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사망 정씨 유족, 한달 넘게 1인시위

 가장을 잃은 한을 풀어달라는 하소연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고 정범식 씨(45)는 현대중공업 선행도장부 블라스팅 작업장에서 숨졌다. 작업용 에어호스에 목이 감긴 채 숨진 정씨를 두고 울산 동부경찰서는 자살로 내사종결했다.

정씨의 아내 김희정 씨(45)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지난 8월 20일 회견을 열어 울산지방검찰청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씨는 이날 이후 매주 울산에 내려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한다. 새벽 6시 30분 이른 아침부터 현대중공업 정문과 중전기문, 전하문에서 1인 시위를 한 뒤 동부경찰서에서 항의시위를 한다.

 

▲ 고 정범식씨의 아내가 출근길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상원 기자

 

뚜렷한 목격자도, 증거도 없는데 경찰은 정황으로 자살로 처리했다. 김씨의 수사기록 요청에는 자살로 확정한 수사결과만 담은 보고서 약 30페이지를 공개했다. 경찰이 공개한 자료엔 부부가 문자메시지로 다툰 내용과 신용카드 요금 체납 등 경찰이 자살로 확정한 정황만 담겼다.


김씨는 “20년 가까이 살면서 사소하게 다투지 않는 부부가 어디 있느냐”며 “신용카드 요금도 울산으로 일하러 가기 전에 모두 냈다”고 경찰이 자살로 몰만한 자료만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찰에 여러 번 전체 수사보고서 공개를 요청했고, 번번이 거절당하다가 지난달 29일에야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받았다. 김씨는 “보고서를 보니까 왜 공개를 안하려 했는지 알겠다”며 “처음부더 자살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더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공개한 자료에는 김씨 주장처럼 의아한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경찰은 1차 참고인 조사 때 시종일관 “정씨가 목을 맸다”고 마치 정씨가 스스로 목을 맨것처럼 말했다.


경찰은 정씨의 목을 감은 에어호스가 작업장 핸드레일에 묶였던 매듭이 인위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노조는 경찰이 주목하는 매듭은 사고 뒤 사고현장을 정리하면서 매어진 매듭이라고 주장한다. 에어호스가 수십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다른 작업자가 작업하는 상태에선 경찰이 말하는 지점에 인위적 매듭을 맬 수 없다.


유족과 노조는 30일 오전 동부경찰서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김씨는 “아이를 위해서도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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