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없는 보도, 정관용 “그건 1면과 3면에 걸친 (차라리)사설이에요”

이미지 = 전국언론노조동합 제공

- 사실보도 아닌 자기생각을 1면에 떡하니...

“그건 1면과 3면에 걸친 사설이에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진행자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한 언론의 기사를 비평한 내용이다. 그가 거론한 언론사는 1등 신문 ‘조선일보’이, 문제의 기사는 이 신문의 10월 3일치 1면과 3면에 각각 실린 <‘고임금 투톱’만 남은 추투>, <‘착취와 쟁취’… 1980년대식 투쟁 매달리는 귀족노조>라는 기사들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조선일보 기사를 <나쁜 보도>로 선정하며 그 이유로 조선일보가 기초자료부터 왜곡하고 노조를 혐오하는 기사를 썼다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를 두고 정관용 교수도 “(조선일보는) 어떤 사실을 보도한 게 아니라 어떤 입장을 쭉 전개해나가는 1면, 3면, 두 면에 걸친 전면사설이라고 할까”라며 문제점을 총평한 것이다.

 

- 귀족노조라는 편견, 어떻게 만들어지나?

간단한 사실관계부터 짚어보자. 조선일보가 귀족노동자로 지목한 근거는 연봉인데, 그 정보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시사이트 알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레일이 공시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연 5,989만원이다. 과도한 수준일까? 평균 근속연수는 20년이고 궤도산업의 특성상 야간근무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임금이 많다고 할 수 없다. 귀족노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철도노동자들은 지난해 더 많은 돈을 받았다. 그런데 올해는 수백만 원을 포기했다. 성과연봉제 때문이다. 이들은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정부 제안을 거부했다. 회사와 적당한 타협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면서 인센티브를 덤으로 챙기면 될 일인데 굴러 들어온 떡을 제 발로 걷어찼다.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들을 것을 예상하고도 파업을 선택했다.

철도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 건강보험, 국민연금 노동자들 또한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거부하고 파업에 나섰다.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성과급도, 내년 임금 인상도 없다”는 정부와 회사의 압박에도 말이다. 이 노동자들은 정부에 “청년일자리를 만들라”며 인센티브를 돌려줬고, 공공부문에 성과주의가 확산되고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악이 이뤄지면 제2의 세월호‧메르스‧구의역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며 파업을 시작했다. 오늘(10일)로 14일째다.

그런데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왜곡되고 있다. 언론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조라는 외피를 쓰고 법을 이용하고 있을 뿐”인 “특수 이익집단”인데 이들이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한탕주의뿐”인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 시민사회, 조선일보의 보도방향은 허위, 조작, 혐오, 왜곡, 편파

10일 조선일보 앞에 경찰과 기자들이 몰려든 이유도 이래서다. 이날 기자회견의 제목은 <허위 보도, 여론 조작, 노조 혐오 중단하라! 공공부문 파업 왜곡·편파 보도 규탄>이었다.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 공동행동’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가 공동 주최했다.

공공부문 파업관련 방송 리포트와 신문 기사를 모니터링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은 “(대부분의 언론이) 귀족노조라고 비난만하면서 정작 파업의 이유와 이슈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언론은 시민 불편을 강조하고,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겁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창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과거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했을 때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것이냐며 반대했다. 가계를 꾸리기 어렵다고 했다”며 “그래도 우리는 조선일보를 황제언론, 귀족언론이라고 비난하지 않겠다. 이 임금은 20~30년 일한 노동자라면 받아야 할, 청년들이 미래에 받아야 할,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누려야 할 기본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한쪽 편에서 보도를 하는 기자와 언론을 두고 ‘기레기’라고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같은 언론은 없는 사실을 만든다. 기레기라는 말도 붙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영섭 시민행동 운영위원은 “조선일보는 공정보도는 물론 최소한의 중립보도도 하지 않으면서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언론은 왜곡, 편파, 거짓보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노조가 임금협상을 못할 것이라며 노동 3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 /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공공부문 파업 허위 보도, 여론 조작 당장 중단하라 !

성과·퇴출제 도입을 저지하고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파업이 시작된지 2주가 됐다. 정부와 사측이 노사 교섭,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를 통해 불법적으로 날치기하면서 시작된 파업이지만 정부와 사측은 파업 전부터 지금까지 “귀족노조의 기득권 지키기”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불법파업”이라는 거짓선전만 하고 있다.

심지어 양대노총, 시민사회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함께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제안한 지난 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 “일부 노조들은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노동개악과 노조탄압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또한 불법, 기득권, 엄정 대처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사측은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도 이를 강행했고, 이를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파업 또한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상황에서 이 같은 비방과 강경대응, 부당노동행위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정부와 사측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자명한 증거다.

그러나 정부와 사측의 이 같은 불법과 불통을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대다수 언론이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철밥통, 노동귀족, 부자노동자라고 비난하는 정부의 스피커로만 기능하고 있다. 언론은 귀족노조, 물류대란, 시민불편 프레임을 구축하면서 정부와 사측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보수언론은 불법을 저지르는 정부와 사측의 공범이다. 특히 1등 신문, 조선일보의 행태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이 신문은 공공부문 노조를 기득권 노조라고 비난하며 노조의 무책임과 탐욕이 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놀고먹으며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가는 집단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이 신문만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모두 노조 탓이다.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언론의 목적은 정부, 사측과 같다. 보수언론은 한쪽 눈을 가린채 정부와 자본을 대변하는 기사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한다. 이들은 이미 공공부문에 다양한 형태로 퍼져 있는 성과주의가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해왔다는 사실을 은폐해 왔다. 그리고 공공부문이 파업에 맞춰 노조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노조를 깨려하고 있다. 성과·퇴출제가 공공부문 민영화의 발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언론이라면 성과·퇴출제 도입을 막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싸움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싸움은 제2의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구의역 참사를 막으려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이 싸움에는 모든 시민과 모든 노동자의 권리가 연결돼 있다. 공공노동자들은 공공부문부터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2천억원에 가까운 성과연봉제 인센티브를 거부하며 그 예산을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사용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에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다. 두 눈 뜨고 공공부문 파업을 바라보라.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만이 불가침 권리는 아니다. 정치권력과 자본이 침해해서는 안 되고, 언론이 옹호해야 할 권리가 또 있다. 바로 노동3권이다. 노동자는 누구든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사용자와 교섭하고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언론은 노동3권을 공격하는 모든 시도를 기록하고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이것이 언론의 자유, 시민의 알 권리, 노동3권이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공공서비스의 공공성을 무너뜨릴 성과퇴출제에 반대하는 시민사회와 공정언론을 염원하는 언론단체들은 허위 보도와 여론 조작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 성과퇴출제와 공공부문 파업 관련 언론 보도를 상세히 감시하고 분석할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거짓을 선동하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나갈 것이다. 한국 언론의 뿌리 깊은 노동 혐오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자!

2016년 10월 10일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 공동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행동,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자유언론실천재단,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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