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달라졌어요. 어머니도 “박근혜 퇴진!”

 

시민들에게 현대자동차노조 신문을 나눠주는 여고생들

지난 19일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의 날, 울산에서도 7천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들었다. 퇴진투쟁이 남녀노소와 계층의 구분 없이 국민 95%가 지지하는 국민항쟁인 만큼, 이날 울산 시내에 모인 사람들도 청소년 등 다양했다.

 

그 중 일부 고등학생들이 시민들에게 신문을 나눠주는 모습이 주변의 눈길을 끌었다. 고등학생들이 나눠준 신문은 바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 만든 <현자지부신문>이었다. 이들 고등학생들은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집회에 나왔다.

 

한 여고생은 “노동자들 박근혜 퇴진을 위해 낸 신문이예요. 같이 봐야죠”하며 시민들에게 노조신문을 건넸다. 이 여고생들은 “사람들이 봐야 하는데, 쌓여 있어서 우리가 같이 나눠주려고요”하며 친구들과 함께 신문을 배포했다.

 

- 박근혜가 만든 진풍경들

 

전국을 집어삼킨 박근혜 퇴진투쟁은 이처럼 평소에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진풍경과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집회에 생전 처음 나오는 지인이나 보수적이던 가족들의 변화된 이야기도 적지 않다. 다음은 실제 이야기들이다.

 

L씨는 노동운동가다. 젊어서부터 노동운동을 해온 그는 “평소 딸에게 그리 자랑스러운 아버지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런 딸과 요즘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아빠, 박근혜는 당연히 하야해야 해! 2선 후퇴는 말도 안 돼”

“그래, 니 말이 맞다”

“아빠 지금은 민주노총이 고마워, 민주노총에 있는 아빠도 자랑스럽고”

 

K씨의 친언니는 겁도 많고 약간의 공황장애를 앓는다고 한다. 그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26일엔 나도 집회 나가는데, 너도 나오니?”

“당연히 나가지”

“26일에 볼까? 딸네미가 자기도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다며 자꾸 촛불집회 나가자네”

“만날 수 있으려나 몰라? 전화는 해보자”

“알았어. 근데 앞에 나서지 마라. 평화집회 하고”

 

H씨의 어머니는 대구 출신으로 지난 대선에서 당연히 박근혜를 찍었다. 그런 어머니가 민중총궐기 날인 12일 전 난데없이 아들에게 시국발언을 쏟아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썩을 수가 있냐. 이게 무슨 나라냐! 박근혜나 최순실이나 다 똑같은 것들이다. 재벌도 마찬가지야. 그 돈이 어디서 나, 다 소비자들 등쳐서 나온 거지. 사실 저번 주에 나도 집회 나가보려 했는데 추워서 관뒀다.”

“정말? ㅎㅎㅎ”

며칠 후 아들은 집회에 참여했고, 어머니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광화문 갔니? 엄마도 갔다가 6시쯤 들어왔어. 넘 오래 있지 말고 일찍 쉬어. 가보니 힘들더라...”

H씨는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라 했다. “어머니와 같은 집회에 나가다니...”

 

P씨의 한 죽마고우는 평생 집회장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다. 그 친구에게서 18일 전화가 왔다.

 

“내일은 우리 식구도 집회 나가는데 어디가 잘 보이냐? 자리 좀 잡아 줘봐”

“뭐? 광화문이 극장도 아니고 뭔 자리를 예약해! 사람들 쏟아진다. 무대근처에 앉으려면 좀 일찍 나와 봐”

“애들 데리고 가는데 좋은 자리에 앉혀야 하는데... 내일 너 볼 수 있냐?”

“어마어마하다 돌아 댕길 수가 없어, 난 일해야 하고...”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나눠준 현대자동차노조신문의 1면

 

한 가족이 같은 마음

 

기념사진 찍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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