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MBC 본부장 "MBC 외면 말고 돌아봐달라" 


세월호 유가족들을 폄훼하는 리포트를 보도하고, 유가족들을 '깡패'로 지칭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박상후 MBC 전국부장과 김장겸 MBC 보도국장이 검찰에 고발당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9일 오후 2시 여의도 MBC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상후 MBC 전국부장과 김장겸 MBC 보도국장을 세월호 유가족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지난 7일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조급증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는 취지의 리포트를 직접 작성해 보도했다. 해당 리포트는 심지어 '왜 중국인처럼 애국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으로 삭이지 않느냐'며 유가족들을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게다가 김장겸 MBC 보도국장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유가족들을 '깡패'로 지칭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MBC 보도국 간부들의 저열한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관련기사 : [공정선거보도감시단] MBC 박상후 부장을 용서할 수가 없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MBC의 유가족 폄훼 보도와 막말은 저널리즘의 원칙을 말하기 이전에 인간의 도리를 저버린 패륜이었고, 유가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범죄행위였다"며 "흉기와 다름없었던 이들의 보도와 언행에 대해 준엄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성주 MBC 본부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훔쳤다. 이성주 본부장은 "이 자리에 서서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죄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며 "투쟁의 결과가 완전한 장악이라는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린 이 현실에 가슴이 찢어진다. 지금 열심히 싸우고 계신 KBS 동지들에게 부탁한다. 이번 일을 그르친다면 KBS도 MBC처럼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성주 본부장은 "후배들의 손을 잡고 이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해 주던 많은 선배들은 주변에 없다. 해고되거나, 기사를 쓸 수 없는 곳으로 다 쫓겨냈다"며 "아무도 없다고 해서 MBC는 다 포기하고 죽어야겠느냐. 조합원과 함께 느끼는 딜레마다. 지금 선 곳이 벼랑일지라도 다시 한 번 움직이려고 한다. 외면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돌아봐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김장겸 보도국장과 박상후 전국부장은 모두 내 후배다. 후배들에게 고발장을 내고 있는 선배의 심정이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며칠 전 MBC 기자들이 성명 말미에 언론 본연의 모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말을 못하겠다고 전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MBC 안에 있는 양심 세력들이 시민사회에 구조를 요청하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영곤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지역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 MBC는 늘 모범이었고 자극제였고, 멘토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비판 의식이 사라지고 균형 감각도 없어졌다. 날카로운 시대정신이 완전히 침몰했다"며 "KBS에 보도개입이 폭로되었다. MBC에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부역꾼들을 다 쫓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신인수 변호사는 "박상후 전국부장과 김장겸 보도국장은 우리로서 상상할 수 없는 말들을 했다"며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의식이 있다면 검찰 조사에 당당히 응해서 본인이 정말 그런 말을 했는지 묻겠다는 게 이번 고발의 취지다. 유족들의 마음을 대리해서 그들에게 책임을 묻고, 어떤 행태를 했는지 낱낱히 밝혀 고통받는 유족들과 MBC 구성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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