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노조 故 박현정 위원장 장례식 담은 사진

발전노조 출신 사진작가 박주석 씨(57)가 <공장 가는 길> 사진집을 자비로 500권 펴냈다. 사진집에는 2011년 2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 박현정 효성노조위원장 장례식을 담았다.

고 박현정 위원장은 2001년 효성투쟁 때 효성노조 위원장이었다. 2001년 박현정 위원장이 갑자기 구속되자 조합원들은 파업에 들어갔다. 박 위원장 구속과 효성파업은 화섬업계 구주조정에 맞선 태광산업과 고려합섬의 연대투쟁을 이끌어냈다.

효성 파업 뒤 박 위원장과 37명이 해고됐다. 회사는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로 해고자를 옥죄었다.

2007년까지 복직투쟁하던 해고자들은 하나 둘 생계를 위해 떠났다. 박 위원장은 끝까지 남아 효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지키다 민주노조재건과 복직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11년 숨졌다.

박 위원장은 해고자생활 10년 동안 지역 연대투쟁에 늘 함께 했다. 그가 2011년 설을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민주노총울산본부를 비롯한 지역 사람들은 울산노동자장으로 장례를 치뤘다. 지역에서는 ‘박현정동지 추모사업회’를 만들어 가족 생계비를 매달 100만원씩 지원한다. 박 위원장은 해고자생활 10년 동안 한번도 생계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2001년 파업을 이유로 회사는 노조활동가를 대량 징계, 효성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재가입했다. 위원장 선거는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었다.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고 민주노조를 위해 싸웠지만 돌아온 건 해고였다. 2011년 5월 효성 언양공장에 민주노총 화섬연맹 효성지회가 복수노조로 설립됐으나 조합원 수는 많지 않다.

사진집에는 박현정 위원장 장례 당일 발전노조 해고자 박주석 씨가 기록한 사람들 표정과 효성공장 앞 장례행렬 등이 담겼다.

박주석 씨는 “해고자의 애환을 남기고 싶어 사진집을 펴냈다”고 했다. 평소 박 위원장과 가깝게 지냈던 박씨는 “박현정은 끊임없이 현장으로 돌아가고자 했다”고 기억했다.

박주석 씨는 1977년 울산화력에 입사했다. 한국노총 소속이던 전력노조를 민주노조로 만들려다 1994년 해고됐다. 박씨도 17년 동안 다닌 회사에서 해고된 뒤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박씨는 2년 동안 지명수배자로 쫓기다녔지만 2001년 노조가 민주노총 소속 발전노조로 거듭날 때까지 생계비는 없었다. 2001년부터 노조에서 생계비가 나왔지만 다시 10년 뒤 복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사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사진집에서 “해고살이 10년을 넘기면 공장 가는 길보다 저승 가는 길이 더 가깝다. 오늘 아침 또 누군가 공장을 향해 발길을 내딛을 것”이라 했다. 그는 “공장 가는 길 위엔 삶의 흔적과 죽음의 기억이 있다”며 “해고노동자란 이름과 삶의 기억을 지울 수 없어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공장 가는 길>은 박현정 위원장을 기억하는 사진집이자 자기 고백이다.

박주석 작가는 사진집을 펴내기 전 선구매를 통해 비용 일부를 감당했다. 50만원을 후원하는 등 책 나오면 달라며 미리 돈을 낸 사람이 42명이나 있다. 사진집 구입 문의는 010-2044-2364로 하면 된다.

<기사제휴> 용석록기자/ 울산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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