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014년 비정규직 행복한 삶 위해 조직하고 투쟁하자!”

▲ 31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앞에서 '안녕하지 못한 이유 다 모여라! 희망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과 임원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철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계기로 서로 지지하고 연대하며 응원했던 노동자와 시민들이 2013년의 마지막 날 민주노총 앞에서 촛불을 밝혀들고 2014년 투쟁을 다짐했다.

‘안녕하지 못한 이유 다 모여라!’ 희망 촛불문화제가 31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 앞에서 펼쳐졌다.

이날 행사는 철도노동자의 파업투쟁과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 등 박근혜 정부에 맞선 각계각층의 저항을 모아 2013년 한 해를 보내고 2014년의 새로운 투쟁을 결의하는 촛불문화제로 진행됐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시민과 학생과 한 자리에 모여 다채로운 공연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새해 더 큰 투쟁을 결의했다.

풍물패 살판의 대북공연에 이어 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는 “5년 전 오늘은 우리가 해고된 날”이라면서 “내년에는 꼭 거리가 아닌 오페라하우스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오페라합창단 노동자들은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국내 창작 뮤지컬 ‘영웅’에 나오는 ‘그날을 기약하며’, 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불러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신승철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임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양성윤 수석부위원장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은 보신각 타종을 하는 날인데 오늘은 타종이 아니라 타박을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2013년 한 해를 보내며 연말 소회를 밝히고 있다. ⓒ 변백선 기자
▲ 31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앞에서 '안녕하지 못한 이유 다 모여라! 희망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문화제 참가자들이 '힘내라 민주주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을 밝히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신승철 위원장은 2013년 한 해를 보내며 미안한 사람들,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연말 소회를 밝혔다.

“연설하지 말고 발언을 하라고 했는데 직업병이라 그런지 마이크를 잡으면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인상이 써진다. 부드럽게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앞서 공연을 한 사람들은 앵콜 소리도 듣고 그러는데 이런 발언을 그저 빨리 끝내라고만 한다. 한 해를 잘 보내셨나? 저 개인적으로는 정신없이 보낸 5개월 반이었다. 7월 18일 위원장에 당선돼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오늘은 투쟁일정을 말하지 않고 이 시간 제가 미안한 이들, 기억나는 이들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먼저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래도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고, 가끔은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이 있다. 날도 추운데 이 자리를 지켜주는 이들도 고맙다. 그들이야말로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티 나지 않아도 표가 안나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이들이 이 사회를 변화시킨다고 저는 믿는다. 한 해를 보내며 그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또 기억나는 동지들이 있다. 사람이 살면서 어떤 일을 온 마음을 다해 해결하고 나면 그 뒤에 허탈함이 밀려와서 말을 못할 정도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20일을 넘어가면서 여러분과 연대하는 온 국민, 민주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철도노조의 투쟁에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연대했다. 힘들게 싸웠고 결과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이미 승리했음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사태가 정리되면 마음이 허하고 조금 더 기대를 가졌던 사람들은 아쉬움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철도노동자들이 자랑스럽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철도노동자들이 자랑스러운가? 조금 부족한 것은 이제 우리가 해야 한다. 기억에 남는 이들은 연말에 힘 있게 투쟁을 마무리한 철도노동자들이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기억하며 철도와 의료 교육, 전기를 민영화하려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모든 힘을 다해 싸워야 한다. 민주노총 80만의 힘이 아직은 다 모아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 함께 해 준 분들과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국민과 함께 민주노총은 투쟁할 것이다. 또 기억할 것이 있다. 이 땅 노동자의 50%가 비정규직이다. 제가 정규직 대공장 위원장 출신이지만 온 가슴으로 그들을 기억하며 소외되고 아프고 자기 처지를 바꾸기 위해 투쟁하지 못하는 이 땅 모든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그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게 비정규직 투쟁을 지원하고 엄호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들을 조직할 힘이 아직 부족하지만 새해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박근혜가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행복을 만들기 위해 투쟁과 조직을 함께 할 수 있겠는가? 노동자의 절규와 울부짖음을 기억하자.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고 한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얼마나 간절한지가 우리의 희망을 만들 것이다. 제가 위원장이 돼서 만난 이들이 저는 반갑고 사랑스러웠다. 오늘 아침에 들을 때는 이 자리에 80명이 온다고 해서 실망을 했다. 이 자리에서 80만 조합원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의견은 다르나 한 곳을 향해 투쟁하는 노동자를 사랑한다. 눈에 보여서 좋은 것은 좋아하는 것이고, 눈을 감아도 안 보여도 좋은 것은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땅의 아프고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들을 사랑하는 민주노총이 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2014년이 되면 좋겠다.”

▲ 노동자와 민주노총을 지지하는 시민, 학생 등이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공연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문화제가 진행됐다. ⓒ 변백선 기자
▲ 31일 오후 서울 민주노총 앞에서 '안녕하지 못한 이유 다 모여라! 희망 촛불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문화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주봉희 부위원장도 “2013년 비정규직 노동자 3분이 돌아가셨는데 이제 더 이상 배고파 죽는 비정규 노동자가 없어야겠다”고 말하고 “노동자는 세상이다 비정규직 철폐하자”고 구호를 외쳤다.

이대 투혼, 동국대 다율 몸짓패 연합의 율동공연, 가극단 미래의 변사공연, ‘우측차로 버스전용’의 기타와 노래, 설창산·임한결 씨의 노래와 기타, 밴드 블랙스완 등 안녕하지 못한 이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민주노총 앞에 모인 노동자와 시민, 학생들은 몇 시간 남지 않은 2013년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며 노동자들의 새해 투쟁을 응원하고 민주노총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과 투쟁에 최선을 다해 나설 것을 다짐했다.

촛불문화제를 마친 후 노동자와 시민들은 광화문 일대로 나가 2014년 새해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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