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근로’에 대한 궁금증을 푸는 15문15답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재판부는 2014년 9월18일, 19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조합원, 9월25일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원청의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이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 근로자’라고 지위를 확인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이 판결의 쟁점인 ‘파견’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글쓴이 금속법률원>

문1. 이번 법원의 현대․기아자동차 근로자지위확인 판결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답1. 제조업 사내하청은 ‘(합법)도급’이 아니라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원청과 하청업체가 도급계약으로 위장(위장도급)하고 있지만 그 실체는 원청이 사용사업주이고 하청업체가 파견사업주인 근로자파견이라는 의미입니다.

특히, 이번 법원 판결은 2010년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에서 나아가 소위 ‘비(非) 의장공정’ 과 ‘간접생산공정’ 즉, 제조업 사내하청이 이루어지는 전 공정에서 불법파견이 행해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소위 2차 하청의 경우에도 ‘묵시적 근로자 파견계약’이 성립됨을 인정했습니다.

문2. ‘파견’, ‘위장도급’, ‘도급’ 등 용어가 너무 어려워요. 뭐가 다른 거죠?

답2. 근로자파견은 노동자가 파견사업주(하청업체)에 고용되어 있으나, 사용사업주(원청)의 사업장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를 말합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 대상업무 등을 정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근로자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서 근로자파견은 곧 ‘불법파견’입니다. 파견법에 따라 근로자파견을 하는 경우 기간은 2년을 초과하지 못 합니다.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불법파견’입니다.

도급은 양당사자 중 한 쪽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집을 건축하는 계약을 생각하면 됩니다. 집을 건축해 완성해서 넘겨주고 건축대금을 지급 받는 계약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예만 봐도 ‘제조업 사내하청을 도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위장도급’은 실제 관계는 근로자파견이거나 원청과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이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급계약의 형식으로 위장한 것을 말합니다.

문3. 그렇다면 근로자파견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무엇인가요.

답3.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제조업에서 사내하청 형태로 노동자로부터 근로를 제공받는 사용자는 이와 같은 근무형태를 ‘도급’이라고 주장하고 노동자는 ‘불법파견, 위장도급’이라 주장합니다. 따라서 도급과 근로자파견을 구분하는 기준이 중요합니다.

법원은 도급과 근로자파견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계약의 내용이 실제로 일의 완성에 대한 계약인가 ▲근로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계약인가 ▲업무수행의 과정에 있어 원청(사용사업주)의 업무수행과정에 연동되거나 종속되어 있는가 ▲실질적인 노무관리를 원청이 하는가 ▲하청업체(파견사업주)가 독립적으로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가 등을 종합해서 고려해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제시한 근로자 파견 인정 기준은 이렇습니다.

① 계약의 내용 : ▲구체적인 일의 완성(계약의 목적이 명확한지, 계약 목적에 대한 시간적 기한이 명확히 정해져 있는지 여부)에 대한 합의의 존재여부 ▲일의 완성 후 인도와 수령의 필요 여부 ▲일의 완성 이전까지 대가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파견의 경우 객관적인 일의 진척 정도와 관계없이 업무시간의 양에 따라 대가 지급 청구가 가능합니다.)

▲일의 불완전한 이행이나 결과물의 하자가 있을 경우에 이에 따른 담보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파견사업주는 인력조직이나 선발에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부담합니다.)

② 업무수행의 과정 : ▲하청업체가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 감독과 이에 수반하는 노무관리(출근 여부에 관한 감독, 휴가와 휴게에 관한 관리감독, 근로자에 대한 교육 및 훈련에 대한 부담)를 직접 행하는지 여부, ▲업무영역에 따른 조직적 구별이 있는지, 아니면 원청 노동자와 부분적인 업무의 공동수행을 하는지 ▲계약대상이 되는 일 이외의 사항에 노무제공을 하는지 여부

③ 계약당사자의 적격성 : ▲도급계약의 목적이 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전문적 기술능력, 고도의 전문인력 보유, 작업복이나 기타 보호복 제공, 노무작업 재료의 공급, 독립된 사업시설 보유)을 보유하는지 여부 ▲전문화된 영역으로 특화가 가능한지 여부

더불어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원청이 ‘위장도급’의 형태로 ‘불법파견’을 사용하는 행태에 대해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기업 사이에 추진되는 이른바 ‘사내도급’형태의 분업적 생산방식이 도급계약의 외형을 빌어 파견을 통해 공급된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면, 근로자 파견의 장기화, 상용화를 억제하여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고 합리적 고용구조를 창출할 목적으로 제정된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적용을 잠탈(몰래 빠져나감)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고용유연성과 생산효율성을 위해 사내하도급이라는 형식을 사용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에 부합한다는 사용자의 주장이 불법임을 확인해줬습니다.

문4.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등 모든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해당하는 판결인가요?

답4. 이번 판결은 자동차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나 근로자 파견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일반적인 파견의 징표를 기준으로 판단했으므로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부품업체, 전자, 철강 등 제조업 사내하청에 모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의 직접생산공정(‘Tact-Time 방식’이나 ‘대차이동방식’ 포함) 뿐 아니라 간접생산공정(생산관리․출고, 포장․보전업무)에서 근무하는 하청 노동자도 파견관계라고 판단했습니다.

문5. 서비스, 사무직 등 노동자에게 위 판결을 적용할 수 있나요?

답5. 이번 판결은 자동차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판결이나 근로자 파견의 일반적인 징표를 설명하며 공시하고 이를 근거로 ‘파견’인지를 판단했으므로 다른 업종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이번 판결 이전에 법원은 ‘물류센터 출하서기와 영선원, 보일러 및 저유원’, ‘사무지원업무, 전기・기계・방재・주차 설비 등 관리업무, 건축 영선 등 업무담당 직원’, ‘호텔 청소원’, ‘한우판매 점포 직원’ 등 다양한 사안에서 ‘위장도급인지’,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인지’, ‘근로자 파견관계인지’를 실제 관계에 따라 판단해 위장도급을 인정했습니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문6. 정규직과 혼재근무를 하지 않아도 근로자 파견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답6. 그렇습니다.

사용자들은 과거 제조업에서 법원 판결내용을 왜곡해 블록을 만들어 하청노동자만 작업하는컨베이어 시스템, 또는 정규직과 혼재근무를 하지 않는 공정들은 불법파견이 아닌 합법도급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블록화한 하청노동자들의 개별 업무 역시 전체 생산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므로 모두 근로자 파견으로 인정했습니다. 즉, 정규직과 혼재근무를 한 사실이 없어도 다른 여러 판단 기준에 따라 근로자 파견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7.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작업하지 않아도 근로자 파견을 인정받을 수 있나요?

답7. 그렇습니다.

사용자들은 과거 제조업에 대한 법원 판결내용을 왜곡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에서 작업하지 않는 공정들은 불법파견이 아닌 합법도급이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간접생산공정(생산관리․출고, 포장․보전업무) 노동자들도 ‘근로자 파견’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문8. 순차도급계약으로 소위 2차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경우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답8. 그렇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2차 하청업체가 1차 하청업체(글로비스 등)와 계약을 체결하고 원청과 외관상 직접 계약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2차 하청업체의 업무가 다른 하청업체가 담당한 업무와 동일하고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의 지휘․명령을 받았으며, 1차 하청업체(글로비스 등)가 행한 역할은 거의 없고, 2차 하청업체가 담당한 공정이 원청의 업무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경우, 원청과 2차 하청업체는 ‘묵시적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근로자를 제공․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2차 하청업체 노동자도 원청이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9. “정규직으로 의제된다”(‘고용의제’)와 “원청에 고용의무가 있다”(‘고용의무’)는 무슨 뜻인가요.

답9. ‘고용의제’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명시적으로 원청의 정규직이 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파견법에 따라 당연히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원청사용자가 원하지 않아도 이미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고용의무’란 파견법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에 자신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10. 고용의제와 고용의무는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하나요?

답10. 파견법 개정에 따라 2012년 8월2일 이후 근로자파견대상업무가 아닌 업무(제조업 직접생산공정 등)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사용자는 즉시 고용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즉, 2012년 8월2일 이후에 단 하루라도 불법파견으로 일을 한 노동자는 원청에 고용의무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2005년 7월1일 이후 입사하여 2년 동안 파견노동자로 일을 한 경우 근로자파견대상업무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파견법에 따라 원청에게 ‘고용의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2005년 6월30일 이전 입사하여 2년 동안 파견노동자로 일을 한 경우 근로자파견대상업무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옛 파견법에 따라 원청에게 고용이 의제되었다고, 즉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문11. 고용의무나, 고용의제를 주장할 2년의 기간이 필요한 경우 소속 하청업체가 중간에 바뀌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답11. 2년은 사용사업주, 그러니까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한 기간을 의미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A하청업체 소속으로 1년6개월 근무하다가, 다시 B하청업체로 옮겨서 6개월 이상 근무했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잠시 쉬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인 단절, 즉 상당한 기간 동안 완전히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다른 하청업체에서 일하게 된 것이 아니라면 원청에 계속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근무를 했다는 증거는 고용보험 피보험자격내역, 건강보험자격상실일, 급여통장 입금내역 등이 있습니다.

문12. 고용의제와 고용의무가 적용될 경우 원청에 어떤 요구를 할 수 있나요?

답12. 고용의제가 된 경우 고용의제가 된 시점부터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로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에게 적용하는 임금 등 근로조건이나 복리후생 등에 관한 단체협약, 원청회사의 취업규칙을 적용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정규직과 임금 등 차별을 한다면, 원청에 근로자지위확인과 더불어 정규직과의 임금차액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고용의무가 발생했는데 원청이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노동자는 원청에 고용의사표시를 청구하고, 고용의무시점부터 고용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노동자가 고용의무 시점 이전까지 정규직 직원과 차별을 당했다면 이에 대해 원청과 하청회사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문13. 고용의제나 의무 시점 이후 해고되거나 스스로 사직한 경우에 어떻게 되나요.

답13. 고용의제나 의무 시점 이후 해고되거나 스스로 사직한 노동자도 원청에 고용의제나 의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고나 퇴직한 노동자들이 원청회사에 대한 고용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면 고용의제나 의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고, 이러한 사실은 원청이 입증해야 합니다.

문14. 해고 된 후 기간이 몇 년 경과한 경우에도 고용의제나 의무를 주장할 수 있나요?

답14. 이번 판결 사건에서 원청은 2005년 해고되어 해고의 효력을 다투다가 중앙노동위원회의 기각결정 이후 추가적인 쟁송을 포기하고 퇴직금을 수령한 노동자의 경우 5년이나 지난 2010년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실효의 원칙(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아 권리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법원은 급여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해고 후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이후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드는 추가적인 소송절차를 밟을 것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2010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2010. 7. 22.)된 후 4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한 점을 종합하여 볼 때 실효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해고 후 퇴직금을 수령하고 해고 된 지 5년 정도 경과했어도 해고 당시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해 노동자의 고용의제, 고용의무 주장은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문15. 파견법상 사용자에 대한 제재조치는 무엇이 있나요.

답15. 근로자파견대상업무가 아님에도 불법파견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원청 사용자에게 고용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직접 고용하지 않는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 됩니다.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은 사업을 폐쇄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노동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에 비해 파견노동자에게 차별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 파견노동자는 차별 처우를 받은 경우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에게 차별 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의 제도개선 명령을 포함) 또는 적절한 배상 등의 시정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차별 처우에 명백한 고의가 인정되거나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는 경우 손해액을 기준으로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또한 노동위원회의 확정된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는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합니다.

파견노동자가 차별 처우의 시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로사용자가 불이익을 줄 경우 파견사업주나 사용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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