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의 10주기가 되는 날인 가운데 노동계, 종교계, 시민사회, 정당 등에서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후 더 이상 이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다는 11,299명의 서명을 전달하려 했지만 삼성 측은 철문을 굳게 닫은 채 받지 않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와 故 황유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를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상성 본관 앞에서 ‘故 황유미 10주기 및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촉구 1만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은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삼성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을 들고 “10년을 기다렸다 삼성은 직업병 문제 해결하라” “삼성은 배제 없는 투명한 보상하라”, “황유미가 지켜본다 삼성은 사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해자들이 삼성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한지 10년이 지났다. 상성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대화의 재개를 요구하며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인지도 500일이 지났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삼성이 이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며 “스스로 강행했던 조정절차를 직접 파기하고, 독단적인 사과·보상을 강행하며, 그 기회마저 내팽개쳤다”고 지적했다.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두 아이 아빠로서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삼성은 거짓말에만 혈안이 돼 있다. 정부가 삼성을 비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부가 나서서 잘못된 일을 강하게 처벌할 때 삼성이 국민을 위해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인 박승렬 목사는 “삼성 직업병 문제는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이라며 “삼성은 최순실에게 말을 사줄 일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아픔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그렇게 깨끗하다는 작업장에서 청춘들이 쓰러졌는지 밝혀야 한다"며 "반드시 삼성 직업병 문제를 국회에서 다시 다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조희주 사회변혁노동자당 공동대표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삼성의 진실한 변화를 원한다. 완전하게 거듭날 것을 준엄하게 요구한다”며 “그 첫걸음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명용지를 전달하기 위해 철문 앞에서 서명용지를 받으라며 촉구하던 중 보안 담당자라고 밝힌 남성이 나와 “담당자가 없다. 제가 대신 받아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반올림 측은 보안 담당자의 말을 납득할 수가 없어 공식적으로 전달하게 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끝내 철문은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