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정역사 반대 시국선언자 상훈 배제 시정돼야

2차 교사 시국선언에는 전국 3532개 학교 1만 6317명이 참여했다. ⓒ 교육희망

지난해 퇴직교원에 대한 훈·포장은 물론 스승의 날 표창 대상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에 이름을 올린 교사들을 제외시킨 교육부가 올해 역시 이 같은 행태를 반복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국선언자 명단이 교육계 블랙리스트가 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교육부에 ‘이후 교육청에서 징계 처분을 하지 않기로 한 자에 대해 포상 등 배제 행위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교육부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교육부는 정부 지침을 앞세워 지난해 5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을 교육부 장관 표창에 제외한 것에 이어 8월에는 퇴직교원에 대한 훈·포장도 제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가자들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의결을 요구했다는 점을 들어 시국선언 참가자들을 훈·포상자 명단에서 제외시켰다고 밝혔다. 정부 포상업무지침에 따르면 ‘공무원 중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관계 행정기관의 징계처분 요구 중인 자’는 포상 추천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미 국정역사교과서 반대 시국선언으로 징계가 아닌 주의, 경고 등 행정 처분을 받은 경북, 대구, 울산 지역 시국선언 참가 교사들까지 정부 포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부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이에 전교조는 지난해 8월과 11월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여를 빌미로 훈·포장 대상에서 임의 제외된 교사들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전교조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여 퇴직 교원을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한 교육부에 대한 대응 방침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교육희망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교육부에 대해 “각 교육청에서 징계처분을 하지 않기로 한 자에 대해 향후 포상 등에서 배제행위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결정을 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교육부가 국가위임사무에 해당하는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의결요구를 각 교육감에게 요청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교육부의 징계의결요구를 받은 국정반대 시국선언을) 곧 위법하다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미 교육부가 전교조 간부 84명을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내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관계행정기관의 징계처분 요구 중’이라는 정부 포상 업무지침 중 포상 제외 규정에 대해서는 “징계처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자를 말하는 것인데 시국선언 참가자들에 대해 시도교육청들은 법률검토 과정을 거쳐 징계의결요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자체 종결 처분을 했거나 징계위원회의 의결이 아닌 행정기관 자체 판단으로 ‘불문’ 등의 결정을 했다.

교육부의 징계처분 요구가 정당한 권리 행사였다는 점을 인정해도 교육기관(교육청) 등의 장은 소속 교육공무원의 행위가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 결정할 재량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어서 (교육청이 자체 종결 처리한 교사들은) ‘징계처분 요구 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따라서 이를 이유로 포상 등에서 제외하는 것 역시 ‘부당한 배제 행위’로 봤다.

전교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당시 “국가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교사들의 평생에 걸친 교육헌신을 통째로 부정하는 보복행위”라면서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선발한 국제교류 차원의 교원 행사 참여 대상에서도 시국선언 참여 교사를 배제해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가자들을 사실상 교육계 ‘블랙리스트처럼’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한겨레 21>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인선할 때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전교조 법외노조화라는 두 가지 조건을 걸고 수락 여부에 따라 내정자를 결정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했다.

ⓒ 교육희망

<한겨레21>은 교육계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교수를 통해 2014년 6월 김명수 한국교원대 교수가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을 당시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느냐. 전교조 불법화를 하겠느냐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두 가지를 추진한다고 할 때만 후보로 내정하고 아니면 계속 다른 후보로 내려간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겨레 21>은 조심스럽게 ‘당시 정부는 이미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전교조 불법화를 결론내고 이를 추진할 장관 후보자를 물색한 것’이 아니냐는 결론을 냈다.

정부 입장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은 눈엣가시처럼 여겨 ‘불법화’하려던 전교조가 중심이 되어 정부 역점 사업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한 것으로 보복의 대상이 된 셈이다.

전교조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훈·포장 임의 배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입장에 비판적인 교사들에게 불이익과 보복을 가하기 위해 작성된 ‘교육계 블랙리스트’일 뿐”이라면서 “국가 정책에 반대한 이유로 교사들의 평생에 걸친 교육 헌신을 통째로 부정하는 치졸한 보복 행정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시국선언 참가자에 대한 행정처분을 완료한 보수 교육감 지역 교사들까지 훈·포장을 배제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행정처분이 완료된 지역의 추천자는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권위 결정문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 받지 못했다'고 했다.

시국선언 명단이 사실상 교육부 블랙리스트라는 주장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전교조”라면서 “교육부는 공개된 명단을 토대로 징계의결을 요구했고 시도교육청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결정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이 ‘교육계 블랙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권위는 “교육부의 포상 배제 행위가 1회에 그치지 않고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바 시국선언의 단순 가담자에 불과한 교사들에게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징계처분의 요청 또는 포상 등 배제가 계속되어 실질적으로 징계에 준하는 결과가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고용의 영역에서 특정한 사람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도 적시했다.

전교조는 8일로 예정된 교육부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가자 중 2017년 2월 퇴임교사에 대한 훈·포장 제외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덧붙여 지난해 시국선언 참여를 이유로 상훈 대상에서 제외된 교사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교육계 블랙리스트를 즉각 파기할 것도 요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