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퇴진·특검실시” 현수막 걸고 분신...4일 서울역 장례식, 장지 망월동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이남종 열사 빈소를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이 고 이남종 열사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신승철 위원장과 유기수 사무총장 등 민주노총 임원들은 2일 오후 5시30분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이남종 열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민주투사 故 이남종열사 추모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이남종 열사는 지난 30일 오후 5시40분 경 서울역 고가차도 위에서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라고 적은 현수막을 걸고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 뒤 라이터로 불을 질러 분신을 시도했다. 3도 화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을 거쳐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7시 55분 경 결국 사망했다.

고 이남종열사를 추모촛불집회가 어제에 이어 2일 오후 6시30분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두 번째로 열렸다.

집회에 앞서 사회자는 “오늘 남대문경찰서에서 고인의 유품을 가져왔다”고 전하고 “고인의 차 안에 다 쓰지 못한 일기장과 유서, 플랜카드 등이 있었는데 모든 물품에 체인이 감겨 있었다”면서

김종일 서울평통사 대표는 “또 이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사를 모시고 촛불집회를 한다”고 말하고 “착잡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오른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비정상이 뭐고 정상이 뭐냐?”고 되물었다.

이어 “국정원을 비롯한 온갖 국가기관들의 국기문란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는데 책임을 면피하고 국민과 촛불시민에게 엄포를 놓는 이것이 정상이냐?”고 묻고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통해 지난 91년 열사정국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경찰병력 6천명을 동원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폭력적으로 침탈했다”고 규탄하고 “두려움은 자신이 다 가져가겠다는 이남종열사의 유서를 생각하며 일어서야 한다”면서 “사소한 정견의 차이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고장난 기관차처럼 질주하는 박근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사정신 계승하여 민주주의 지켜내자!”
“부정선거 책임지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열사정신 계승하여 민주주의 지켜내자!”

▲ 2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민주투사 故 이남종열사 추모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우리가 분노를 다 모으기 전에 각자가 가진 두려움을 다 떨쳐내라며 열사가 앞서갔다”고 말하고 “민주노총이 지난 12월 공약을 파기하고 철도 민영화를 획책하는 것을 막으려 투쟁했으나 그 과정에서 12월 22일 민주노총은 박근혜정권에 의해 치욕적으로 침탈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총파업을 결의했으나 이남종열사에게는 너무 더딘 행보로 느껴졌나 보다”라면서 “투쟁을 조직하고 실천해서 그 투쟁이 불길로 횃불이 돼서 잘못돈 정권, 불통정권에 맞서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중해방 세상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애쓰는 네티즌들의 SNS연대 ‘바보가 꿈꾸는 세상’ 성원, 안단테, 한경석 씨 등도 시민 자유발언을 통해 이남종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고, 국민 각자의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노동자와 민중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민주진보진영은 “특검실시 박근혜사퇴”를 외치며 분신해 사망한 이남종열사 장례를 유족과 협의해 ‘민주투사 고 이남종열사 시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1월 3일 12시까지 장례위원을 조직하고, 4일 오전 9시 서울역에서 장례식을 마련한다. 장지는 광주 망월동 묘역이다.

민주투사 고 이남종 열사 유서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입니까.
공권력의 대선 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문제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이상득, 최시중 처럼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던
그 양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아니길 바랍니다.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두려움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일어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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