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산재책임을 넘어 노동인권 전반에 대한

 

삼성의 혁신을 촉구한다

 

 

오늘(14일) 삼성전자가 백혈병 등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이전과 다른 전향적 입장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산재문제 해결에 소홀했다며 사과했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에서 논의된 보상책임에 따르고, 독립성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 반도체현장을 점검한 후, 그에 따른 재발방지 대책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뒤늦게나마 삼성전자가 산재 당사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고자 한 것은 다행이다. 이로써 피해자들의 기나긴 투쟁과 고통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고,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당사들의 입장이 향후 문제해결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행여 제3자를 앞세워 또 다시 배제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 특히 산재와 작업환경의 인과관계를 철저히 밝히고, 이에 따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희생된 노동자들의 원혼을 위로하는 첩경이며, 삼성만이 아니라 자본 전반에 만연한 생명경시에 경종을 울리는 교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본의 약속이 기만으로 끝나는 상황을 수 없이 봐왔다. 따라서 우리는 삼성의 입장발표가 그러한 우려를 씻고 성실히 이행되길 기대하며, 끝까지 주시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삼성이 백혈병 문제를 넘어 무노조 경영에서 파생된 문제 전반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반성하길 촉구한다. 헌법을 무시한 일류기업은 형용모순이다. 진정한 일류기업이란 생명과 노동을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삼성의 입장발표가 하나의 사건 수습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수용한 결과가 되려면, 삼성전자써비스 비정규직과 에버랜드노조 등 여타의 노동문제에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의 책임도 막중하다. 삼성전자 직업병투쟁이 7년여를 끌어 올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정부와 자본은 한 해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죽어가는 참담한 산재현실의 책임 당사자들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확인됐으며, 우리 사회는 엄청난 희생을 통해 돈 보다 생명이, 돈 보다 사람이 먼저임을 깨닫고 있다. 이제 기업살인법 제정 등 생명과 안전을 위한 혁신적인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자본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201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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