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8일째 되는 1일 오후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단원고 2학년10반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루룩 흐르는 폭염속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을 19일째 잇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노숙농성을 잇고 있다. 기온이 34~5도를 웃도는 여름의 한복판. 지열이 식지 않는 콘크리트 도시에서 체감온도가 40도를 오르내리지만,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세월호 가족들의 목소리는 더 커져간다.

세월호 유가족 연인원 24명이 지난 7월 14일부터 단식과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식을 진행하던 가족들이 쓰러지면 다른 가족들이 계속해서 뒤를 이어 단식을 시작했고, 8월 1일 현재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 2인이 폭염 속 단식을 전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단식 노숙농성이 8월 1일 현재 19일차를 맞았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노숙과 단식을 시작했고 이에 노동자와 시민사회도 동참하고 있다.

빗줄기가 쏟아지는 장마철을 뚫고 폭염이 기승을 부린 1일 광화문농성장에는 수백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모여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농성장에 운집한 노동자와 시민들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에게 참여하거나 직접 운영하며 세월호 가족들 곁을 지켰다.

8월 1일 서울은 굉장히 더웠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온몸에 땀이 흘러 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 대학생통일행진단 성원 수십 명이 짐을 싸들고 이곳 광화문 농성장으로 휴가를 왔다. 몇시간이던 하루던 며칠이던 농성에 결합하러 온 노동자와 시민, 종교인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 한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와 수녀 등이 모여 농성천막에서 기도회를 갖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정오경 농성현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기도회가 ‘절망에 빠진 이의 이야기는 바람에 날려도 좋단 말인가’(욥기6)란 주제로 열렸다. 한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와 수녀 20여 명이 모여 정오를 농성천막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불교 승려와 신도들도 같은 시각 중앙 앞에 모여서서 두 손을 합장한 채 세월호 가족들의 소망이자 온국민의 바람인 416특별법 제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농성장 한쪽에는 6.16 참사 희생 학생 사진전 ‘하늘로 간 수학여행’이 마련되고 있다. 단원고 2학 학생들이 4월 16일 새벽 세월호에 타는 순간부터 배 안에서 친구들과 밝게 웃는 모습이 보인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고 학생들은 당황한다. 구조를 기다리며 친구와 부모님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자신들의 상황을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한다.

“내가 왜 수학여행을 와서,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살고 싶은데, 나 울 것 같은데, 나 무섭다고, 욕도 나오는데, 어른들한테 보여줄거라 욕도 못하고, 진짜 무섭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데, 나 살고 싶습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_김동혁 학생이 동영상에서 하는 말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가족이 참여하는 특별법 제정, 성역없는 진상규명, 철저한 책임자 처벌, 참사 재발 없는 안전사회 건설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박근혜정권과 집권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법을 거부하고 있다.

▲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부 시민들은 노란우산을 들고 '단원고 2학년 17반 박예슬전'이 열리고 있는 효자동 서촌갤러리로 향했다. ⓒ 변백선 기자
▲ 한 시민이 예슬양이 디자인한 하이힐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성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농성장 정면 서명대 옆에서는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마지막 영상이 상영됐고, 교보문고 쪽 유가족 휴게실 앞에서는 예술 활동가들이 대형천막에 노란리본과 별, 꽃, 풍선 등을 아름답게 그리며 안타깝게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했다.

하루 동조단식에 나선 노동자와 시민들은 광화문과 시청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수사권 기소권 보장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적힌 몸자보를 한 채 농성장 주변 길을 산책했다.

19일차 농성현장에서 ‘엄마들의 노란손수건’ 카페 회원을 만났다. 송승연 씨(42세)와 함께 노란우산을 들고 광화문광장을 나서 효자동 서촌갤러리까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노란손수건을 머리에 쓰고 있다. 노란손수건 엄마들은 날짜를 정해 유가족들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는 많이 울었어요. 그러다가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나섰죠. 제가 안산에 사는데 제 지인이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거든요. 사건이 발행하고 한참 있다가 그 아이가 팽목항에 간다는 말 듣고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같이 고기도 먹고 제가 얼굴을 아는 아이니까 그 아픈게 더하더라구요.”

▲ 예술 활동가들이 대형천막에 그림을 그리는 등 대학생통일행진단 성원 수십 명과 농성장을 꾸몄다. ⓒ 변백선 기자
▲ 대학생통일행진단 학생들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국회 단식농성에 대해 노숙자에 비유한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을 규탄했다. ⓒ 변백선 기자
송 씨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성장과 경쟁에만 포커스를 맞춰 왔다고 지적한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그동안 뭘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잖아요. 이렇게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길게 가더라도 국민의 생각을 반영해서 제대로 해결하는 그런 경험을 우리가 해봐야 돼요.”

“돈보다 생명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그런 가치를 정립해야 합니다. 우리 다시는 이런 일을 용납해선 안돼요. 과거에 늘 아이들이 죽은 걸 그냥 묵인하고 용인하고 그래서 더 큰 일들이 생긴 거에요. 우리가 뭐라고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만들어야 해요.”

노란우산을 받쳐들고 걸어 도착한 곳은 효자동 서촌갤러리. ‘단원고 2학년 17번 박예슬전’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박예슬 양이 그린 그림과 디자인 작품과 생전에 부른 노래를 모아 전시한다.

예슬양의 꿈과 소망,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하이힐 디자인,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의 구도, 자신이 남자친구와 함께 입고 싶은 옷 디자인 등에 담겨져 선보이고 있다. 채 피워보지도 못한 여학생의 곱고 아름다운 꿈의 흔적을 보며 사람들은 감동 받고 눈물 짓는다.

오후 4시부터는 노란엽서쓰기 행사가 펼쳐졌다. 깊은 슬픔을 이겨내며 행동과 실천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내는 엽서를 쓰며 노동자와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철저히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하고 그 길에 함께 하겠다는 응원의 글을 썼다.

▲ 농성장 한쪽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8배를 했다. ⓒ 변백선 기자
오후 7시30분 광화문 농성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에 하루 동조단식으로 참가한 노동자와 시민들, 종교인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며 농성 19일차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대련 학생 140여 명은 오늘(8월1일)부터 15일 간 전국을 돌며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하고 반전평화를 실천하며 연대를 배운다. 이들은 오늘 오후 1시 안산분향소에 집결해 오후 광화문 농성장에 결합했다.

“이번 휴가는 광화문 농성장으로_세월호 유가족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 20일차인 8월 2일 국민들이 광화문 농성장으로 휴가를 온다. 이날 오후 1시부터 농성현장에서 강연, OX퀴즈, 백일장, 음악회가 이어진다.

한편 세월호 투쟁에 대해 노동자들도 연대와 실천으로 함께 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지부는 오는 8월 4일부터 3~40명씩 돌아가며 광화문광장 단식에 함께 한다.

민주노총은 가맹산하조직에 광화문광장 농성에 결합하자고 지침을 내렸고, 총연맹 사무총국도 매일 농성현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 19일차인 8월 1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김성민 본부장과 간부들이 상경해 1박 2일 함께 농성하고 있다.

▲ 해가 저문 광화문 농성장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린 가운데 참석한 시민, 노동자들이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 변백선 기자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108일째,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19일째인 1일 밤이 저물어 갔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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