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철도파업이 불법이었다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예고된 파업은 업무방해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기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와 상반된 결과입니다.

아무리 대법원 판결이라지만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핵심적인 판단 대상은 판단 근거들이 명확히 남아있고 파악이 단순한 사실관계였습니다.

법조계와 노동계는‘대법관 마음대로 위법하게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합니다.

김종훈 피디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09년 철도파업은 불법이다.”

지난달 20일과 26일 대법원 3부가 내놓은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당시 노조가 공사측이 파업에 대비할 수 없도록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해 심대한 혼란,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2011년 3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만들어진 기존 대법원 판례의 불법파업 구성요건, 다시 말해 파업 돌입의 전격성과 그로인한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 발생 여부에 따라 파업의 불법성을 따졌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기존 판례를 사실상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사실관계를 조작한 판결이 아니냐는 의심도 가능할 정도로 문제가 명확한 판결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
“이 사건 대법 판결은 법원조직법을 위반해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치지 않고,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에 반하는 그런 판결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대법원이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객관적인 징표를 숨기고 그것을 외면한 결론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판결을 조작했다고 비난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판결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핵심은 대법원 3부의 판단대로 2009년 철도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입니다.

2009년 철도파업은 그해 11월 26일부터 시작됐지만 한달 전인 10월 23일까지 노동위 조정과 총파업 찬반투표까지의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진행된 단체협상도 결렬됐고 사측인 코레일 공사는 아예 단체협약 일방 해지를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사실관계가 이러함에도 사측이 파업 강행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대법원의 판결은 무지하고 무능해서 상황 예측을 못한 자를 보호하려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용자가 무능해서 잘못된 판단(파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을 하면 유죄가 되고, 사용자가 유능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면 무죄가 된다는 희한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조정과 파업 찬반투표, 단협 결렬 외에도 파업을 예측하게 하는 일들은 더 있었습니다.

이미 9월에 한차례 파업이 있었고, 이후에도 노조가 수시로 파업 예고를 하고 사측이 비상대책을 수립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사측이 노조를 자극해 파업을 유도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
“이것은 2011년도에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일부 제한적으로나마 보장하기 위한 판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 스스로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화시키기 위한 의도 이외에는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판결로 보고 있습니다.”

   
 

부당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3부의 판결은 이미 대법원의 다른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09년 철도파업과 관련해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노동자들이 징계가 합당했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들이 참여한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한 대법원으로부터 구제를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대법원 판결 이후 두번의 상고심이 열렸지만 모두 노동자들이 패소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파업의 전격성에 대한 사실관계 판단을 사측에 유리하게 함으로써 불법파업의 요건을 제시한 대법원 기존 판례를 무력화했습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
“내용상으로 기존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사실상 뒤집은 건데 대법원이 법을 위반해서 판결을 한 것이죠. 기존의 판례와 다른 판결을 내리려면 또 전원합의체를 열어서 해야 하는데 기존의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토대로 판결한다고 설명을 하면서도 결론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기존 전원합의체 결정 사안을 소부에서 뒤집는 것이 위반인가?) 법원조직법에 보면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을 할 때는 전원합의부에 회부를 해서 거기에서 결론을 내리도록 그렇게 돼 있습니다.”

   
 

[김재식 변호사]
“소부가 만약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바꿔서 판결의 취지를 일단 바뀐 판결 과거 판결에 따라서 이 사건을 재단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소부에서는 형식적으로나마 일단 2011년 3월 17일 판결을 따라서 판단했거든요. 그런데도 대법원이 굳이 사실관계에 관한 판단에 개입해서 위력(업무방해)이네 아니네 이런 것들을 판단했다는 것이 조금 이례적이긴 해요.”

   
 

내일(4일)도 노동자 31명의 징계에 대한 상고심이 대법원에서 열립니다.

국민TV 뉴스 김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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