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과 연관? 

위 광고는 지난 4월 9일, 재향군인회, 호국보훈안보단체엽합 등 69개 보수단체가 조선일보, 문화일보 등에 낸 것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의 북한 연관설을 들먹인 내용입니다. 광고 내용에는 북한에서 제작한 5․18 모략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이고, 작사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협의로 복역한 월북, 반체제 인사라는 등의 왜곡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극우보수단체의 왜곡된 주장은 국가보훈처가 올해 주장한 내용과 똑같습니다. 지난 2월24일, 국가보훈처는 국회 정무위에서 ‘5․18 기념고 지정 추진사항’에서 ▶북한이 만든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 ▶북한의 통일노래, ▶작사자 등의 행적과 관련해 논란이 있는 노래라고 부정적으로 보고했습니다. 일부 보수단체들의 왜곡된 주장만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사안인데, 국가기구가 앞장서서 이러한 원인을 제공하고 나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곡 지정에 부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이명박 정권 때 시작되었는데, 2008년까지는 참석자 전원이 제창하다가 공무원노조에게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하더니 2009년과 2010년에는 식전행사에서, 2011년부터는 합창단이 부르는 것으로 광주정신과 함께해온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밀어내왔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2013년 5․18기념행사에서 보훈처장 박승춘(육사 27기, 2011년 보훈처장 임명)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거부하고 새 기념곡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2013년 5․18기념행사에 박근혜는 “5․18정신을 국민 통합으로 승화시키자”고 했지만 ‘님을 위한 행진곡’을 거부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 때문에 5․18 유공자와 유족들은 정부행사에는 참가하지 않고 별도의 행사를 치렀습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어떤 노래인가?

‘님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사회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노래입니다. 노래는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황석영이 다듬어 가사로 만들고, 김종률 작곡의 대표적인 민중가요입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동했고 마지막 날 전남도청에서 숨진 윤상원과 1979년 겨울 노동현장에서 일하다 숨진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굿 '넋풀이'를 통해 처음 발표되었습니다. 그 뒤 1982년 제작된 음반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졌고 민주화 운동, 노동운동은 물론 진보운동진영과 시민사회단체, 학생운동 등의 집회에서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집회때 민중의례를 할 때 그 일부로 포함된 것입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하게 민중의례를 위해 부른 노래만은 아닙니다. 80년 광주민중항쟁은 수 많은 희생과 죽음으로 한국사회가 나아갈 운동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광주민중항쟁은 우리 운동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된 것입니다. 80년 이후 한국사회에서 참 민주주의 실현과 노동해방을 목표로 한 운동, 인권과 시민운동과 여성운동이 시작되었고, ‘님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그 한복판에서 함께 해온 민주주의 역사입니다.

5․18을 대표하고, 우리운동을 대표해온 노래는 한국은 물론 대만, 홍콩, 필리핀 등지에서도 노동자 투쟁가로써 불리고 있습니다. 노래가 만들어진 1982년에는 당연히 금지곡이 되어 ‘불법테이프’로 퍼져나가다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3집 음반에서 처음으로 정식 녹음되었습니다.

‘묏비나리’ 시를 쓴 백기완 선생이 인터뷰를 통해 노래와 역사를 왜곡에 대해 일갈했습니다.

"양심과 인간의 참된 정신 불러일으키는 노래" 노래 속의 '새날'은 "유신독재 없애는 날"로 "'님을 위한 행진곡은 양심과 인간의 참된 아름다운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노래다.“

" ‘님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공식적으로 국민이 제창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결정이라면 이는 제2의 민중학살 선언과 다름없다". “5·18 정신은 "1980년 5월 18일뿐만 아니라 박정희 유신 일당과 그 잔재와 싸우던 역사적인 몸부림이 5·18정신이자 민주화정신"이라 말했습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노랫말은 박정희 유신 잔재 청산을 위해 투쟁하다 붙잡힌 백기완 선생이 1980년 서빙고 보안사에서 고문 당하며 쓴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따서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이렇듯 한국 민주주의를 위한 큰 희생위에서 만들어지고 불리워진 노래를 북의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이라 했는데, 북의 ’교향시‘는 1991년에,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이렇게까지 우리들의 투쟁과 승리의 노래를 문제삼고, 북이 차용한 게 문제라면 아리랑 등도 금지곡이 되어야 합니다. 방북 인사의 작사곡이 문제라는 주장 역시 중앙아시아 순방 때 황석영과 함께 했던 이명박 먼저 처벌받아야 합니다. 

▲ 김종률의 친필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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