죄송스러운 마음이고요. 여기 계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같이 있도록 하겠습니다.

권오훈 KBS본부장 =제 임기는 28일 총파업집회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앞으로 일년을 이렇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으로 왔습니다. 힘든 시기에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말하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2년을 게임하듯 즐길 것이라고. 쉽게 끝날 싸움도 아니고, 게임하는 느낌으로 2년을 보낼 생각입니다. 우리 싸움이라는 게 우리가 스스로 졌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절대 지지 않는 싸움인 것 같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뒷풀이를 하면서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읽어드리겠다. 오늘 함께 한 조합원 여러분 드디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신발끈 단단히 묶읍시다. 끝까지 함께 갑시다.

함철 KBS부본부장 =마음이 무겁습니다. 언론노조가 흔들림 없이 지난 한 해 동안 싸운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보내는 시선들은 더없이 따갑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언론노조가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노동조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집니다. 내년에도 더 열심히 투쟁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유리/ 언론노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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