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재판 선고…“신의칙 불인정. 기아차, 4,223억 원 지급”
법원, “마땅히 줄 임금 이제야 주면서 경영 중대 위협 주장 부적절”

8월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과 소송을 수행한 김기덕, 송영섭 변호사 등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노조 정책실 제공

법원이 재벌과 경영계가 통상임금 범위 축소를 위해 호소와 협박을 일삼으며 매달린 완성차 통상임금 논란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8월 31일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 2만7천424명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일비를 제외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이며, 이는 신의칙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못 박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비는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했다.

법원은 기아차지부 조합원이 청구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미지급 임금 원금과 이자를 합친 1조926억 원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원금 3천126억 원과 지연이자 1천97억 원 등 모두 4천223억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사실은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기아차가 주장한 ‘신의성실 원칙’ 위반과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해당 기간에 기아차가 매년 1조 원에서 16조 원의 이익을 거두는 등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당기 순손실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면서 중대 위협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통렬히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그룹, 5천4백여 개 협력업체, 자동차산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결국 피고가 해외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모두 이전할 경우 한국 경제 전체에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가정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해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근 사드 보복과 미국 통상압력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사실이 보이나 피고가 이에 관한 명확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하고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의 위태는 모두 모호하고 불확정적인 내용으로 피고의 신의칙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어 “이번 통상임금 소송분은 그동안 정부의 위법한 행정지침을 등에 업고 자본이 부당하게 착복한 노동의 대가”라며 “체불한 노동의 대가를 당장 지급하라”라고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영위기를 들먹이는 교섭 회피와 파행을 즉각 중단하고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하라”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6월부터 노조가 제안한 현대기아차그룹과 사회적 교섭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밝히며 현행법 준수와 판결 이행을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

기아차지부 역시 보도자료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은 통상임금 해결 방안을 즉각 제시하고 불법파견 비정규직, 일감몰아주기, 원하청 불공정거래, 하청업체 노사관계 지배개입 등 문제를 해결하는 재벌개혁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사측은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 안을 제시해야 하고, 이를 계기로 미래지향 노사관계와 산업 평화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아차지부 정책실장은 “다음 주 2017년 교섭을 재개해 판결에 따른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통상임금 정상화 등을 포함해 임기 내에 최선을 다해 올해 임금교섭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실장은 이후 재판과 관련해 “판결문을 분석한 뒤 대의원대회에서 항소 여부와 2014년 11월부터 발생한 통상임금 미제기분 소송까지 어찌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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