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코리아 100일순례’ 일환 민주노총 방문 “보수·진보 머리 맞대자”

▲ 도법스님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한국사회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자며'야단법석시민위원회' 참여를 제안했다. 사진=노동과세계
도법스님이 민주노총을 방문해 진보와 보수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 사회 갈등과 반목을 대화로 풀자며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도법스님과 김민해 목사,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5월 30일 오전 9시 민주노총을 찾아와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과 양성윤 수석부위원장, 주봉희·이상진 부위원장, 한석호 부총장을 만났다.

도법스님 등은 종교계, 정관계, 경제계, 사회단체, 연구단체, 학술·문화계, 언론계가 보수와 진보인사들이 광범위하게 함께 하는 ‘대한민국 야단법석 시민위원회’에 민주노총도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로 간에 인사를 나눈 후 도법스님과 함께 전국순회 중인 김민해 목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김 목사는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 일정이 이제 막바지인데 우리는 그동안의 삶의 방식과 문제접근방식을 뛰어넘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3.1운동 정신을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한다는 것, 또 갈등을 통해 역사가 진보하고 진화했지만 현실에서 너무 큰 갈등과 대립, 반목이 심각해 이를 치유해자는 생각에서 순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에서 시작해 강정에도 갔고 밀양 등에도 갔는데 우리가 발 딛는 땅마다 피를 흘리는 죽음의 현장이었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상처와 깊은 갈등들이 절절했다”면서 “순례 20일 정도가 지났을 때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는데 우리 사회가 정말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했고, 국민 모두가 마음과 뜻을 모아 세월호 상주가 되자고 단체 어른들을 만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해 목사는 또 “6월 10일 순례를 마치며 가칭 ‘대한민국 야단법석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1000일 3년 간의 기간을 정해 우리 사회 갈등을 끄집어내 이야기하고 기도하자는 것”이라고 말하고 “정부가 해야 하지만 그들이 안한다면 국민적 힘과 권위로 나서자”고 제안했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옳은 이야기를 존중하고 사회 구성원이 함께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민주노총도 같을 텐데, 우리 사회는 양쪽으로 나뉘어 ‘진영론’이 심각하고 이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라면서 “동학농민혁명만 해도 지금 현장에는 농민군 후예와 관군 후예가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민주화투쟁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적당히 야합해선 안되고 이를 해결하려면 진실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정 운영위원장은 “순례 중 팽목항에도 가서 기도를 했는데 다행히 유족들이 중심을 잡고 있지만 자칫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이 역시 진영론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진영론을 넘어 세월호 진실을 드러내야 하고 진실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법스님은 “우리 사회가 진보는 친일청산을, 보수는 종북청산을 넘지 못하고, 경상도 보수는 박정희 제일을, 전라도 진보는 김대중 제일을 넘지 못한다”고 말하고 “그것이 함께 사는 길을 막고 한국사회에서 뿌리 깊게 작동하는데 권위와 힘과 정직으로 이를 바꾸지 못하면 우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스님은 또 “정직하게 마주해서 대화로 합리적으로 풀고 사이좋게 살자는 것은 약자와 피해자를 위해 더 필요한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이 투쟁하느라 많이 바쁘겠지만 우리가 모색하는 것을 제안 드리고 뚜벅뚜벅 같이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이에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말씀하신 내용의 대부분을 동의한다”면서 “민주노총은 한국사회에서 노동조합운동을 하면서 혁명이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그룹인데 문제만 제기하는 그룹으로 낙인찍혔고, 대다수 비정규직은 노동조합도 못 만든다”고 전했다.

위원장은 “우리는 해마다 산재사망 노동자들 위령제를 지내는데 세월호 사태가 터져 이 행사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매년 2,400명씩 죽는, 전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산재사망 노동자들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대부분은 돈 없는 집의 아이들인데 왜 제주도를 갔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가 나왔고, 자식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조퇴를 한 번도 안해봐서 두려웠던 어머니는 일을 하느라 팽목항으로 달려가지 못했다”면서 “노동조합은 이렇게 근본적으로 약자들의 모임인데 사회는 노조를 또다른 슈퍼을로 취급하고 왜곡한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한해 사망자 2,400명, 철탑 광고탑 크레인에 오르는 사람들, 쌍용차에서 죽은 25명이 어떻게 슈퍼을일 수 있느냐?”고 묻고 “자본의 탐욕에 의해 벌어지는 이런 일들을 우리는 전쟁이라고 표현하는데, 민주노총이 어떻게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느냐?”고 재차 반문했다.

위원장은 또 “자본이 세습을 하고 그 세습된 자본의 탐욕 때문에 노동자와 민중의 고통이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우리에게는 전망도 미래도 없다”고 말하고 “우리 같은 운동조직은 타협하기 대단히 어렵다”면서 “타협하기에는 너무 많이 죽고 죽음이 일상인 것이 노동자들의 현실이며 죽음 앞에서는 요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본은 최소한만을 주지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한 신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6월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총궐기를 결의했다”면서 “집단의 가치를 바꾸지 못하면 노동자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고, 민주노총은 집단의 가치를 바꾸기 위해 행동하는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도법스님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크게 대립하는 것이 자본과 노동인데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국민적 권위를 갖고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고 “함께 살아야 할 사람들이고 그걸 전제로 접근하면 될 것”이라면서 “국민적 지혜와 뜻을 모아 가능하게 해보자”고 거듭 제안했다.

도법스님은 오늘 삼성전자서비스 임원을 만나 현재 염호석 열사 관련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승철 위원장은 “오늘 삼성이 오면 노동조합을 인정하라고 훈계를 해 달라”고 주문하고 “삼성은 인도네시아에서 국제적으로 금지하는 아동노동을 시키고 있으며, 노동기본권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생각한다고 말하는 삼성을 프랑스노총이 허위과장광고로 고발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도법스님은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를 마치는 오는 6월 10일 조계사에서 순례를 정리하고 세월호 추모 기도회와 좌우합동 위령제 지낸 뒤 ‘야단법석시민위원회’를 출범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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