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민심은 부글부글 끓었다. 현오석 부총리와 윤진숙 장관의 망언 퍼레이드에 민경욱 KBS 전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발탁, 특히 김용판 무죄판결에 박근혜 정권의 막장드라마도 이제 바닥을 보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도 한다. 같은 날 있은 철도노조 지도부 4명 구속기소와 116억 가압류 인정,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박현제 전지부장 보석신청 기각과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치졸한 개봉방해까지 더하면 민주노총의 2.25 국민파업은 들끓는 민심에 힘입어 강력한 힘으로 분출할 것 같은 기대도 해 본다.

그러나 권력과 자본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2월 7일은 소치 동계올림픽이 개막되고 25일에는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대중은 김연아의 트리플악셀에 환호할 것이고 박근혜 취임 1년이 되는 2월 25일은 이산가족 상봉으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를 이루며 ‘통일 대박’을 기원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 틈을 타서 부정선거의 진상을 덮고 반대세력을 압살할 것이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6.4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은 슬기롭고 현명하다. 2002년 6월 온 나라가 월드컵의 열기로 들끓을 미선이 효순이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소수의 운동권’만이 촛불을 들고 그들을 기렸고 그 촛불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월드컵의 열기와 촛불의 열정이 그 해 12월에 있었던 16대 대선의 역동성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과 국민파업위원회는 다수의 외면을 받을지도 모르는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주말촛불을 이어간다. 그리고 2월 25일 파업을 강행할 것이다. 대중은 어리석은 측면도 있지만 자존심이 짓밟힐 때 분노하고 행동한다. 국가대표선수들이 잘하는 것은 함께 기뻐할 일이고 남북 화해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또 그것대로 박수칠 일이지만 그것으로 국민의 눈길을 돌리고 다른 한편으로 부정선거의 진상을 가리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권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판의 눈길을 거두지는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앞장 서 줄 때 기꺼이 그 대열에 함께 한다.
 
작년 12월 철도노조 파업과 민주노총 침탈로 민주노총은 오랜만에, 아니면 사상 처음으로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25까지 20여일 남은 지금 현장을 차분히 준비하고 주말촛불을 이어가며 국민파업을 준비하자. 올림픽 선수들의 선전에 국민과 함께 박수치고 이산가족의 아픔에 같이 눈물 흘리자. 그리고 2월 25일 광장과 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파업을 시작하자. 대중은 역동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그 에너지를 반박근혜 전선으로 모아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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