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이 '지정취소'한 안산동산고, 교육부가 '재지정' 재평가 앞둔 서울도 "같은 꼴 날라..."

 

▲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을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의3 내용. ⓒ 최대현

교육부가 결국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1곳의 지정을 연장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특히 경기교육청이 교육부가 마련한 지표에 따라 운영성과 평가를 실시한 결과 합격점인 70점을 받지 못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린 안산동산고에 대해서도 지정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경기교육청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었던 근거는 교육부훈령 34호(자사고 지정협의에 관한 훈령)다. 이 훈령은 시·도교육감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를 새로 지정하거나 기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하고 있다.

  
자사고 지정권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엔 '교육감', 교육부훈령엔 '교육부장관'

그런데 이 훈령이 상위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적 조항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 3·4·5항을 보면, 교육감은 5년마다 시·도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사고의 운영성과 등을 평가해 지정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될 때는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교육감에게 지정 취소 권한이 있는 것이다.
 
다만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는 교육부장관과 ‘협의’를 하도록 했다. 훈령에는 지정취소에 필요한 절차와 방식 등의 사항만을 위임했을 뿐이다.(시행령 91조의3 7항).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달 22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자사고를 취소할 수 있는 최종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훈령은 자사고 지정취소의 최종권한을 사실상 교육부장관이 행사할 수 있게 했다. 교육부 훈령에는 교육부장관이 ‘부동의’를 할 경우 시·도교육감은 해당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할 수 없다(11조의2)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가 안산동산고의 지정을 연장한 것은 이 훈령을 적용한 첫 사례다. 
 
이렇게 교육부가 ‘협의’가 아니라 사실상 ‘합의’를 강제하는 것은 시행령의 위임범위를 넘어선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점은 지난 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에서 열린 황우여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지적됐다. 당시 황 후보자는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실질적으로 합의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 훈령에는 교육부가 자사고 지정취소에 ‘부동의’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어떠한 절차나 권한도 명시돼 있지 않다. 교육부의 ‘부동의’ 의견이 사실상 최종 결정이 되는 셈이다. 이는 자사고를 처음 지정할 때 교육부가 ‘부동의’해도 해당 학교가 ‘부동의’ 사유를 개선해 다시 지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에 비하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경기교육청 "유감", 서울교육청 "지정취소 부동의하면 법적으로 따져 봐야"
  
경기교육청은 “교육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교체제 개편과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의 방향’ 토론회에서 기자와 만나 “법률적인 문제는 있다고 보지만 일단 교육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자사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안산동산고가 자사고로 재지정됨에 따라 오는 10월 자사고 재평가를 앞두고 있는 서울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다.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해도 교육부가 훈령을 앞세워 지정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승일 교육부차관은 장관 직무대행을 맡던 지난 7일, 여의도에서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로 만나 “자사고가 고등학교 교육의 모범사례가 되어 달라”고 당부하는 등, 자사고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현한 적도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은 시행령에 따라 교육감에게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만약 재평가 결과 지정이 취소된 학교를 교육부가 훈령을 앞세워 부동의한다면 법률적 판단을 물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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