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제활성화는 노동소득 향상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해고노동자들 복직, 노령빈곤층 연금인상, 전력·도로·공항 국영기업들의 민영화 계획 전면 보류…”
 
불과 3% 내외의 지지율을 기록하다 지난 1월에 36% 이상의 지지율로 집권한 그리스 급진정당 시리자가 취한 조처들이다. 이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시리자는 더욱 파격적인 정책을 내걸었는데 …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이들 세 기관은 ‘트로이카’라 불린다)에 지고 있는 부채 중 50%를 탕감 받아, ‘인도적 위기’를 초래한 긴축정책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시리자에겐 국제금융자본의 요구에 굴종하기 보다는 긴축과 구조조정에 지친 그리스 민중의 생존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와 폴 크루그먼이 시리자를 지지하고 나섰다. 크루그먼의 얘길 들어보자.
 
“2010년 5월에 맺은 구제금융협약은 트로이카가 긴축과 개혁을 조건으로 그리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한 것이다. 이 협약은 최악이라는 측면에서 놀랄만하다.”
 
실제로 그리스는 트로이카의 요구를 전부 이행했는데도 2014년에야 간신히 0.6% 성장으로 돌아섰을 뿐, 그 동안 총 국내총생산이 22%나 감소했다. 실업률은 28%까지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60%에 육박했다. 때문에 크루그먼은 그리스의 국민성이 문제라며 공격해대는 트로이카의 관리들보다 그리스 새 수상 치프라스의 대안이 더 적절하다며, “유럽은 치프라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강요된 긴축과 구조개혁에 대한 반대는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서도 드높다. 스페인에서는 창당한지 1년도 안 된 포데모스가, 아일랜드에서도 역시 긴축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신페인당이라는 좌파 정당이 긴축정책을 수용한 기존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정당을 제치고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한편 그리스 시리자 정권은 뜻밖의 원군을 얻게 되었는데, 미국 대통령 오바마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대불황에 빠진 나라들을 계속해서 쥐어짤 수는 없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25%나 하락했다면 개혁조처를 시작하기는 어렵다. 경제가 추락을 계속한다면 성장전략이 있어야 한다. 고통 받는 국민들로부터 단순히 더 많은 것을 쥐어짜내려는 노력이 아니라.”
 
오바마의 이런 태도는 미국 내에선 최저임금인상 정책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본의 보수정치인 아베수상도 성장을 위해서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런 변화에는 지금까지 지배적인 경제이론이 변화한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시 폴 크루그먼의 얘길 들어보자.
 
“구조개혁은 악당들의 마지막 도피처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모든 경제문제에 대한 보편적인 해결책으로서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것을 볼 때면, 난 화가 난다. 구조조정 주장은 진지해보일지 모르지만, 지적으로 게으르고 비겁한 행위다. … 많은 경우 ‘구조개혁’은 노동자 보호수단들을 제거하거나 사회보장을 삭감한다는 것의 은어이다.”
 
그는 현재 세계경제가 수요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어서 수요부족을 악화시킬 구조개혁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경제이론은 이제 국제노동기구(ILO),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지배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이들이 있다. 유럽의 위기국들에게 긴축과 구조개혁을 강요하는 독일 수상 메르켈과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유럽 전역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우리 곁에는 박근혜 정권이 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4월까지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합의를 허울뿐인 노사정위원회에서 종용했다. 둘 다 듣기 좋게 ‘개혁’이라는 포장을 씌웠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의 연금을 확 깎겠다는 것이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실체는 한 마디로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만들겠다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이다.
 
수요부족 시대에 재벌은 막대한 이윤을 움켜쥐고 내놓지 않고 있는데,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쥐어짠다고 경제가 살아날까? 거꾸로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경제도 살아날 리 없으며, 또 다른 구조개악을 부를 것이다. 노동자를 쥐어짜고 경제체력마저 약화시키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 스페인에서 타오른 분노의 불길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 정책들

- 임금피크제 : 50먹고도 일하고 싶으면 임금 깎자!
- 저성과자 해고 : 닥치고, 시키는 대로 못해? 그럼 나가!
- 취업규칙 개악요건 완화 : 합의? 토 달지마, 내가 법이야!
- 직무성과급제 도입 : 죽어라 일해! 못하면 임금 깎든가 나가든가.
- 비정규직기간 제한 연장 : 정규직? 됐고, 안 잘린 것도 감지덕진 줄 알아!
- 파견 허용업종 확대 : 그 나이 먹고 뭘 바래! 다 비정규직이야.

 

※ 위 기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철도노동조합이 함께 2015년 설 귀향 선전물로 제작한 '본심'의 한 내용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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