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문 대통령, 남대문 경비과장 최성영

‘인디다큐페스티벌2014’ 행사 일환으로 상영된 ‘대한문을 지켜라’라는 제목의 25분짜리 독립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지난 2012년 4월 쌍용차 정리해고로 인해 죽어간 노동자와 가족들을 추모하기 위해 대한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한 후 그 현장을 기록한 영상팀(유명희·이한·하샛별 감독)이 공동 제작했다.

주인공은 대한문 대통령이라 불리던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최성영. 영화는 최성영과 쌍용차 노동자들, 그리고 연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대한문 일대에서 벌어지는 온갖 부당한 일상들을 담고 있다.

25분 동안 최성영 얼굴을 계속 봐야 했고 그가 대한문에서 일삼던 짓들이 떠올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영화 개봉 며칠 전 하샛별 감독은 이 영화에 내 모습이 1초 동안 나온다고 했다.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철거하고 화단을 조성하며 공권력을 휘두른 그 사람. 그는 대한문 앞, 시청광장 등 신고된 집회장에 난입해 집회를 방해하고 시민들을 불법적으로 체포·연행해 감금했다.

주인공으로 나온 남대문경찰서 최성영 경비과장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지켜야 할 경찰 신분으로 청와대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배치시켜 24시간 화단을 소중히 지킨다. 분향소를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물품을 빼앗고, 잠자는 사람을 10분 간격으로 깨워 대한문 처마 밑에 내팽개치는 등 폭행을 일삼고 인권탄압을 일삼는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허용하는 헌법도 최성영 경비과장은 무시한다. 1인 시위, 기자회견, 집회 등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을 공권력으로 가로막았다. 그 현장에 인권은 없었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도 그곳엔 없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민주노총 침탈을 지휘하며 잠금장치를 끊어내고 유리창을 깨부쉈다. 그렇게 불법을 저지른 최성영은 처벌을 받기는커녕 진급됐다. 충격적 인사조치다. 국민을 짓밟고 저항하는 노동자를 가혹하게 폭행한 경찰을 박근혜정권은 칭찬하며 상을 줬다.

늘 “난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며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짓밟는 그를 일컬어 ‘대한문 대통령’, ‘독재자’라고 불렀다.

최성영 경비과장은 승진을 했다. 이제 또다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이 그 자리에 설 것이다. 이번에 오는 경찰 간부에게 최성영보다는 나은, 조금은 인간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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