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터, 내 현장 대우조선으로 반드시 들어간다”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53)이 목숨 건 극한의 투쟁을 잇고 있다. 그는 경상남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내 지상 80m 높이 크레인에 올라 7월 31일 현재 114일째 고공농성을 진행 중이다. <노동과세계>가 7월 31일 강병재 의장 농성 현장을 찾아가 농성상황과 현재 심경을 물었다. <편집자주>


▲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이 지난 4월 9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내 크레인에 올랐다. 사진=노동과세계
▲ 왼쪽에 보이는 것이 강병재 의장이 올라간 크레인. 사진=노동과세계
강병재 의장은 지난 4월 9일 새벽 크레인에 오르며 전쟁포로 이상에 준하는 음식과 물품, 가족과의 소통 및 농성자의 주장을 알릴 수 있는 통신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 복직확약 불이행에 따른 두 번째 고공농성을 침탈할 경우 죽음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88일 송잔탑농성 복직확약 불이행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임금을 지급하고 조건 없이 당장 복직시키라고 했다.

또 통상임금 관련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에게도 확대된 통상임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그가 크레인에 오른 지 얼마 안 돼 대우조선해양은 크레인 전기를 끊어버림으로써 강 의장이 내건 최소한의 요구조차 짓밟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다행히 강병재 동지는 태양열판 전지를 가지고 올라갔다. 낮에 햇볕이 내리쪼일 때 충전을 해뒀다가 휴대폰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크레인 박스 안에 에어컨이 있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오히려 철골 구조물은 작열하는 태양 가까이에서 달궈질대로 달궈져 밤이 돼도 좀처럼 식지 않고 열기를 내뿜으며 그의 연약한 몸을 덮친다.

신상기 노동건강 문화공간 ‘새터’ 대표(45_민주노총 대우조선노동조합 소위원)를 거제소방소 앞 ‘새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어제 저녁 8시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야간작업을 하고 퇴근한 길이다. 신 대표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조립용접 일을 하는 정규직 노동자다.

강병재 의장이 크레인에 오른 뒤 거제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현장조직들이 함께 ‘강병재 노동자 고공투쟁 지역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현장 선전전과 집회 등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거제경제정의실천연합,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거제개혁시민연대,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삼성중공업 노동인권지킴이, 대우조선 현장조직인 현장의중심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현민투), 현장의중심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노민추), 그리고 신상기 소위원이 대표로 있는 노동건강 문화공간 새터도 지역대책위에 함께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강병재 의장의 크레인 농성에 대해 하루 30만원씩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고 있다. 애초 법원에 하루 300만원으로 해달라고 신청을 했는데 법원은 신청금액의 10%로 제한했다. 또 지난 7월 20일에는 현장을 돌며 선전전을 하는데 사용하던 하노위 방송차를 압류해 가져가 버렸다.

“강병재 동지 고공농성으로 인해 현장에서 생산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지만,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이 달라지니까 그게 부담스러운가 봐요. 그 전에는 안 그랬는데 최근 현장 하청노동자들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거든요.”

요즘 활동가들이 현장을 돌며 선전물을 배포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음료수도 사다주고 다가와서 고생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 크레인 밑에서 점심식사를 올린다. 대우조선노동조합이 하루 3끼 식사를 올려준다. 사진=노동과세계
▲ 강병재 의장이 <노동과세계>를 향해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강병재 의장이 고공농성을 벌이는 동안 대우조선노동조합이 매일 3끼 식사를 올려준다. 강 의장은 요즘 부쩍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식사 때마다 70m 높이에서 밧줄을 끌어올려 식사를 받고 내려보내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깨 손상이 온 것 같다고 한다.

신상기 대표에 의하면 대우조선해양에서 올해 연말 수천명의 하청노동자가 해고 사태를 맞을 거라고 한다. “해양 물량이라고 해서 석유를 파내는 반잠수선 같은 시츄산업이 올해 12월 말로 끝나거든요. 그렇게 되면 적게는 5,000명에서 많게는 10,000여 명의 사내하청이 나가야 될 상황이에요.”

“지난 6월까지는 업체폐업도 꽤 했어요. 노동자들이 저항을 못하는게, 블랙리스트에 등록이 되면 조선업종에 취직을 못해요. 조선사들끼리 다 연결이 돼 있어서 명단을 주고 받죠. 물량팀 문제도 심각해요.”

대우조선해양 거제공장에는 총 50,000여 명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정규직과 사내하청 비율은 3:7 정도다. 신 대표는 사무직 노동자들부터 시작해서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병재 의장 현안 관려해 그동안 두 차례 교섭이 열렸지만 결렬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중재하는 가운데 노사 각각 3:3으로 만났다. 노동자 측은 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노조가, 사측은 회사 관계자 1명,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 등이 나왔다.

노동자 측이 또 지난 2011년처럼 복직약속을 해놓고 안 지키면 어떻게 할 건지 문제를 제기하자 을지로위원회가 자신들이 지키게 할 테니 교섭에 들어오라고 했다. 노동자 측은 강병재 의장 사내복직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하며 사내협력업체 중 받을 곳이 없다면서 어렵게 마련된 교섭을 결렬시켰다.

강병재 의장의 고공농성은 처음이 아니다. 두 번째다. 그는 지난 2011년 3월 7일부터 6월 2일까지 88일 간 대우조선해양 앞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바 있다. 12만5천볼트의 전류가 흐르는 송전탑 위에서 태풍 비바람과 햇빛을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열악한 조건에서 진행한 고공농성이었다.

2007년 결성한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활동을 이유로 대우조선해양 사측은 2009년 3월 위장폐업을 가장해 당시 하노위 의장이었던 강병재 동지를 해고했다. 일체의 통신이 두절되고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켜지지 않는 참혹한 상황에서 그는 88일 간 송전탑 농성을 진행했다.

그의 투쟁에 대우조선해양은 무릎을 꿇었고, 강병재 의장은 2012년 12월 이내에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업체에 채용한다는 복직확약서를 받아들었다.

대우조선해양 사측이 약속한 복직시기를 앞두고 강병재 의장은 2012년 11월 22일 복직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대우조선해양 대표와 사내협력사협의회 대표에게 발송했다.

2012년 11월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우조선노동조합, 조선하청노동자연대, 대우조선하노위가 ‘강병재복직대책위’를 구성해 그의 복직을 구체화하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복직시키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 사진=노동과세계
<노동과세계>가 신상기 대표와 함께 이동해 대우조선해양 거제공장 인근 크레인이 바라다보이는 N안벽문 맞은편 옥포조각공원 입구로 갔다. 천막을 설치했던 흔적이 있다. 여기서 강병재 의장이 오른 크레인이 바라다보인다.

강병재 동지가 고공농성에 돌입한 후 구성한 지역대책위가 크레인이 바라다 보이는 옥포조각공원 근처 이곳에 천막을 설치했지만 지난번 태풍에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나무 파레트만 있는데 여름 휴가가 끝나면 논의를 통해 천막을 다시 칠 계획이라고 한다.

크레인을 바라보며 강병재 동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강병재 의장님이세요?”
“네, 하노위 의장 강병재입니다.”

2015년 7월 말 현재 서울에도, 부산에도 고공농성 현장이 있지만 유독 이곳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하루 전날 다녀온 부산시청 앞 생탁·택시노동자 고공농성 현장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당 사업장 조합원들과 연대단위 노동자, 시민들이 수십 명 상주했다.

이곳은 그나마 있던 천막마저 태풍에 날아가 버려 아무도 없다. 차는 몇 대 서 있지만 사람의 발걸음이 없다. 저 노동자를 걱정하며 지켜주는 사람, 바라봐 주는 사람은 여기 없다.

옥포조각공원 천막이 있던 자리에서 강병재 하노위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의장님 건강은 어떠세요?”
“건강은 뭐 대체로 괜찮습니다.”
고공농성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몸 건강을 물으면 모두가 괜찮다고 한다. 괜찮을리가 없다.
“괜찮으실 리 없으시잖아요. 날씨가 워낙 더우니까 생탁·택시노동자들은 피부질환이 심하시던데요.”

“요즘 머리가 자꾸 아파요. 편두통인데요. 여기가 바람이 워낙 세게 부니까 간혹 머리가 아플 정도거든요. 그리고 어깨도 좀 안 좋아요. 요즘에는 햇볕이 강해서 등이 다 탔어요. 화상연고를 바르고 있어요. 잇몸도 부어서 좀 안 좋구요.”
화상연고를 들고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더듬으며 애쓸 모습이 떠올라 애처롭고 애달프다.

▲ 목숨 걸고 투쟁하는 조선하청노동자 강병재. 사진=노동과세계
▲ 강병재 의장이 애타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현장. 사진=노동과세계
“의장님 계신 곳이 지상 60m라고 하던데요?”
“사람들이 자꾸 60m라고 하는데 제가 있는 크레인 높이가 80m이고, 제가 있는 곳 높이는 70m에요.”

“그 크레인 위에서 내려다보시는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모습이 어때 보입니까?”
“한마디로 아름답지요. 아름다운 공장이에요. 우리가 만든 거잖아요. 여기에 35,000여 하청노동자의 자긍심이 배어있어요. 그래서 더 들어가고 싶은 거에요. 차별받고 고통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그게 오래 가진 않을 겁니다.”

돌아온 답변이 너무나 뜻밖이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 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부당하게 해고하고, 복직시키겠다던 약속도 이행하지 않는 불의한 자본. 어렵고 힘든 일은 모두 하청노동자에게 시키고 임금은 말도 안 되게 쬐끔 주는 회사. 하청노동자들이 노예처럼 일하다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죽음의 공장. 그래도 그에게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현장인 것이다.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보세요?”
“그럼요. 제가 지금 싸우는 것도 88일 농성 때와는 달라요. 당연히 제가 들어가야 할 곳이지만 그때는 명분이 없었어요. 그 때와 비교하면 지금 저는 확약서를 갖고 있어요. 88일 농성을 통해 사회적으로도 이 투쟁을 알려냈고, 당시 실제 원청이 나온 거에요. 저는 반드시 공장에 들어가야 하고 들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울산 현대중공업의 경우 정규직노조 지원 하에 하청노조 집단가입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집단가입이 당연히 이뤄져야 합니다. 울산에서 그 운동이 성공하며 여기도 영향을 받을 거에요. 하청노동운동이 활성화돼야 하고 전국적으로 파급력을 가져야 돼요,”

“대우조선 하노위가 비록 약하지만 현장에서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대우조선 현장 하청노동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노동조합이 필요하냐고 물었을 때 93%가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초동주체가 나서서 활동을 해야 하고 제가 지금 하는 농성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겁니다.”

“정규직이 얼마 전에도 파업을 했어요. 그런데 200~300명이 파업을 하니까 생산에 타격을 주지 못해요. 정규직과 사내하청이 다같이 살려면 전체 하청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합니다. 정치적 운동의 흐름으로 봐도 정규직 만으로는 안돼요.”

전화를 끊기 전에 강병재 의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고공농성을 한지 오늘로 114일이에요. 정규직노조와 금속노조 경남지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집회 한 번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농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대가 더 꾸준히 붙고 전국적 연대로 이어지고 그래야 회사가 압박을 받고 두려워하고 불안을 느낄 거 아닙니까?”

조선하청노동자 강병재 대우조선하청노동자조직위원회 의장이 2015년 한여름의 폭염을 뚫고 온몸으로 살아내며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름으로, 조선업종 하청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투쟁을 일깨우며 싸우고 있다.

▲ 사진=노동과세계
▲ 사진=노동과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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