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램프 리턴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휴게실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사아나항공 승무원인 권수정 씨는 21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나 승무원 휴게실 게시판에 대자보를 올렸다. 오늘 아침 가보니 사라졌다....”며 대자보 사진을 올렸다.

이 글은 불과 몇 시간 만에 700회 이상 리트윗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신에 대한 예의’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회사에 대해 당당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선배 승무원의 카톡글과 함께 대한항공과 다를바 없는 아시아나 항공의 강요, 협박, 회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회사측은 최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추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지방법원이 "아시아나항공의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며, 3년간의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자 사측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대신에 상여금을 50% 인상하는 안을 노조에 요구해왔다. 회사측은 통상임금을 낮추려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직원들의 반강제적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 방침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에게 금전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일 "취업규칙 개정에 미동의한 직원은 24일 지급되는 장려금 지급 대상에서 일단 제외된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권수정 씨의 대자보는 이같은 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조부사장이 한 것처럼 우리는 당해도 아무 말도 못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겠지요. 무섭다고 말을 합니다. 무섭다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수정 씨에 따르면 이 대자보는 게시판에 부착된지 하루만에 떼어졌다고 한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

자신에 대한 예의

“어쩜 다들 그리도 아무 일 없었던 듯 조용하기만 한지....

우리 승무원들 가만히 보면 참 예의가 없는 것 같아요.

‘자신에 대한 예의’

시차회복은커녕 누적된 피로 속에 밥먹듯이 밤새가며 가족과의 일상생활도, 기본급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감정노동에 내몰려 온 자신에 대한 예의.

그렇게 온진히 가져다 바친 지나간 청춘에 대한 예의.

자신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호사와 관리자들이 예의를 갖출 리가 만무하죠.

회사가 불쌍한 인생 거둬 거저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리 당당하지 못한지...

20년 넘게 지켜봐 와서 이제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새삼 오늘밤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져 오네요.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는 법이 없거늘...”

한 선배님께서 보내온 카톡입니다. 대한항공이 매일 뉴스를 도배합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그들과 다릅니까?

“자기결정권, 나의 존엄” 가족과 실리를 위해 잠깐의 자존심이 뭐가 중요하냐며 참아왔던 우리에게 마지막 남아있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어떤 강요도, 회유도, 강압도 한 적 없다고 합니다. 조부사장이 한 것처럼 우리는 당해도 아무 말도 못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겠지요. 무섭다고 말을 합니다. 무섭다고...

나를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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