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을 출발한 세월호 가족버스가 지난 7월 3일 특별한 손님들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했다.
민주노총 순천시지부와 병원 방문 일정을 논의할 때만 해도 희생자 유가족이란 이름은 제게 슬픔과 아픔을 나누는 마음과 함께 특별한 손님으로 다가왔다. 직접 얼굴을 보니 특별한 손님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웃이고, 우리들의 또 다른 가족이라는 걸 깨달았다.

서명운동 후 세월호 가족과 함께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순천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서로를 안아주고 위로하며 눈물로 마무리했다. 아픔과 고통을 견뎌야하는 가족들에게 투박한 남성 노동자들의 위로가 부족하리라 생각돼 병원 수녀님들과 자원봉사 여사님들과 함께 가족들을 맞았다.

병원 로비에 천만인 서명운동 현수막을 걸자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의 발걸음이 서명대로 몰려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수액을 달고 내려온 환자들,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인 고객들, 병문안을 오신 손님들, 청소를 하던 노동자들, 환자를 안내하던 수녀님과 자원봉사자들, 실습 중인 간호 학생들, 업무 중 찾아온 직원들이 서명으로 힘을 보탰다. 아파서 병원을 찾은 연로한 어르신들도 힘내라는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으셨다.

지난 5월 9일 중식시간을 이용해 직원식당 앞에서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특검 및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노란 리본 500개를 제작해 직원과 환자, 보호자, 실습 학생들에게 달아줬다. 직원들은 가족대책위 호소문을 보며 한마음으로 아파하고, 애도했다.

병원을 찾는 고객을 대상으로 각 병실과 진료 부서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계속 진행 중이다. 1000만을 넘어 전국민이 서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세월호 가족은 우리의 가족이다. 우리가 아파하며 눈물 흘리는 것은 내 아들이고 내 딸이며, 뜨거운 피를 나눈 형제자매이기 때문이다. 세월호와 같은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가족으로 하나가 돼야 한다. 이 나라 이 땅의 모든 아들 딸들이, 우리 부모님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희망한다.

세월호 사고가 참사가 되기까지 뒷짐만 지고 있던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기레기, O피아 시리즈,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소중한 생명들을 잊을 수 없다. 영원히 잊지 않겠다.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을 위해 미약하나마 끝까지 함께 하겠다.

박윤석/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 성가롤로병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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