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였다...다시는 이런 죽음 없도록 투쟁하자”

▲ 12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에서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 동지 장애인장'이 열린 가운데 장례식 참가자들이 송국현 동지가 누운 관에 헌화를 하며 오열했다. 故 송국현 동지는 장애등급제에 의해 사회적 죽음을 당했다. ⓒ 변백선 기자
박근혜정부의 장애등급제에 의해 사회적 죽임을 당한 고 송국현 동지가 함께 투쟁하던 동지들과 이별을 고했다.

고 송국현 동지는 27년 간 시설에 갇혀 살다가 자유롭게 살고 싶어 자립생활을 시작했지만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방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목숨을 잃었다. 그는 뇌병변장애5급, 언어장애3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었고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동지 장애인장’이 12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치러졌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가면 좋겠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면 행복하겠어서 송국현동지는 이 썩어빠진 세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목소리를 냈다”고 말하고 “이 자리는 노동자의 아이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도 모두가 존엄 받는 세상, 장애인동지들도 소중한 인간으로 존엄 받고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위해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놈들, 장애인이 사는 곳을 혐오시설이라고 부르는 더러운 놈들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민주노총 많이 부족하지만 싸울 것이며, 죽어간 동지들의 뜻을 따라 투쟁하고 또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이 추도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대표는 “송국현동지가 사망한 지 20여 일 만에 장례를 치른다”고 전하고 “그는 27년 간 시설에서 짐승같이 살다가 사람으로 살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죽었다”면서 “다시는 이런 죽음이 없도록 우리가 뜻을 모아 활동보조를 보장받고 탈시설권리를 쟁취하고, 쓰레기같은 장애등급제를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은 “큰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에서도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 자립생활을 준비하던 송국현동지를 이 사회가 죽였다”면서 “송국현동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그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하고 “사람을 배제하고 죽이는 이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아무리 어려워도 송국현동지를 떠올리며 극복하자”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송국현 씨, 송국현동지를 이제 보낸다. 이제 보내야겠다. 이제 보내는데 송국현동지가 살아온 그 삶을 아무도 몰랐다. 말이 좋아 장애인시설이지, 국가가 만든 그곳에서 27년을 살았다. 장애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도가니 같은 일들이 벌어져도 잠깐 그들의 인권을 말하다 그냥 그 존재를 인정한다. 그게 바로 정부가 부르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장애인 수용시설, 그 감옥 같은 곳에서 송국현동지가 27년을 살다 나왔다. 그가 원한 게 무엇인가? 그게 무엇을 원했길래 이렇게 불 속에서 죽어야 했나. 왜 우리는 아직도 2014년 여기서 그렇게 사는 것을 인정해야 하나. 그게 또 하나의 대안이라고, 그것도 하나의 복지라고, 자비라고 하는데 그걸 인정해야 하나. 인정하기 싫다. 더 이상 하라는 데로 하기 싫다. 이 죽음을 잊지 말자. 함께 투쟁하자. 복지부장관이 유감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이 조국, 이 정부는 우리 정부가 아님을 분명히 말하자. 이제 울지 말고 함께 싸우자. 송국현동지를 보내며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고 투쟁하자. 동네 슈퍼에서 물건을 사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을 태워죽이는 정부, 공부를 하고 싶은 만큼 못해서 야학을 다니며 공부하겠다는 사람을 태워죽이는 정부를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 이 분노와 오늘을 기억하며 더 이상 이런 죽음이 없도록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자!”

▲ 故 송국현 동지가 누운 관을 운구차에서 무대쪽으로 이동하려는 과정에서 경찰들이 달려들어 폭력을 가했다. ⓒ 변백선 기자
박경석 대표가 발언을 마무리할 즈음 무대를 바라보고 오른쪽 뒤에 있던 운구차를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이 달려들어 연대동지들에게 폭력을 가했다.

박경석 대표의 절박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송국현동지의 시신이 이 푸르른 서울광장의 하늘을 보게 하려는데 경찰이 막고 있다. 마지막 보내는 길에 영구차 좁은 공간에서 그를 데려와 이 바람을 느끼게 하고 푸르른 서울 시청광장의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겠다는데 왜 막는가? 잠깐이면 된다. 송국현을 누가 죽였나. 그 소박한 꿈조차 가로막는 이 대한민국이다. 바로 옆에는 물속에 빠져죽은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있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고 하루 24시간 활동보조를 쟁취하고 더 이상 이런 아픔과 죽음을 보지 않겠다고 송국현동지에게 약속 드린다.”

장례식 참가자들은 송국현동지가 누운 관에 헌화하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그리고 장애인들의 삶과 영혼을 짓밟는 온갖 것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장례식을 마친 장애인 동지들과 연대단위 성원들은 송국현동지 영정과 운구를 앞세운 채 광화문광장까지 추모행진을 벌였다.

▲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동지 장애인장'을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을 향해 추모행진을 했다. ⓒ 변백선 기자
▲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 송국현동지 장애인장'을 마친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을 향해 추모행진을 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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