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가압류 엄격히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 필요

지난 6일 서울서부지법이 철도공사(코레일)가 철도노조를 상대로 낸 116억원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노조활동 자체를 무력화 하기 위한 코레일의 막무가내식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코레일은 노조에 15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 위자료 10억원을 청구한 것도 모자라 대체인력 투입 비용까지 청구한다고 한다.

사측의 손배-가압류 청구는 철도노조뿐 아니라 파업을 한 많은 조직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쌍용차, 한진중공업,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2010년 조합원들이 공장을 불법점거했다는 이유로 235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동조합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불법파견을 인정하라고 투쟁을 했지만, 현대차는 대법 판결조차 무시하고 파업에 따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했다. 현대차가 손배를 청구한 대상은 전체 조합원 900여명 중 680명에 달한다. 쌍용차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77일 옥쇄투쟁을 전개한 쌍용차노조에게 법원은 47억원을 물어내라고 결정했다. 이에 대한 법정이자만 1년에 9억8천만원이다. 이자만 시간당 10만원이 넘는다.

민주노총 사업장 손배청구액 1천135억원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 대한 손배 청구액이 1천13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파업에 나섰던 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가 제기될 경우 노동자 당사자는 물론 그 어떤 단체나 조직도 이를 감당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사용자들은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합법이건 불법이건 쟁의행위를 했다 하면 무조건 손배-가압류를 걸고 보자는 식이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이는 추세다. 천문학적인 손배-가압류는 결국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동자의 삶을 파탄내고 있다. 예전엔 소수 활동가에게만 청구하던 것을 이제는 조합원 다수에게 청구하며 노조를 탈퇴하면 해제해 주겠다는 둥 탄압과 협박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실제 이런 과정에서 노조의 조직력이 와해된 경우도 있고, 배달호 열사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손해배상-가압류 조치로 노조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행 노동법은 합법적 쟁의행위에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노동법이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되고 있어 합법파업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청구 제한하는 법개정 추진돼야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활동에 대해 사측이 손배-가압류로 탄압할 수 없도록 법-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 사측이 쟁의행위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청구하는 행위를 봉쇄하거나 상징적인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단기적 대책으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노조활동에 대한 손배청구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폭력 또는 파괴행위에 따른 손해만을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하고, 조합원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손배-가압류 남발을 규제하는 법개정을 위한 입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 지난해에도 국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려다가 무산된 바 있다. 올해 국회에서는 반드시 이 문제가 논의돼 손배-가압류 남발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치들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 26일 출범

손배-가압류에 따른 고통을 줄이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손잡고 나섰다. 노동-시민-학계-국회의원-문화예술인 등이 참여하는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가 이달 26일 정식으로 출범한다.

손잡고는 손배-가압류에 고통 받는 노동자를 지원하고 관련 법 제도 개선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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