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현장실습 관련 내용이 미비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학생 중심으로 고민하며 개선 방안 논의 중이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을 취업률로 줄 세우지 않았다. 취업률을 기준으로 돈을 지원하지도 않는다. 현장실습은 교육감의 권한사항인 만큼 교육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지 못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3일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학생 취업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학교 상황이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를 야기한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3일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준비된 좌석은 물론 보조 좌석까지 모두 찰 만큼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 강성란 기자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LG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경과 교섭결과 보고회에 참석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 사건을 “취업률 경쟁에 내몰린 학교,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정부, 성과에 매몰된 기업이 빚어낸 참사”라고 규정하며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된 대안을 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장실습 관련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교육부의 입장은 달랐다. 김홍순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장은 ‘토론문을 제출하면 그것을 교육부 방침이라 여길 수 있다’며 토론문도 제출하지 않은 채 위와 같은 발언을 이어가 참가자들의 빈축을 샀다.

김홍순 과장은 “교육부는 현장실습 학생을 보호하는 방향의 직업교육촉진법 개정과 현장실습 모니터링 시스템을 점검중이다. 현장실습과 과교 연계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반영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온 문제제기를 제도의 문제와 제도 운용 중 발생하는 문제로 구분해야한다. 기업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이 현장실습의 문제인지 기업의 문제인지는 분리해서 지적해야한다는 말이다. 오늘 토론회에서 지적한 모든 부담을 없애려면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것이 맞지만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면서 △교사 대상 노동인권교육 강화 △노동인권교육 강화한 교육과정 개정 △특성화고 교원 지원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 전교조 법률팀 이종희 변호사는 파견형 현장실습이 필요하다면 이 내용을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 아닌 교육관련 법령에 그 목적과 운영방안, 안전과 보건기준 등을 명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 강성란 기자

하지만 제도 문제와 제도 운용상 발생하는 문제를 따로 떼어두고 바라봐야 한다는 교육부 담당자의 발언에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현장실습생이 성희롱에 노출되는 이유는 현장실습생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비정규직 기간제로 채용된 학생들은 (취업률 등을 이유로)학교로 돌아가지 못한다. 졸업 후엔 현장실습 당시의 열악한 노동조건 그대로 취업하기도 한다. 대안 없는 폐지 주장이라고 하는데 반대로 묻고 싶다. 나쁜 고용 구조를 지탱하는 현장실습을 왜 대안도 없이 유지하려고 하는지. 실제 현장실습생이 죽어나가는 현실에 집중해서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지역에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는 토론회 참가자도 “현장실습 중 일어난 성희롱 사건으로 복교한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학교가 ‘취업률을 낮춘 너희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훈화 교육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취업률 경쟁으로 학생 피해가 나타나는 현상을 현장 실습 문제와 어떻게 분리시켜 생각하라는 것인가. 교육부는 실제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취업률 경쟁 무력화를 위한 방안 고민은 하고 있나?”라는 물음으로 교육부를 비판했다.

“파견형 현장실습 중단 촉구 입장과 제도를 개선해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당장 2학기 현장실습을 앞두고 있는 교육부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교육부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한 안지혜 민변 변호사도 “스무 곳이 넘는 학교에 노동인권교육을 하고 싶다고 연락했지만 취업률 떨어진다며 거절한 학교들이 대다수였다. 노동인권교육 강화를 넘어 의무화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백종현 청소년유니온 위원장도 “교육부가 취업률 경쟁이 없다고 하니 그럼 교사들이 선의로 취업률 경쟁을 하고 있는 학교의 현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업체에 인질로 잡혀있으니 성희롱도 일어나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현장실습 제도 현황과 문제점은 물론 법률적 개선 방안도 함께 제안됐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의 법률적 문제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전교조 법률팀의 이종희 변호사는 “현재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현장실습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에 규정되어 있다”면서 “현장실습이 교육과정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이나 수시로 변경되는 교육과정 고시에 그 내용을 넣을 것이 아니라 현장실습의 목적, 운영 방안, 안전과 보건기준을 교육관련법령 안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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