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사고의 원인은 신호기 고장이었습니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이번 사고가 그나마 이 정도 규모에 그친 건 뒤따르던 지하철이 무인전동차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사람의 역할을 없애는 일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왔고, 일부 구간의 경우 ‘완전 무인’ 운전까지 논의되고 있었습니다.

노지민PD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상왕십리역 지하철 추돌 사고의 원인은 ‘신호기 고장’. 신호기의 '진행' 표시에 따라 전동차를 운행하던 기관사는 정차해 있는 앞 열차를 발견했고, 급하게 제동을 걸었습니다.

고장난 신호대로 운전했다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서형석 서울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
“감속을 시킨 속도가 15km였어요. 그런데 그걸 기관사가 안하고 자동으로 비상 제동만 걸리는 걸로 해서 기계가. 그것도 좀 시간을 두고 걸렸다, 그러면 부딪히는 지점에서의 속도는 상당히 높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요.”

이처럼 사람의 힘이 필요한 지하철이지만 정부와 서울시, 서울메트로는 지난 15년 동안 '경영효율화'를 내세워 인력 감축을 추진해왔습니다.

IMF 금융위기 후인 1999년, ‘1인 승무’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자동운전장치’를 도입하는 ‘지하철구조조정 운영계획’이 세워졌으며 2004년 실질적인 사업추진 방안이 결정됩니다.

4년 뒤인 2008년부터는 자동운전장치를 적용한 시험운행을 시작했습니다. 시험운행 과정에서 열차가 정위치에 정차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됐고, 2010년 실제 운행이 이뤄지기 전년도인 2009년엔 탈선 사고까지 있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신구 시스템 간 충돌 위험은 늘 존재해왔습니다. 서울메트로 2호선 88편 중 새로운 시스템이 탑재된 신형 전동차는 50편 뿐이고 38편은 기존 시스템으로 운행되는 구형 전동차입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이 전동차들은 선로의 신호를 확인하는 방식과 전동차 제어 방식 등이 다르지만 한 노선을 운행합니다.

선로의 신호기를 제어하고 신호 정보를 전동차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상이한 두개의 운행 방식에 적용하다 보니 정보변환 과정에서 오류가 자주 일어나고 이번 신호기 오작동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입니다.

향후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동차와 신호 등 운행체계 교체가 완료되더라도 1인 승무 체제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수록 승무원의 역할과 권한을 열차 밖의 중앙관제센터가 담당하게 되고, 이 경우 돌발적으로 발생한 상황에 즉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03년 백아흔두 명이 사망한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승무원이 없었던 뒷 칸에서부터 발생한 화재를 맨 앞 칸에 있었던 기관사는 뒤늦게 파악했고,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1인 승무의 폐해가 드러난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당국은 1인 승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인 전철’을 확대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무인 전철은 부산과 대구 등 일부 경전철과, 수도권 중형 전철의 경우 2011년 민자로 개통된 신분당선에 도입돼 운행 중입니다.

서울에서도 5,6,7,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부터 무인전철 도입을 추진해 왔고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에도 기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월 서울시가 공개한 시정주요분야 컨설팅 용역 보고서. 맥킨지·삼일회계법인 컨소시엄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무인운전이 세계 각국의 주요 트렌드라며, 막대한 인건비 절감과 전력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5,6,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측은 이미 무인운전 시스템 도입에 관한 용역 보고서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 ⓒ 국민TV 화면캡처

교통안전 정책을 총괄해야 할 서울시는 도시철도공사측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무리한 인력감축으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지만, ‘경영효율화’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여전합니다.

당국이 ‘자동화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언제 어디서 제어할 수 없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지 모를 일입니다.

국민TV뉴스 노지민입니다.

※ 이 기사는 제휴사인 국민TV가 제공한 뉴스입니다. ☞국민TV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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