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R 자본, 결국 사람을 죽이는 비극 만들었다"

민주노조 혐오와 노동탄압으로 직장폐쇄 다섯달째 이어가던 KBR 자본이 결국 사람을 죽이는 비극을 만들었다.

10월1일 오전 노조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KBR지회 한 간부의 부인(43)이 집에서 자결했다. 고인은 메모지에 남편에게 보내는 유서와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유서 두 장을 작성했다. 

고인은 유서에 ‘애들 잘 부탁하고, 애들은 당신이 꼭 키워야 한다’며 ‘돈은 얼마없다. 힘들었다’라고 남겼다. 고인은 중학교 3학년생인 딸과 고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에게 ‘엄마가 없어도 동생이랑 잘 지내기를 바랄게’라며 ‘사랑한다 아들, 딸. 정말 미안해…’라고 남겼다.

고인은 자결하기 전 주변 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인 한 아무개 조합원에 따르면 고인과 평소 다툼도 없었으며, 우울증 등 지병은 없었다.

▲ 10월1일 노조 경남지부가 케이비알 현장에서 조합원 가족 죽음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지부는 이번 사태를 이종철 KBR자본에 의한 타살이자 자본가의 탐욕과 노동탄압이 만들어 낸 비극이라 규정짓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경남=정영현

KBR 사측은 노동자를 벼량끝으로 내 몰았다. KBR은 지난 2012년 조합원 여섯 명에 대해 손배가압류하고, 고인 남편의 통장도 가압류했다. 한 아무개 조합원에게 출근정지라는 징계를 내려 생활고를 불러왔다. 회사는 그동안 ‘폐업한다, 직장폐쇄한다’ 등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가정통신문을 집으로 보냈다.

박태인 지회장은 “손배가압류 처분이 처음왔을 때 집에서 깜짝 놀랐다”며 “고인은 손배가압류사실을 알고 많이 힘들어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노조 경남지부는 이번 사태를 이종철 KBR자본에 의한 타살이자 자본가의 탐욕과 노동탄압이 만들어 낸 비극이라 규정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지부는 “KBR자본은 제2, 제3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교섭에 적극 나와서 문제를 해결하라”며 “이종철 회장과 KBR자본의 변화가 없다면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BR지회는 월9만5천원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 중에 있다. 회사는 지난 2011년 사상최대의 흑자를 내고도 2012년 임금을 동결했다. 회사는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 요구는 무시하고 가족 주주들에게 2011년 16억1천만원, 2012년 4억2천만원을 배당했다.

사측은 지회의 요구에 직장폐쇄로 응답했다. 지난 4월 29일 1차 직장폐쇄에 이어, 지난 5월 교섭에서 ‘노동조합이 투쟁을 해서 임금이 올라가며 버릇이 돼서 안 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2013년 임금은 동결이고, 2014년 임금도 동결이다’라고 밝혀 교섭을 파행으로 몰았다. 지회는 현장 복귀 후 지난 5월 7일 파업에 돌입했으며, KBR사측은 지난 5월16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지회 사무실의 전기마저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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