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여-야 재합의에 대한 세월호 가족대책위 총회 결정사항] 여야 재합의를 거부하며 대통령과 국회에 호소합니다.

 

2014년 8월 20일

270 중 176 가정 참여.
어제 여야 재합의 사항은 이미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오늘 총회는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이냐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투표를 했다. 가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위원회 특별법안을 주장하는데 여야는 검토조차 않고 특검 얘기만 하고있다.

이걸 계속 올곧게 주장할 것인지 여지를 두고 실질적인 진상조사가 가능한 기구를 요구할 것인지를 투표했다. 압도적으로 원안을 고수하기로 하며 기존 주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우리 주장이 잘 알려지지 않은 채 특검 얘기만 돼서 재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확신을 갖고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고민 중이다. 유민 아빠 단식도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과제와 계획은 임원회의에서 논의 후 가족들의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적극적인 가족의 행동계획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동 제안이 포함될 것이다.

[질의응답]

✓ 투표결과를 알려달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므로 비율로만 말하겠다. 176가정 참여. 원안 관철 132. 탄력있는 안 검토 가능 30. 기권 14.

✓ 유민 아빠의 단식은 계속되나? 
말리고 있지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박영선 의원 면담은? 
오신 걸 가시라 할 수 없어서 20분 가량 만났다. 여당은 연락 없었다.

✓ 총회 진행 내용은? 
경과보고를 먼저 하고, 우리가 제출한 안과의 비교 설명 후 질의응답이 있었다. 이후 일정에 대한 가족들의 의견 피력 후 투표했다.

✓ 이후 계획은?
결정 안된 걸 말할 순 없다. 대략의 방안은 있다.

✓ 몇시간동안 진행되었나?
2시간 가량. 들어갈 때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하고 들어가서 정확하지 않다.

✓ 총회 정족수?
학생 270 중 176 가정 참여하였다.

✓ 특검 추천권에 대해서?
우리는 답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제출한 안도 아니고 설명도 없었다. 수사권 기소권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진산규명을 위한 수단이다. 무언가 던지고 받을래 말래 묻지마라.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하다면 설득하라. 그러기 전에 우리가 얘기할 가치가 없다.

✓ 야당이 다시 안을 가져오면?
특검 추천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에서 후퇴한 안에 대해 우리가 답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

✓ 대화창구는?
우리는 여당과 만나고 싶다. 내일이라도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 계속 요구했으나 여당이 거부해왔다.


여야 재합의를 거부하며 대통령과 국회에 호소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실종자 10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유민이 아빠는 사십일 가까이 죽음의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가족들보고 정치의 한 가운데에서 흥정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우리는 지치고 고통스러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약 130일을 버텨왔습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들에 왜 죽을 수밖에 없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야 했습니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앞으로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청와대, 국회, 광화문 등지에서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쳤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곳곳을 돌며 400만의 서명을 모아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입법청원하였습니다.

5월 16일 청와대에서 우리 가족들을 만나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국회에서 애끓는 유족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반영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고, 5월 19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눈물로써 했던 대통령의 약속을 우리는 믿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정조사에서 요청된 자료의 5% 미만만을 공개하고, 청와대가 재난콘트롤타워는 아니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대통령을 만나고자 하는 가족들의 절규에 답하지 않고 청와대 2,000미터 밖에서 가족들을 가로막음으로써 답했습니다.

4월 29일 본회의 결의를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해 사고의 원인과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또한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불법 행위자 전원과 직무를 태만히 한 공직자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하였던 국회의 약속을 우리는 믿었습니다. 그러나 참사 초기 그 어떠한 적극적인 역할도 전혀 하지 않았던 국회는 즉각적인 진도 방문, 관련 모든 증인의 채택, 가족들과의 협의체 구성 등 가족들과의 거의 모든 약속을 어기고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었고, 4.16 참사 특별법안 논의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국민의 생명을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는 것으로 답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세월호 피로감’을 이야기하며 이제 그만 죽은 넋들을 놔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지치고 힘든 우리들은 여기서 주저앉는 것이 죽은 넋들을 두 번 죽이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죽음들에 눈감는 것임을 압니다.
어떤 분들은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월호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민생고, 생계고에 시달려왔고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은 세월호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만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압니다.
또 어떤 분들은 우리들이 ‘시체장사’를 하고 있다느니 몇 십억을 받았다느니 하며 마타도어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한 진상 조사를 끝까지 주장하는 것이 배보상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과, 근거 없이 돈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은 진상규명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와 국회가 그동안 ‘세월호 피로감’, 경제 활성화, 무리한 배보상 이야기를 퍼뜨리는 데 앞장서거나 우리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에 침묵하여 왔음을.

우리는 단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4.16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나라가 건설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책임 있는 모든 사람과 기관이 조사되어야 하고, 관련 있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독립성, 전문성, 강제적 권한, 다양한 조사방법,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갖춘 위원회가 필요하고 강제적 권한의 핵심은 기소권과 수사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앞으로 유사한 참사를 예방하고, 설사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릴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과 야당, 정부의 주장 혹은 우리 특별법안에 대한 비난들 속에서 더 철저한 진상규명은 어떻게 가능한지, 국민을 더 살릴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특별법안의 상당 부분을 후퇴시킨 후 이제 와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 했다는 잘 이해하기도 힘든 정치 기술적 언어에 답하라고, 동의하라고 강요합니다. 참으로 잔인하고 비겁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답해야 할 사람은 우리들이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 국회와 정부입니다.

하나, 대통령과 청와대는 가족들을 직접 만나 지난 3개월 동안 대통령의 약속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답해야 합니다. 만약 지켜지지 않았다면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합니다.

둘, 국회는, 여당과 야당은 함께, 본인들의 논의와 합의가 가족들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여 왔는지를 밝히고, 본인들의 논의와 합의 내용이 가족들의 특별법안에 비해 어떻게 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셋, 국정조사과정 등에서 수차례 약속했던 여당, 야당, 4.16 참사 피해 가족들 간의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3자 협의체를 즉각 구성, 가동하고, 국정조사 특별법 제정, 특별법상 4.16 참사 특별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진상조사, 수사와 기소 등의 전반적인 활동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여야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다림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2014년 8월 20일

세월호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세월호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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