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에서 경찰이 강제철거한 것은 ‘사람’이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을 비롯한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을 위해 농성장에 대한 경찰의 행정대집행을 규탄하고 항의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경찰은 지난 6월 11일 새벽 밀양 농성움막에서 쇠사슬로 머리와 허리를 묶은 채 항거하는 밀양주민들과 연대자들을 이른바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하게 끌어냈다. 알몸으로 저항하는 할머니들과 수녀들에게 경찰은 폭력을 자행하며 농성장을 침탈했다. 노인들을 짓밟고 난 뒤 여경들은 V자 승리의 기념촬영을 했다.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투쟁하는 밀양 주민들과 연대단위 성원들이 상경해 6월 16일 오전 11시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경찰청사 철거를 촉구하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765kv 송전탑과 고리1호기 원자로를 청사 인근으로 이주하는 범국민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보내는 국민대집행 영장을 가지고 왔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폭력집단 소굴인 경찰청을 대집행 철거코자 한다”고 밝혔다.

“이성한 경찰청장과 경찰청 소속 경찰들은 6월 11일 대한민국의 미풍속인 ‘노인공경’의 정서까지 짓밟고 고령의 노인들을 향해 칼과 절단기로 고령의 주민들, 종교인, 시민들을 끌어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력을 행사했다”고 규탄하고 “그동안 수없이 누적된 국가 폭력 전과 경력과 이에 대한 시정 요구에 불복종한 상습 파렴치범으로 규정된다”고 전했다.

▲ 밀양 주민들을 비롯한 수녀, 신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건설을 위해 농성장에 대한 경찰의 행정대집행을 규탄하고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가운데 한 수녀가 '주민, 사제, 수녀들에게 폭행을 가한 경찰을 문책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주민들은 또 국민대집행 영장을 통해 “철거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당신들이 그토록 지켜주고자 했던 765kv 초고압 송전선과 고리 1호기를 ‘방호가 용이하며 인력 및 비용 절감을 기할 수 있는 등 수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경찰청사 및 인근지역으로 이주시키고자 하니 원전 송전탑 반대 시위를 예방하고 국민 안전을 위해 모든 위험을 ‘몸빵’하며 국가 전력 정책에 대승적으로 협조하는 차원에서 감내하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11일 행정대집행 때 웃통을 벗어던지며 항거한 한옥순 씨는 “6월 11일 새벽 6시 경남 경찰서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소잡는 칼을 갖고 우리 할머니들이 있는 움막을 째고 울부짖는 할머니들을 개처럼 소처럼 죽이려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악몽이 지금도 계속돼 잠을 잘 수 없다”고 말하고 “우리가 범죄자도 아닌데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면서 “경찰청장과 밀양서장 목을 떼고 원전을 막기 위해 여기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01번 현장에 있었던 밀양 용해마을의 한 주민은 “며칠이 지났지만 저는 6월 11일 그 행정대집행 순간에 머물러 지금도 그 장면이 떠오른다”고 말하고 “맨몸으로 움막을 지키는 우리와 연대자들을 경찰이 개끌듯 끌고 갔다”면서 “제 목에 쇠사슬이 조여 오는데도 경찰은 저를 거꾸로 잡아 무자비하게 끌어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4곳을 한꺼번에 집행하느라 30가구가 사는 우리 마을에 경찰이 천 수백명 올라왓고 헬기가 저공비행을 해서 양식장 은어가 다 뒤집혀 죽고 갓 낳은 염소새끼도 죽었다”고 말하고 “이런 야만과 잔인함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 연대발언하는 민주노총 김경자 부위원장. ⓒ 변백선 기자
서영섭 신부가 한국천주교 여사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와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연합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을 낭독했다.

서 신부는 “이번 행정대집행에 불법 관여하고 밀양의 어르신들과 수도자들, 사제들에게 폭력을 자행한 경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폭력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창청장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래 상자 전문 참조>

밀양 주민들과 성직자 등 연대자들은 각자 피켓을 직접 적어 자신들의 울분과 분노를 표했다.

“우리를 이렇게 짓밟았다고 우리가 굴복할 줄 알았다면 정말 잘못 생각한 것이다”
“한전! 우리가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당신들이 우리에게 한 짓을 증언할 것이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밀양 주민들은 대화를 원합니다”
“밀양에서 경찰이 강제철거한 것은 ‘사람’이었다”
“폭력경찰을 고발한다”

“핵발전소 이제그만!”
“원전비리는 침묵 대화요구는 욈녀 한전=불도저”
“돈으로 주민들을 고문하는 한국전력 물러가라!”
“알몸주민에게 절단기 들이댄 폭력경찰 규탄한다!”
“경찰=한전경비 철거깡패 경찰이 부끄럽다”

▲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농성장에 대한 경찰의 행정대집행을 규탄하며 폭력 집단의 소굴인 경찰청을 대집행으로 철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연대자 발언이 이어졌다.

우미숙 한살림 공동대표는 “밀양은 주민들의 땅이며 삶의 터전”이라고 말하고 “정부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삶을 파괴해서도 소중한 농토를 망가뜨려서도 안 된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농성장 강제철거를 배상하고, 밀양 주민들에게 평화로운 삶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행정대집행은 공무원만이 할 수 있으며 이번에 불법을 저지른 경찰들, 밀양경찰서장과 경찰청장,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박근혜 대통령 모두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또 “울부짖는 할머니들을 보고 웃은 경찰들, 할머니와 수녀님들을 개 끌듯 끌고 간 경찰들은 반인륜 패륜아들”이라면서 “미친개에게는 몽둥이뿐이니 함께 마음 모아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할머니들 몸에 온통 피멍이 든 걸 보고 차라리 제가 거기서 할머니들을 부둥켜안고 매맞고 짓밟혔더라면 생각에 부끄러웠다”고 말하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이런 경찰은 필요없다”면서 “세월호 이후 아직도 잠자고 있는 국민이 깨어 일어나야 한다”고 성토했다.

▲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브이를 만들며 '승리'라고 외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세상은 폭력으로 가득차 있었다” (창세 6,11)

고향을 사랑하는 자, 정의를 사랑하는 자, 평화를 사랑하는 자가 폭력으로 짓밟히는 세상입니다. 한평생 성실하게 밭을 일궈온 밀양 어르신들이 삶을 이 불의한 정부는 너무나 참혹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10년 간 정부는 밀양 765KV 초고압 송전탑 공사와 관련하여 주민들과의 진실한 대화보다는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며 온갖 폭력을 일삼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분열시키며 파괴에만 골몰하였습니다.

마지막까지 눈물호 호소하며 대화를 요청했던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한 채 오히려 정부는 지난 6월 11일 조롱과 멸시 가득찬 폭력으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였습니다. 특히 경찰은 밀양의 어르신들 역사 재산과 건강을 보호받아야 하는 국민임에도 단 한 사람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찰이 보여준 행태는 다시 한 번 경찰의 직무를 포기하고 한갓 한전이 경비용역을 자처하며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경악스러운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수녀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과 정결을 상징하는 베일을 벗기는 등 참으로 견디기 힘든 모멸감을 안겨주었습니다. 베일은 거룩함과 정결을 지키고자 하는 수도자의 삶 그 자체입니다. 이렇듯 베일의 의미는 굳이 가톨릭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잘 아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기본적인 상식과 법, 예의를 지키기는커녕 전쟁을 방불케 하는 잔악무도한 물리적인 폭력 행사로 팔 골절 부상 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까지 느끼게 하는 폭거를 수녀들에게 자행하였습니다. 이는 명백한 종교탄압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행정대집행에 불법 관여하고 밀양의 어르신들과 수도자들, 사제들에게 폭력을 자행한 경찰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폭력진압의 최고 책임자인 경창청장과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밀양경찰서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우리 수도자들은 밀양의 어르신들과 함께 끝까지 연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부당한 국책사업과 야만적인 국가폭력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도록 정의와 평화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는 수도자들에게 부여된 선교이며 복음적인 삶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6월 16일
한국천주교 여사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연합회 정이평화환경전문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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