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이사장 명의로 4일 채용공고... 3월13일 이후 수업 본격화 구상

▲ 문명고 입학식이 열린 지난 2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 대상이 된 한 신입생이 항의하고 있다. © 평화뉴스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연구학교 지정 철회”에 직면한 경북 문명고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연구학교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북 문명고 재단인 학교법인 문명교육재단은 4일 이사장 명의로 역사 과목을 담당할 기간제 교사 1명을 채용하는 공고를 냈다. 공고문은 학교 누리집-공지사항란과 경북도교육청 누리집-정보마당-채용정보란에 올랐다.

 

재단은 공고문에서 내년 2월28일까지를 임용기간으로 역사과목을 담당할 기간제 교사 1명을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기간과 동일하다. 기간제 교사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 문명고 재단이 4일 이사장 명의로 공고한 기간제 교사 채용공고 내용 일부 © 최대현

 

현재 문명고에서 유일하게 역사를 담당하는 서 아무개 교사가 “검정교과서로 수업하겠다”는 뜻을 유지하자 재단과 학교가 자구책으로 기간제 교사 채용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서 교사는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한 이틀 뒤인 지난 달 17일 학교 내부메신저를 통해 “연구학교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 교사는 당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연구학교 본래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면서 “역사교사로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 교사는 문명고가 경북교육청에 제출한 ‘참여형 수업을 통한 국정 고등한국사 교과서의 현장 적합성 연구’ 연구계획서를 담당한 연구부장이었다.

 

문명고 한 교사는 “교장의 거듭된 설득에도, 서 교사는 검정교과서로 수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는 방안을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명고는 지난 1월20일 열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2009교육과정이 적용된 검정교과서인 ㅊ<한국사>를 선정했다.

 

재단과 학교의 바람대로 된다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대상인 1학년 180여명은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에게 수업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다. 공고문을 보면 기간제 교사 최종 합격 발표를 3월13일(월)에 하는 것으로 봐서 이르면 3월14일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을 본격화하겠다는 학교측의 구상이 보인다.

 

- 학생·교사·학부모 반발 여전... 재단·학교 구상 현실화 미지수

 

그러나 재단과 학교의 구상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반발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무보, 교사들이 꾸린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신입생 학부모 2명과 재학생 학부모 3명을 청구인으로, 지난 2일 경북교육청을 상대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취소소송을 대구지방법원에 냈다.

 

이날 예정됐던 입학식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시위로 취소되기도 했다. 대책위는 "학생을 마루타로 삼아 혼란을 부추기며 비교 분석을 한다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학교와 교육청이 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서 재단과 학교측은 시간 강사를 채용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 수업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내정됐던 강사가 “수업을 하지 못하겠다”는 뜻과 함께 출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학교는 현재까지 국정 역사교과서를 신입생들에게 배포하지 못했다.

 

문명고 학부모들은 이날 대구 중앙로에서 열린 ‘박근혜 탄핵 대구시국대회’와 경산시 경산오거리 등에서 ‘국정농단, 역사농단,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즉각 폐기하라’, ‘문명고는 역사교사 97% 반대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철회하라’, ‘전국에서 문명고만 배우는 함량미달 국정교과서 나는 반댈세’ 등의 피켓시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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