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자들 살아갈 정의로운 사회 만들자”

 

▲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교사들이 13일 오후 보신각에서 교사대회 뒤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위). 서울 청계천 광통교 부근에서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08배를 하고 있는 교사들(아래). ⓒ최대현

“뎅~”
  
13일 오후 4시8분. 서울 청계천 광통교 일대에 징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소리에 맞춰 전국에서 모인 1000여 명의 교사들이 일제히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전교 부근에서 광교사거리 방향으로 청계천로의 2개 차선 250미터를 가득 메웠다. 

  
세월호 희생자·실종자 추모, 특별법 제정 촉구하며 108배
  
“안산 단원고 2학년9반 학생과 교사를 기리는 10배를 합니다. 꽃 같은 우리 제자들과 동료 선생님들이 왜 죽었는지 우리는 꼭 알아야겠습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김성애 전교조 조직실장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려퍼졌다. 이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51일째 되는 날이다. 
  
교사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일반인 탑승객, 안산단원고 2학년 10개 반 학생과 교사, 아직도 돌아오진 못한 실종자들을 위해 각각 10배를 했다. 이어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4·16이후 다른 교육과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담아 30배를 올렸다. 이렇게 교사들은 차례차례로  108배를 모두 올렸다. 
  
‘108배’는 전교조가 이날 보신각 광장에서 연 ‘수사권·기소권 보장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전국교사대회’의 마지막 순서였다. 전교조는 지난 달 30일 70차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국교사대회를 열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교사들은 앞서 열린 교사대회 결의문에서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은 수수방관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정당들은 세월호특별법을 정치적 흥정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학생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 학생이 살아갈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받고 효율보다는 안전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교사들은 그 다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를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집중행동 주간'으로 정해 점심 단식수업, 노란리본 달기, 학교앞 서명운동 등을 펼치기로 했다. 참사 5개월을 맞는 오는 9월16일에는 공동수업과 노란테이블 운동 등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약속을 정하고 함께 실천하는 운동도 벌이기로 했다. 

  
9월15~19일 '세월호 집중행동 주간' 
 

▲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108배를 올리는 교사들     © 최대현


교사들은 최근 일부 극우단체들이 보인 폭식집회 등 행동을 염두에 둔 듯 “유가족, 희생자들을 모욕하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과 서열중심의 교육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혁이 전교조 경기지부 광명지회장은 단상에 올라 “광장에서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데 옆에서 치킨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도 일베 회원이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우리 교사들의 몫”이라며 “세월호특별법 제정에만 머무르지 말고,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어떤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학생과 토론하고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회에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석해 교사들에게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단원고 2학년3반 김도언 학생의 어머니는 “도언이의 장래 희망은 활발하고 친근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살아 있었다면 나중에 선생님이 돼 존경하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도언 어머니는 “우리 아이들이 수장된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진실을 밝히지 않는지를 선생님들이 앞장서서 밝혀 달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왜 기소권과 수사권이 중요한지 꼭 알려 달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진실규명과 진실”이라고 호소했다.
  
같은 반 정예진 학생의 어머니도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억울하게 갔다. 다시는 이런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훈 위원장 “특별법 제정될 때까지 명예퇴직 말아달라”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전교조 교사들의 실천을 특히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교사들을 기소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박근혜 정권이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50~60대 조합원 교사들을 향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되고 책임자가 처벌 받을 때까지 명예퇴직을 하지 말아달라. 정년퇴임 때까지 10년만 더 전교조 활동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사대회를 마치고 청계천으로 이동해 108배를 모두 마친 교사들은 시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옮기는 교사들의 등에는 ‘약속할게요. 진실을 밝히겠다고, 사회와 교육을 바꾸겠다고’라는 글귀가 적힌 노란 테이블보가 둘려 있었다. 
 

▲ 서울 보신각광장에서 열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교사대회    ©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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