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을 가려 했다. 그러나 죽은 우리 아이가 못 찾아 올까봐 차마 못했다.” “밤 10시만 되면 우리 아이가 ‘엄마 밥 줘’하고 찾아올 것만 같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고, 숨을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 너무 아프다.”

지난 7월 2일부터 12일까지 민주노총도 함께 한 전국 순회 자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한 말들이다. 곳곳에서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있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수장되었지만,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여전히 난항 중이다.

급기야 유가족들에 이어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등 사회 인사들까지 단식에 돌입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라고 말한다. 과연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이미 한국사회는 ‘죽음’이 일상화되고 있다. 산재발생률은 세계 1위로 1분 15초 마다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친다. 1년에 200여 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다. 비정한 자본의 논리는 수시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몬다.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10만 3천명의 정리해고자가 발생했다. 하이에나처럼 이윤을 찾아 움직이는 자본은 구조조정,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 등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위협한다. 지난 2009년 해외매각 이후 25명이 주검으로 돌아온 쌍용자동차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우리 아이는 이미 죽었다. 그러나 제2, 제3의 참사는 없어야 한다.” 천만 서명운동을 하면서 유가족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민주노총이 7월 22일 “생명과 안전을 위한 동맹파업”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또 다른 움직임이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의 김득중 후보는 “목숨 뺏는 정치 끝내겠다!” “살기 위해, 그리고 살리기 위해 더 이상 기대지 않겠다.”라며 이번 7월 30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김득중 후보는 첫 번째 공약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내걸고 있다. 노동자를 일상적으로 죽이는 것을 막기 위한 ‘기업살인법 제정’도 공약이다.

영국의 경우 1987년 여객선 전복사고로 193명이 죽은 후 통렬한 반성을 통해 2007년 기업살인법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일자리가 죽을 자리로 변하는 현실을 바꾸어야만 한다는 절실함이 출마의 배경이다. 이 모두는 안전사회를 향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사람을 살리는 민주노총 전략후보

지난 7월 17일 열린 제10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평택을 지역구에 출마하는 김득중 후보를 민주노총의 전략후보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쌍용, 강정, 용산, 밀양 등에 후보를 출마시켜 선거와 투쟁을 결합하여 진행하고자 했으나 준비부족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 지방선거에서 분열된 진보정당은 전국에서 크게 패배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총 전략후보의 선정은 노동이 자취를 감춘 선거에서 진보정치의 길을 새롭게 모색하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이다. 여러 진보정당들도 이런 뜻을 감안하여 모두 출마를 자제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6년 동안 여당엔 오른손으로 야당엔 왼손으로 뺨을 맞았다. 보수정치권은 이런저런 희망고문의 상처만 남겼다. 이제 쓸 데 없는 기대가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 사회의 적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면 누가 어떻게 무엇을 바꿀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우리의 약속은 정치에서도 실현되어야 한다.

죽음의 행렬을 끝내자는 약속

“안전사회를 위한 첫 물꼬는 유가족들이 트지만 실현은 국민들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끈을 끝까지 잡아 달라.”고 세월호 희생자들이 절규한다. 평범하게 살던 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유가족이 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우리가 함께 아파하는 것은 누구나 그런 상태를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실현의 주체다. 노동조합을 만든 이유는 직장을 민주적으로 바꾸기 위함이었고, 이를 넘어 한국사회의 변화를 위해 우리는 투쟁해 왔다.

한편으로는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투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평택에서 진행되는 민주노총 전략후보의 선전을 위해서도 총력을 모아야 한다. 안전사회를 위한 곳곳의 모색을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로 만들어 내자. 물꼬는 김득중 후보가 텄다. 실현은 우리 노동자의 몫이다.

이근원 정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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