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군(인권중심 사람 소장)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는 어리석은 짓을 정치검찰이 하고야 말았다. 지난 2월 3일 검찰은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에게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다른 구속자들에게도 10년에서 15년형의 중형을 구형했다.

지난해 8월 28일 당시는 정부와 여당이 어렵게 국정원 관권선거 개입 문제를 다루는 국회 국정조사를 물 타기하여 위기를 넘기는 듯했으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판에서 원장의 지시에 의해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관권부정선서를 했음이 드러났던 때였다. 공들여서 만들어 국정원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었던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조작되었음이 드러나서 구속되었던 피고가 무죄로 풀려났다. 정부나 국정원의 입장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카드로 기획되었던 것이 이른바 ‘내란음모사건’이다.
 
지금은 누더기가 되어버린 <한국일보>가 이석기 의원의 강연과 참석자들의 토론 내용을 특종 보도하자 언론들은 <한국일보>에 뒤질세라 미확인 보도를 양산해내면서 매카시즘을 불러내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리고 9월 3일, 국회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인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고, 그 현역 의원은 국회에서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체포되어 수원구치소에 수감되고 만다.
 
사건의 실체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여론재판은 이미 끝나 버렸다. ‘종북’이 확실한 이석기 세력은 처단되어야 할 공적이 되었다. 피의사실공포죄를 규정한 형법은 무시되었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은 묵살되었다. 그런 사이 구속자 가족의 차에는 ‘간첩’이라는 스프레이 낙서가 등장했고, 자본론을 강의한 강사는 제자에게 국정원에게 신고 되는 일도 나타났다.
 
그 뒤에 정부는 국정원 관권부정선거를 무산시키기 위해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내기로 몰아냈고, 윤석렬 수사팀장을 배제시켜 사실상 수사팀을 해체시켰다. 나아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몰아갔고, 전공노가 대선에 개입했다며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그러더니 11월 5일, 정부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심판청구를 하기에 이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정리하다보면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이 드러난다.
 
40차례가 넘게 진행된 내란음모 사건 1심 공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인 녹취록은 검찰 스스로 272곳을 수정해야 했고, 변호인단은 추가로 400곳이 넘는 오류를 발견했다. 내란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RO'를 입증해야 할 국정원 협조자인 이씨는 법정에서 진술을 계속 번복했다. 공판이 끝나갈 때까지 검찰은 RO 조직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끝내 내란음모, 내란선동 혐의를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중형 구형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만 것이다.
 
2월 17일 이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있는 날이다. 내란음모, 내란선동의 유무죄에 따라 한국사회는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느냐, 다시금 독재의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재판부가 오직 법리와 양심에 따라서 용기 있게 내란음모, 내란선동은 없었음을 선언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사회에 닥칠 재앙이 참으로 두렵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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