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경고 무시한 채 강행한 1인승무 등 무리한 효율화가 사고 불러

‘안전보다 돈’이 부른 참사, 근본 원인 조사와 경영진 책임 반드시 물어야

○ 7월 22일 발생한 태백선 열차사고로 돌아가신 분과 유족, 그리고 고통을 겪으신 시민여러분께 전국철도노동조합의 2만 조합원의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그동안 우려했던, 하지만 절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2014년 7월 22일 17시 50분경 발생한 태백선 열차충돌 사고는 철도노조의 경고를 무시하고 철도공사가 무리한 효율화를 추진한 데 따른 참극이다.

○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O트레인 열차는 중앙선을 거쳐 중앙선과 연결된 태백선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이며, 태백선은 중앙선 일부 구간과 마찬가지로 ‘단선’ 산악구간으로 기관사 1인승무시 사고우려가 큰 취약 구간이다. 철도공사도 사고의 우려 때문에 O트레인 열차를 제외한 다른 열차는 태백선 구간에서 1인승무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 단선구간인 태백·중앙선은 경부·호남선과 달리 선로 및 신호시스템이 낙후해 단 한 번의 기관사 실수나 부주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오직 기관사 개인의 주의력에 의지해 운행해야 하므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구간이다. 따라서 철도노조는 기관사의 실수나 부주의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마련한 후 1인승무를 시행할 것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특히 단선구간 1인승무시 열차의 정면충돌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고하기도 했다(청와대 국민소통광장 ‘철도안전도 대형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2014.050.03). 더구나 태백선과 중앙선은 불과 3년 후인 2017년 서원주-강릉 간 복선 개통을 앞두고 있다. 노동조합은 2017년 복선 개통으로 신호 및 선로 시스템이 완비되면 1인승무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지만, 철도공사는 “안전에 문제없다”는 주장만 반복하며 일방적으로 1인승무를 강행했다.

○ 철도공사의 안전을 무시한 1인승무 도입은 현 사장 재임기간 내 치적을 쌓기 위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다. 철도공사는 지난 3월 중앙선 1인승무를 강행하기 위한 사전 시범운행의 결과마저도 은폐·축소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2월 국정감사 국토위 박기춘의원 국정질의, [경향] 코레일 ‘중앙선 1인승무 보고서 축소은폐 논란, 14.02.24.). 뿐만 아니라 철도공사는 지난 7월 10일, 중앙선 여객열차 기관사 1인승무 도입에 반대한 노조원 11명 해고하고, 6명을 중징계했다. 한술 더 떠 철도공사는 안전운행을 요구한 노조원 10여 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했다.

○ 대구역 열차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다. 당시 사고는 ‘안전측선’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의 하나로 밝혀졌다. 2008년 화물열차와 여객열차의 추돌사고 이후 철도노조는 대구역에 안전측선 설치를 요구했지만, 철도공사는 비용을 이유로 사고가 발생한 하행선에만 안전측선을 설치하고 상행선에는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구역 열차사고 책임은 현장 직원에게만 물었다. 열차를 운행한 기관사와 여객전무, 역무원, 관제사는 구속됐지만, 철도공사의 경영진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은 없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제공한 몸통은 놔두고 힘없는 현장 노동자만 잡는 격이다. 또 다른 참사가 예고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적 아픔이 가시지 않은 지금 코레일은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안전사고에 대한 노조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한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이다. 사고를 낸 열차의 현장 직원의 책임은 면할 수 없지만,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음에도, 더욱이 노조와 시민단체의 무수한 반대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장 개인의 치적 쌓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1인승무를 강행한 철도공사 경영진은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 사고를 유발하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제나처럼 사고 열차의 직원에게만 모든 잘못을 돌린다면 이러한 사고는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철도노조는 별도의 ‘사고조사팀’을 구성해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지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2014년 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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