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 노동자를 존중하는 회사로 거듭나야

대한항공은 40년간 세계 10대 항공사로 성장하여 국민과 세계인의 발이 되어온 국적항공사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대한항공 경영진의 전근대적 노동권 유린 사건은 대한항공의 눈부신 성장 뒤에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희생과 아픔이 감춰져있음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은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전국민은 국적항공사에 실망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발표된 회사의 해명과 대책은 오히려 더 큰 분노와 실망을 만들어 냈으며, 회사를 세계 10대항공사로 키우고 15년 무사고의 성과를 쌓아 올린 2만여 노동자들의 수고와 명예를 한꺼번에 무너뜨리고 말았습니다.

회사내 모든 직원의 참담한 마음은 이루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회사의 성장과 발전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행복임을 명심하고 대한항공은 노동자를 존중하는 회사로 거듭나야 합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드립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전체 운항승무원들은 대한항공의 일원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노조는 대한항공의 노동자권익 향상과 비행안전을 위해 힘겹게 싸워왔지만 노동자를 무시하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반노동자적 의식과 각종 제도들을 제대로 바꿔내지 못했습니다. 조종사만의 노동조합이란 핑계로 객실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까지 함께 연대해 투쟁하지 못했습니다. 정비노동자들과 객실노동자들에 대한 회사의 피말리는 성과평가제도와 관리․감독에 대항해 제대로 연대하여 투쟁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여러분께 깊히 사과드리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사기업인 대한항공,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대한항공의 조종사들은 15년전 당시, 사고항공사라는 오명을 쓰고 있던 대한항공에서 안전운항과 조종사들의 정당한 권익 보호를 위해 회사와 정부의 탄압을 헤치고 국내항공사 최초로 조종사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지속적인 투쟁으로 대한항공의 권위적 문화를 상당히 바꿨고 노조설립 이후 15년 무사고라는 성과를 이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전과 노동자 권익보다는 이윤을 우선시하는 회사와 그리고 정부, 정치권의 협작에 의해 멀쩡한 사기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때문에 조종사노조는 2007년부터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제한 받게 되었고, 회사의 일방적 노무관리를 견제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후 회사의 경영방식은 직원들 복지와 노동환경을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경영층의 잘못으로 빚어진 경영손실을 이유로 몇 년째 임금을 동결함으로써 노동자들의 헌신적 노력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종사들을 포함한 대한항공 전체직원들은 세계 어느 항공사 못지않은 자질과 안전 운항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반노동자적인 경영에 대해 제대로 싸울 수 없게 된 현재, 지금의 항공안전수준을 유지하는데 절실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기업인 대한항공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한 노조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재벌의 독단적이고, 안하무인적 경영행태를 바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직원의 인권을 짓밟는 행태가 또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항공기 기장을 범죄자 취급, 검찰과 국토부는 사과하라!

지난번 성명서를 통해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자기 직무에 헌신하는 승무원들에게 떠넘기지 말 것을 엄중 경고한바 있습니다. 당시 승무원들은 규정과 절차에 의해 업무에 성실히 임했으며 주기장내 리턴에 대한 기장의 결정도 법과 절차, 운항상식에 의해 이루어진 정당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승객과 관련된 고발사건에 대해 사건 기장을 출국금지조치 시키고, 마치 피의자신분이 된 것처럼 조사하며 휴대전화까지 압수했습니다. 해당 기장은 현재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피의자로 몰아가려는 듯한 검찰의 압력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FDR,QAR,CVR 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도 초법적 행위입니다. ICAO [Annex 13. attachment E]는 항공기를 운영한 사람들에 대해 행정조치, 제재조치, 형사고발 조치등을 위해서 flight data가 이용되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항공안전을 위한 가장 기본적 조항을 검찰 스스로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토부 조사도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이 항공사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항공기 사고에 준하는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항공기 조사매뉴얼 (ICAO DOC 9756)과 상충됩니다. 사실파악을 위한 단순한 진술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혐의 점이나 위법사항을 찾아내기 위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사건 조종사에게 심각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있습니다.

검찰과 국토부가 이번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등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마치 해당 기장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몰아간다면, ‘재벌의 비뚤어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노동자를 경시하는 특정 경영진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있었음을 다시한번 강조하면서 국토부와 검찰이 사실에 기초한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조종사노동조합은 다시는 이러한 전근대적 노동권 유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국적기로서의 자부와 명예를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인권이 존중받고 상식이 통하는 건강한 기업, 그런 환경 하에서 이루어지는 안전한 운항! 이것이 우리 조종사들뿐만 아니라 국민 여러분들도 바라는 ‘최상의 서비스’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2월 15일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http://www.kalfcu.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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