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님, 낮은 데로 임하소서!"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과 장애인,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교황 방한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노동과세계
“프란치스코 교황님, 낮은 데로 임하소서!”

광화문광장과 그 주변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장애인,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고통받는 노동자·국민과 함께 해달라고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낮은 데로 임하소서! 광화문 농성 이웃 방문 호소 기자회견’이 8월 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회견에는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족, 장애인,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가 길거리로 쫓겨나고 폭력을 당하는 사회, 자본과 권력이 제도와 권력을 갖고 사람에 값을 매기고 등급을 매기는 그런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말하고 “세월호에 탔던 우리 아이들의 영혼도 제도와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께서 한국에 오시는 것은 그냥 이곳에 다녀가시는 것이 아니고 늘 말씀하신 평화와 평등과 사랑을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돈과 권력에 의해 사람이 철저하게 박해받고 탄압받고 상처입고 차별받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잘못된 한국사회에 큰 변화가 와서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그런 가치가 중요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우리는 행사를 방해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아프고 상처입고 탄압받는 모든 이들이 교황님의 방한을 축하하며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에게 모든 사태를 빠른 시간 내 해결하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큰 변화가 와서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가치가 중요시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노동과세계
최진미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자식을 아직도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곡기를 끊어 23일째 단식을 하는 부모님들이 저기 계신다”고 말하고 “내 아이와 왜 죽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는 요구, 4월 16일 전과 후는 달라야 한다는 요구를 갖고 여기까지 왔다”면서 “교황께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자비로운 손길을 내밀어 희망을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박경석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교황께서 8월 16일 여기서 시복식을 하고 꽃동네에 가셔서 장애인들을 위로하신다는데, 2년 간 광화문 해치광장 지하에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24시간 활동보조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우리의 투쟁이 물거품이 될까, 물좋고 산좋은 대규모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살고 생존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질까 두렵다”고 말하고 “꽃동네 말고 광화문광장에 오셔서 살려는 우리를 만나주시라”고 촉구했다.

이종탁 희망연대노조 위원장은 “케이블방송 원청이 노조파괴에 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이넨스센터와 티브로드홀딩스가 있는 흥국생명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전하고 “노동자의 노동3권과 정당한 쟁의행위는 그 누구도 부정 못할 권리”라면서 “교황님의 방한을 계기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이 종식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교황께 드리는 편지’ 낭독을 통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절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농성 상황, 케이블방송 씨앤앰과 티브로드 노동자들의 투쟁을 강조하고, 사태 해결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곡기를 끊은 채 목숨 걸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사진=노동과세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찬미 예수님!

교황 성하가 이 땅에 방문하신다는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었습니다. 여기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성하께서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시기 이전에 우리가 이 땅에서 지금 받고 있는 고통에 먼저 귀 기울여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우리 가운데 신자인 자도 신자가 아닌 자도 있습니다만, 여기 핍박받고 소외된 우리들은 우리가 울부짖을 때에 응답하시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우리 중 일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습니다. 양떼를 잃은 목자인 당신께서도 단 한 마리 양을 찾는 일에 전력을 다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을 닮아 한 명 한 명이 더 없이 소중했던 우리의 자식, 부모, 형제와 자매를 잃었습니다. 학교 친구들과 또는 가족들과 떠난 여행길이 이 세상에서 걸었던 마지막 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탄 배가 왜 침몰했는지, 그리고 왜 단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식사를 중단했습니다. 침식을 잊고 지낸 지 넉 달이 다 되어가는 육신이 차츰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세운 이 나라에서는 진상을 덮으려 하고 우리에게 침묵을 종용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습니다. 이웃의 곁에서 애통해 하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는 불의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교황 성하. 하느님 당신의 나라에서 이루어질 정의로 우리의 궁핍한 처지를 돌보아 주십시오.

우리 중 일부는 장애가 있습니다. 우리는 한 명씩 한 명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느님 당신의 자녀들 사이에는 어떠한 차등도 없을 테지만, 이 땅에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등급을 매겼습니다. 그 등급에 따라 활동보조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을 방법이 사라졌습니다.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타 죽은 이가 있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가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땅에 사는 것이 죽음과 마찬가지여서, 죽는 길이 사는 길이어서 교회에서 말하는 크나큰 죄악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기는 저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더 큰 등급을, 비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또 다른 등급을 매기는 자들입니다. 교황 성하. 저들에게 끊임없이 주었던 그리스도의 실천적인 사랑을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 중 일부는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광화문의 높은 빌딩에 자리를 잡은 투기 자본과 대기업의 탐욕은 식구를 먹여 살리는 가장이거나 자립을 이제 막 시작한 여성노동자거나 가리지 않고 집어삼켰습니다. 연대성의 원리에 기반해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노동조합을 해체하려고 합니다.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설치, 송출, 수리하는 노동자들이 한창 일해야 할 일손을 놓고 뙤약볕 아래 거리에 나와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교황 성하. 희망이 들어설 틈이 없어 절망하고 있는 저희에게 손을 내밀어 거리에서 함께하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교황 성하. 우리와 함께 울어주십시오.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과 다 겪은 후에야 끝나게 될 우리의 시련을 위해 울어주십시오. 우리와 함께 기도해 주십시오. 성하께서 집전하시는 미사를 치장한다는 이유로 저들이 우리를 광장에서 쓸어내는 일이 없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를 찾아와 주십시오. 익숙해지지 않는 우리의 고통을 위로해 주시고 길거리에 나와 탄원하는 방법밖에 찾지 못한 우리의 어리석음과 우리를 몰아낸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멈추지 않는 분노를 깨끗이 용서해 달라고 우리 주님께 청원해 주십시오.

그리스도의 평화가 우리와 함께, 또한 교황 성하와 함께하기를 빕니다.

2014년 8월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 장애인 ∙ 빈민 ∙ 케이블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 일동

 

The Open letter to Pope Francis

Benedicamus Domino!
Your Holiness,
We were so happy to hear that you would visit Korea. We beseech you to listen closely to our suffering before serving Mass at Gwanghwamun Square in your visit. Though some of us here are not Catholic, we all believe in God who always answer our prayer when we ask for him in persecution and disadvantage.

Some of us lost our beloved family members. We learned that Jesus, my shepherd never gives up searching for one lost lamb. We lost our loved children, parents, brothers and sisters, each of whom, created in God's image, was most valuable.  The trip with friends or family members became their last journey in this world. We still do not know why the ferry where our beloved ones were on board sank and why none of them was rescued. Bereaved family members lost their appetite, even their will to eat. Almost four months have passed since their deep sorrow took away their daily routines of eating and sleeping. Every day, they get weaker and weaker. The people in power only try to hide truth and force us to remain silent. This country is overwhelmed with blunt injustice, arresting and suppressing those who lament for their neighbors. Your Holiness, please help us in suffering with my Lord's justice in heaven.

Some of us have disabilities. Every day, we are dying one by one. While there must be no discrimination among children of God, here on the earth, we are subjected to ratings according to man-made rules. Some of us were left without any means to have appropriate help from activity assistant, due to this arbitrary disability rating. Some of us were burned to death as they were not able to escape the fire by themselves. Some of us chose death. It is not because we do not know the sanctity of life. As for soma of us, the life here is no more than death, and the only way to live like a decent human being is to choose death, they ended up committing the worst sin in terms of how churches see it. Those who rate people with disabilities do not hesitate to discriminate people with disabilities and people without disabilities, and furthermore, to rate among people without disabilities.     Holy Father, please teach them the practical love of our Jesus Christ who never stops loving us.

Some of us lost jobs. Speculative capital and greed big companies occupying high-rising buildings in the Gwangwhamoon area have indiscriminately gobbled up the weak from the middle-aged men who strived to feed their family to young female workers who merely began to stand on their own feet. They have tried to destroy labour unions, hard-organized by workers' united efforts on the basis of 'The principle of Solidarity‘. Today, tech workers who have been engaged in installing, transmitting, and repairing cable TVs and internet services, downed tools and have been staging a sit-in protest in the scorching heat for days. Your Holiness, please help us. Please offer your hand of mercy to be with us desperately struggling in the street when there seems to be no hope at all.

Holy Father, please cry with us here together. Please cry for those we lost and for our suffering which will be over only when there is no more to come next. Please come here and pray for us together. Please pray for us and protect us from being swept off from the square under the name of preparing your Mass here. Please come to us. Please pray for us to my Lord to console our grief which we can never be indurated and forgive poor us who know no other way than coming out onto the streets and who hardly let go of lasting anger towards those who drove us out.
May the Peace of Christ go with us and Your Holiness.

5 August 2014

Joint letter from the Gwanghwamoon Square sit-in protesters including those who are committed to remembering and addressing the Sewol ferry incident, people with disabilities, and cable TV industry 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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