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은 말 그대로 청와대의 입이요, 대통령의 입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청와대 대변인의 ‘입’을 보며,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사건의 비중을 살핀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민경욱 대변인의 입이 어지러이 춤을 추고 있다. ‘계란 라면’ ‘순수 유가족’ ‘잠수사 폄훼’ 등 잇단 막말이 그칠 줄을 모른다. 이 같은 발언은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와 언론 그리고 국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 심각성은 더 크다. 

먼저 ‘계란 라면’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언론 등에서 ‘왜 이리 호들갑스럽게 보도하느냐’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 체육관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의전용 의자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과 SNS에서 사진과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 여론이 커져 있음에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4월21일 청와대 기자들과 만나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황제 라면’ 사태를 무마하고, 서 장관을 보호하려는 청와대의 의중이 포함된 것이 아닌지 언론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또 5월8일과 9일 세월호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KBS 항의 방문에 이어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요구했다.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지금 유가족분들이 와 계시는데 순수 유가족분들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가 나가서 그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입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당시 민 대변인이 ‘순수’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뭘까. 불순한 세력이 세월호 사태에 대한 공분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인식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5월 24일 민 대변인은 ‘민간 잠수사가 일당 100만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 파악조차 하지 않은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 그리고 비난 여론이 커지자 민 대변인은 “정부가 (그렇게나마) 격려해주길 희망한 개인적 생각”을 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민 대변인은 정부가 이렇게 사태 수습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확인도 안된 개인적인 생각을 언론에 흘린 것인가. 청와대가 ‘대통령의 눈물’을 담은 영상을 편집해 ‘홍보’를 하는 상황에서 나온 민 대변인의 이런 발언들은 세월호 참사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진정성’을 되묻게 만든다. 

민 대변인이 쏟아내는 막말에 정치권과 시민사회, 그리고 시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하지만 청와대 대응은 없다. 이런 대변인이 여전히 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 ‘대한민국을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한 대통령의 공언도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막말 대변인이 진정 청와대의 속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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