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진보 1번지 동·북구청장 모두 수성 실패

 이번 지방선거 결과 울산지역은 새누리당이 완승한 가운데 야권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교육감까지 모두 79명의 당선자를 뽑은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5일 새벽 5시 현재 시장과 5개 기초단체장 모두 석권했다. 새누리당은 5일 새벽 5시 현재 지역구 시의원 19석 모두를 따냈고, 비례대표만 새정치민주연합에 1석 내줬을 뿐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006년에선 무소속에 중구청장을 내줬고, 2010년엔 무소속(동구청장)과 민주노동당(북구청장)에 기초단체장을 내줬다. 새누리당은 2006년과 2010년 선거 때 울산에서 50명과 45명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지만 이번 선거에선 무려 62명을 당선시켰다.

 

이번 선거로 울산지역 시의회 여야 구도는 새누리당 21명 대 새정치민주연합 1명이 됐다. 울산지역 전체 당선자로 볼 때도 여야 구도가 62명 대 15명(야당 합계)으로 지난 2006년보다 더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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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게 끝난 시장 선거, 김기현 당선

 

반면 야당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울산시장은 방송3사 출구조사부터 조승수 정의당 후보(29.6%)가 김기현 새누리당 후보(64.9%)의 절반도 안 되는 지지에 그쳐 싱겁게 끝났다. 5일 새벽 5시 현재 김기현 당선자는 65.5%를 얻은데 반해 조승수 후보는 26.4%를 얻는데 그쳤다.


이갑용 노동당 후보는 여론조사보다 많은 8.1%를 얻었다. 울산은 보수층이 두터운 인근 부산과 대구에서 야당과 무소속 시장후보가 선전한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특히 정의당은 시장 후보까지 냈는데도 시의회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에서 5%를 얻은 노동당보다 뒤진 고작3.6%에 그쳤다. 울산시의원 비례대표 득표는 새누리당이 56%, 시장 후보도 없었던 새정연 23.4%, 통합진보당11.9%를 각각 얻었다.

 

통합진보당 동.북구청장 모두 잃어

 

통합진보당은 그나마 선전했지만 진보의 아성인 북구청장과 동구청장 모두를 잃었다. 게다가 통진당은 시의원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앞선 2010년 선거에서 통진당(당시 민주노동당)은 시의원 7명을 당선시켰다.


전체 당선자 숫자에서도 통합진보당은 2006년과 2010년 17명과 25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이번엔 고작 기초의원9명 당선에 그쳤다.

 

▲ 통합진보당이 3일 시의회에서 선거운동을 마무리하는 회견을 열었다. ⓒ 용석록 기자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진당(당시 민주노동당)은 분당해 나간 진보신당을 빼고도 시의원 7명과 기초의원 17명을 배출했다. 당시 북구청장을 배출하고, 아깝게 진 동구청장 선거마저 곧이어 재보궐선거에서 이겨 기초단체장 2명을 보유했었다.

 

그러나 통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 원내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했던 북구의회마저 4 : 3으로 역전돼 원내 과반을 새누리당에 내줬다.

 

정의당 시장후보 내고도 정당지지율 3%대

 

다른 야당들도 완패했다.

그나마 새정치민주연합은 선전했다. 새정연은 2006년 열린우리당으로 기초의원 2명을 배출하고 2010년엔 국민참여당으로 기초의원 1명을 배출했으나 안철수 신당까지 합세한 이번 선거에서 시의원(비례대표) 1명과 기초의원 4명 등 모두 5명을 당선시켰다. 이상범 시장 후보까지 가세했다면 더 많은 당선자를 내면서 통진당보다 많은 당선자를 낼 수도 있었다.

   

정의당은 2010년 선거에서 진보신당으로 2명의 기초의원을 당선시키고, 울산 북구에서 김진영 시의원까지 현직으로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시장 후보가 완주했는데도 5일 새벽까지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했다.그나마 3명을 뽑는 울주군 가 선거구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정광석 후보가 4위로 선전하고 있다.

 

독자노선 노동당 구의원 1명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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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울산지역 출마자들이 3일 마지막 회견을 열었다. ⓒ 용석록 기자

 

노동당은 일찍부터 새정연과 단일화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걸었다. 그러나 평소 지역 텃밭을 다진 경험 부족한채 서둘러 나온 후보들이 지역의 표심을 파고 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노동당은 동구 다 선거구에서 의미 있는 구의원 당선자(김원배)를 냈다.

    

진보교육감 후보, 정체성 알리는데 실패

 

보수후보의 난립과 진보 단일화 구도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마저 정찬모 후보가 보수후보인 김복만 현 교육감에게 8.7%나 뒤졌다. 울산의 교육감은 직선제 이후 모두 보수 후보가 당선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진보 후보가 석권한 가운데 울산은 대구, 경북과 함께 몇 안 되는 보수 교육감 당선지역이 됐다.

 

진보교육감 후보캠프에선 선거 내내 후보가 전교조 지부장 출신에다 해직교사 출신이라는 사실조차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내지 못한채 3명의 보수 후보와 특별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다. 다만 공약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였지만 후보가 내민 공약조차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야권 단일화에 과도하게 매몰돼 표심 놓쳐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론 세월호 참사에 분노한 민심을 놓고 박근혜 정권 심판과 보수진영의 정권 수호로 모아졌다. 이를 대변하는 40~50대 학부모인 앵그리맘(성난 엄마)의 표심도 작용했다.

 

전체 사전투표율이 11.5%를 기록한 가운데 20대의 사전투표율이 16.9%로 매우 높게 나타나 대학 등록금과 일자리 때문에 고통받는 청년층의 광범위한 분노도 모아졌다. 이에 반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선거기간 내내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 보수층 세 결집에 안간힘을 쏟았다.

 

초반 새누리 혼란, 야당 표로 흡수 못해

 

그러나 울산지역은 이런 전국적 선거 판도와 사뭇 달랐다.

올 초부터 새누리당 시장 후보경선을 둘러싼 잡음이 이어졌다. 5월 들어선 야권 단일화 혼란까지 가세해 전국적 선거 흐름과 달리 움직였다.

 

새누리당은 올 초부터 울산지역 최다선인 정갑윤 국회의원과 김두겸 남구청장이 일찌감치 시장 후보 출마를 시사하고 세몰이에 들어갔다. 뒤늦게 시장 경선에 뛰어든 김기현 후보까지 가세해 새누리당 내부에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3선의 12년 임기를 불과 몇 달 앞둔 박맹우 울산시장이 7.30 재보궐 선거출마를 염두에 두고 시장후보 당내 경선 도중에 사퇴해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선거 초반 새누리당은 당 안팎의 잡음에 시달리면서 좋지 않은 여론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4월 들어선 야권 내부의 혼란이 심해졌다.

 

야권 후보 단일화 놓고 곳곳에서 잡음

 

2007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까지 진보정당들은 이합집산하기 바빴다.사실상 주민의 삶에 뿌리를 둔 지역정치를 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은 시장후보 단일화를 놓고 여러 갈래로 갈등했다.

 

통합진보당은 기초단체장 2명과 다수의 광역·기초의원을 보유한 명실상부한 울산 제1야당으로 조직력에선 여유가 있었다. 통진당은 이번 선거를 현 정권의 종북공세와 탄압에 대한 대응으로 박근혜 정부 심판으로 모았다. 이 때문에 빈부 양극화가 심한 울산의 시민들의 표심을 파고드는 특유의 호소력을 갖는데 한계를 보였다.통진당의 귀엔 새누리당이 내뿜는 ‘종북 딱지’만 크게 들렸다.

 

정의당은 오랜 줄타기 끝에 반쪽짜리 단일화를 이룬 조승후 시장 후보가 완주했다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달 28일 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해 실시한 하루 여론조사는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도 못한채 끝났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새정연은 2년전 대선 때 울산에서 문재인 후보가 40% 가까운 지지를 받았지만,현직 기초의원 한 명 없는 인력난에 시달려야 했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까지 합세해 기존 민주당과 화학적 통합을 이룰 사이도 없이 선거를 맞았다. 새정연은 이 때문에 시장 후보 단일화를 놓고 중앙당과 마찰까지 생겨 힘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어려웠다.

ⓒ 울산저널 이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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