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 아니다!" 무기계약직 전환 촉구

▲ 공공운수노조 경찰청공무직지부 신진숙 지부장이 예산을 핑계로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을 뒤집은 경찰청을 규탄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경찰청 의경부대의 식사를 책임지며 2년 간 일해 온 영양사들이 무기계약직 전환 시점을 앞두고 전원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의경부대 영양사 채용시 경찰청은 "평생직장에 잘 오셨다", 기재부에서 예산을 받아올테니 2년만 참아달라"며 무기계약직 전환을 약속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영양사협회, 비정규운동단체 등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지만 경찰청은 예산이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와 경찰청 의경부대 영양사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양사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며 경찰청을 향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구했다.

경찰청 의경부대 영양사들은 2013년 채용된 1기 영양사 37명을 즉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2014년 이후 채용된 영양사들에 대해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규탄발언을 통해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생각난다. 노동자 민중들의 합법적인 집회에서 차벽을 막고 이런 탈법불법을 자행하는 경찰이 2년 동안 영양사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약속까지 해놓고 7월1일자로 전규직 전환을 해야 하는데도 만 2년을 두 달 앞두고 계약을 만료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이것은 계약 만료 통보가 아닌 불법적 정리해고다. 법질서 수호에 앞장서야 할 경찰청 조차 이렇게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불법을 일삼는 걸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문제를 경찰청이 반드시 책임지고 처우개선 약속을 해야 한다. 오늘 면담을 통해 올바른 답변을 내놓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 조성덕 부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얘기가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 어떤게 비정상이고 정상화인가. 이렇게 부려먹고 버리는 것이 정상화인가. 그리고 국가기관에서 해야 될 일인가. 법을 지켜야 할 경찰청에서 이래서야 되겠는가"라고 묻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인 도리가 있다. 2년 뒤에는 정규직이 되는구나, 평생직장을 얻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힘들지만 버티면서 살아온 영양사들이다. 이 분들은 또 최저임금 노동자다. 공공운수노조는 영양사 무기계약직 전환과 처우개선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서 해결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한 영양사가 경찰청 의경부대 영양사 배치 전,후의 급식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변백선 기자

흰 가운을 입은 영양사들이 '아몰랑~ 우리 애들 밥 어떡해ㅜㅜ 경찰청 의경부대 영양사 무기계약직 전환하라' '갑찰청님! 을양사입니다, 1년마다 쓰고 버리는게 정부부처에서 할 일입니까?'라고 적힌 손팻말, 영양사 배치 전과 배치 후의 급식사진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공공운수노조 경찰청공무직지부 신진숙 지부장은 사진을 가리키며 "2013년 의경영양사가 배치된 후부터 현재까지의 급식 사진"이라고 설명하고 "첫 출근을 하니 주방 하수구는 언제 닦았느지 모르게 썩은 음식찌꺼기가 껴 있었고, 곰팡이가 핀 주방 바닥 타일과 벽, 고추장이 덕지덕지 묻은 냉장고 손잡이 등 열악한 환경을 봤다"며 "영양사들을 뽑아 놓고 남자들만 있는 부대에 배치해 최소한의 권한도 주지 않은 채 위생개념도, 조리 지식도 없는 취사대원 4명을 데리고 다독이며 지금까지 이렇게 급식의 질을 변화 시켰다"고 말했다.

신 지부장은 계약 만료를 통보한 경찰청을 규탄하며 "2년 동안 어떻게 일 했는데, 흰가운이 새까매지도록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 와서 계약만료냐"며 울부짖었다.

이어 "부대 환경이 지금까지 일했던 많은 단체급식소의 환경보다 열악하고 힘들었지만 오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평생 내가 만들어 갈 직장이라는 사명감에 2년 동안 모진 땀을 흘렸지만 이제 참지 않겠다"면서 "전국에 있는 모든 영양사들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신 지부장은 "강신명 청장님, 들으세요! 우리가 일회용입니까? 일년 마다 쓰고 버리려는 그 마음 고쳐먹을 때까지 우리는 싸우겠습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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