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사회가 11일 광화문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양우권-배재형 열사 문제 해결을 위해 성실히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 변백선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인 EG테크와 하이디스 모기업인 대만 영풍위그룹을 향해 양우권-배재형열사 죽음에 책임지라며 성실교섭을 촉구했다.

인권ㆍ시민사회ㆍ종교단체는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는데 기업들은 돈벌이만을 위해 사람의 권리와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있다"며 "우리는 사회공동체 양심과 인권의 원칙,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이 참담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EG테크와 영풍위그룹에게 문제해결을 촉구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여는 발언을 통해 "노동자들의 죽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고공에서 처절한 투쟁도 계속 되고 있다. 이처럼 나라가 난리인데 이 정부는 꿈쩍도 않고 오히려 더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회장이 경영하는 회사가 한 노동자를 얼마나 많이 괴롭혔으면 결국을 목숨을 던져야 했겠는가. 노동조합 활동을 이렇게 하기 어려운 세상이 과련 제대로된 회사인가"라고 묻고 "우리는 이것을 언론을 통해 알 수 없고 언론은 여전히 자본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민주노조 운동을 할 수 없고,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태가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의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1년에 1,000억 넘는 이익을 남기는 하이디스가 직장을 폐쇄하고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원장은 또 "정리해고, 비정규직이 하늘에서 떨어진게 아니"라고 말하고 "노동자들은 동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처절한 투쟁으로 바꿔내려 한다"면서 "열사들이 남긴 그 소박한 바람을 우리 산자가 반드시 이뤄내도록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다짐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 여는 말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 변백선 기자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황태환 사무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박지만 회장에게 사과를 받기 위해 상경투쟁한지 28일째, 양우권 열사가 항거한지 33일째"라고 말하고 "박지만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26명이 연행되고, 지회장을 비롯한 2명이 구치소에 있다"며 "지금 현재 전체 조합원 삭발식과 단식농성에 돌입한지 3일째, 몸이 부서지더라도 이 싸움 끝까지 투쟁해서 박지만 회장에게 사과를 받고 광양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디스지회 이부기 수석부지회장은 "하이디스는 대만자본 이잉크가 대주주로 있다. 1월 7일 일방적인 공장폐쇄에 이어 3월 31일 82명의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한 후 하이스지회 조합원들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16일째 노숙농성을 잇고 있으며, 지난 5월 25일 3차 대만원정을 떠났다"고 전하고 "대만 정권과 경찰은 5월 9일 대만원정단 8명을 폭력적이고 억압적으로 강제 연행과 강제추방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하이디스는 작년 1,000억 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달성했지만 대만자본 이잉크는 더 많은 수익을 대만으로 가져가기 위해 공장을 폐쇄하고 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면서 "우리 노동자들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정리해고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고 끝내 승리해서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결의하고 적극적인 연대를 호소했다.

"배재형, 양우권 열사 죽음을 책임져라!"
"EG테크, 영풍위그룹 성실교섭 촉구한다!"

▲ 인권ㆍ시민사회ㆍ종교계는 "기업이 헌법상 권리인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민주주의도 사람의 생명도 위태롭다"고 설명했다. ⓒ 변백선 기자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헌법상 권리이고 당연히 노동자라면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좀 더 행복한 직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노동조합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비참한 현실"이라면서 "시민사회단체가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인권 단체를 대표해 국제민주연대 나현필 사무처장은 "해외에 나가있는 노동자들이 한국의 노동운동은 잘 되고 있냐고,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우고 있냐고 묻는데, 한국 노동자들은 노조를 지키기 위해 단식을 하고 높은 곳에 오르고 목숨을 잃는다고 말하면 민주국가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느냐며 믿지 않는다"며 "더 이상 이런일 벌어지지 않도록 인권단체들이 연대하고 지지하겠다"고 전했다.

법률단체를 대표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잘못된 정리해고 제도와 위장도급 등 두가지 제도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처절하게 싸우는 노동자들이 정치주체로 나서야 하고 우리가 강고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기자본 방치하고 원정투쟁 보호못한 한국정부 규탄한다!"
"박지만은 양우권 열사 앞에 사죄하라!"

▲ ⓒ 변백선 기자

종교계를 대표해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정수용 신부는 "포스코ㆍEG테크의 탄압으로 죽은 양우권 열사 문제는 배척의 경제가 만들어낸 문제이고, 하이디스 배재형 열사 문제는 탐욕의 경제가 만들어낸 문제라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이 배척의 경제와 탐욕의 경제에서 고삐풀린 망아지 처럼 나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밀어내는 세상에서 정의는 실종되고 인권은 찾아보기 힘든 위험한 형국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루빨리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회사에 성실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전했다.

인권ㆍ시민사회ㆍ종교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두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기업들의 냉혹한 이윤추구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두 노동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하고 "죽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함께 지키겠다"고 밝혔다.

양우권 열사와 배재형 열사는 포스코ㆍEG테크의 노조탄압과 대만자본의 기술먹튀에 항거해 각각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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