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레미콘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양재두 성진분회장

건설노조 레미콘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양재두 성진분회장이 지난 9일 광화문 열린시민마당 앞 민주노총 농성장에서 개최된 '특수고용노동자 라이브 방송 '사장님 줄게, 노동자 다오!'에 출연해 현장에 대한 사연이 담긴 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잠도 안 자고, 쉬지 않고 36시간을 일해 본 적 있으신가요? 
새벽별 보며 나와서 쉬지 않고 일하고, 늦은 저녁달을 보면서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으려나?” 하고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삼십대 초반, 레미콘 운송을 시작했습니다. 결혼하고 애들도 생기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컸습니다. 그 때 주변에선 말하길 일을 많이 하면 하는 만큼 벌수 있는 자리가 있다고 하여 레미콘 일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직원이 되는 줄 알았는데, 회사는 우리들을 차주님 또는 사장님이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호칭뿐이었습니다. 막상 일을 하고보니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실 겁니다. 당시 건설현장은 해가 뜨면 일을 시작해 해가 지면 일이 끝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은 건설현장의 상황에 따라 레미콘을 운송하게 되는데, 가장 장시간 일해 본 시간이 36시간 연속입니다. 레미콘 회사는 본인들은 대형 건설사에 비하면 을이라는 핑계로, 운송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했습니다, 대형 건설자본이 공사기간이 급하다고 한다며, 밤을 새가며 공사를 진행하면, 레미콘 운송노동자도 같이 밤새워가며 일을 했습니다. 또 대기하라고 하면 집에 가서 쉬지도 못하고 손바닥만한 대기실에서 새우잠을 자다 깨다 하면서 대기만 하다가, 정작 일도 못해 돈벌이도 없이 집에 돌아 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꼭두새벽에 나오라하여 불러내더니 몇 시간이나 대기만 시키고 또 돌아간 적도 무척 많습니다.

98년까지는 레미콘회사가 레미콘 차량을 직접 소유하고 소위 운전기사를 직접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점차 회사 차량을 기사들에게 불하(拂下)하더니 운송노동자들 사장님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그게 독약이 든 성배인줄 왜 몰랐는지... 그렇게 차량을 싼 가격으로 불하한다며 포장하더니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다 빼앗아 간 시절이 그때였습니다. 그 이후 우리는 빼앗긴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여름날에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목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농성도 했는데, 경찰이 도끼나 해머로 농성차량의 유리창을 박살내가며 무자비하게 우리를 연행하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싸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대단한 욕심이 아닙니다. 레미콘노동자로서 우리도 노동자이고 그에 맞는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뿐입니다.  

TV에서 종종 건설현장의 레미콘차량 사고를 보곤 합니다. 건설현장의 사고는 대부분 산업안전보건법을 이행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고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잘 모른다고 덮어씌워서 레미콘운송노동자가 잘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이 나지요. 하지만 어렵게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나서 우리 권리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최근에는 85제도(8시에 일을 시작해서 오후 5시에는 마치는 제도)가 생겼는데, 단결하고 투쟁해서 얻은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되다보니 운송가격도 올라가고 건설사 횡포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사장이라고 불립니다. 매일 레미콘 먼지만 마시며 건강권조차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로서 법적으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를 갖고 싶습니다. 우리 애들은 레미콘 차량을 골뱅이, 깡통으로 부릅니다. 저는 그런 이름이 좋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내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함께 해온 차량입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아파트, 집, 사무실 등 모든 공간 다 저희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콘크리트를 운송하여 건설된 겁니다. 당연히 누려야 되는 노동기본권, 이제 건설기계노동자에게도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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