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20대 국회 우선 입법 법안 선정 발표

학교 회계비리를 저지른 직원이 아닌 비리 제보 교사를 파면하는 등 논란이 된 동구마케팅고 법인 이사 전원을 해임한 서울시교육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공공성을 추구해야 할 사학을 법인 소유로 인식하는 사학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 시급하게 입법화해야 할 교육 관련 법안으로 사학법 개정안을 꼽았다.

민변 개혁과제실천과감시 TF(민변 TF)는 지난 16일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에 대한 검토 결과 가장 시급하게 입법 혹은 입법 저지해야 할 법안 77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교육관련 법안의 대부분을 사학법 개정이 차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변 TF가 제안한 사학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사학의 교원 징계 권한 시도교육청으로 이양 △관할청에 사학 이사회의 임원 취소 승인 권한 부여 △사학 재단 해산 시 재산 국고 귀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동구마케팅고, 양천고, 하나고 등 학교 비리를 내부 고발한 교사의 파면‧해임 징계를 결정한 것은 사학법인 내에 꾸려진 교원징계위원회였다. 반면 학교급식 비리 등이 드러난 충암고의 경우 행정실장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았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은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를 위한 교원징계위원회를 시도교육청 혹은 교육지원청에 두고 위원 위촉 역시 교육감이나 교육장이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학교법인 이사나 해당 학교 교원은 이사에서 제외시킨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민변 TF는 “사립학교가 국공립학교에 비해 교육청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것은 실제 징계 권한이 해당 학교 법인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사학법상 교원징계위원회는 비위 교원을 감싸주거나 피해자를 우롱하는 처분을 하는 등 부정행위를 옹호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립이라 하더라도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며 공공성을 지닌 교육기관의 기능을 하는 만큼 관할청의 지도 감독을 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말로 조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학교 법인 운영권을 법인의 재산권으로 인식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안도 눈에 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사학법 개정안은 이사회의 의결 사항 중 이사장 임면에 대한 의결 정족수를 강화하고 임원 선임에 대한 관할청의 승인을 엄격하게 하는 한편 금품수수 등 부정한 방법으로 임원이 되었을 경우 임원 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변 TF는 “학교 법인 운영권을 획득한 뒤 유상 양도하는 것은 학교 법인 운영자들로 하여금 영리획득에 몰두하도록 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학교법인을 유상으로 양수한 자가 그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학교법인에서 배임이나 횡령을 자행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된다”는 말로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교법인이 해산할 경우 잔여 재산을 국고로 귀속하도록 하는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 발의안 역시 신속처리 해야 할 안건으로 꼽힌다. 학교 해산 시 잔여 재산을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하는 현행 사학법은 교비 횡령 등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경영자 등이 이해관계가 있는 학교 법인을 잔여재산 귀속자로 정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남대 폐교 사태가 이를 방증한다. 서남대 폐교 과정을 살펴보면 설립자인 이홍하 씨가 333억원의 교비를 횡령했고 임금체불액을 포함한 부채는 187억원에 달했지만 서남대가 폐교하면 정관상 잔여 재산을 물려받는 곳은 이홍하 씨가 설립한 또 다른 대학법인인 학교법인 신경학원 또는 서호학원이다.

교육시민단체들은 사학의 자주성과 동구학원 임원들의 권리 침해 등의 이유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의 동구학원 임원 승인 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낸 재판부에 제출할 '동구학원 정상화 촉구 서명(https://goo.gl/cX9cQk)'을 진행하는 한편 오는 9일에는 동구학원 비리사학 복귀 저지를 위한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여는 등 사학의 공공성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변 TF는 사학법 개정 이외에도 청소년 선거 연령을 낮추기 위한 관련 법 개정 역시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지방교육자치법을 개정해 학생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육 정책을 관장하는 교육감 선거권 부여 연령을 16세 이상으로 낮추고, 공직선거법을 바꿔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현행 19세로 되어있는 선거연령을 18세로, 25세 이상으로 제한된 피선거권 연령은 19세 이상, 선거운동이 가능한 연령을 19세에서 14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역시 입법화가 시급한 법안으로 꼽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의 내용을 담은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 역시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만큼 법안통과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민변 TF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촛불시민들의 민주주의 요구가 드세게 불고 있음에도 국회는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개혁적 입법안을 거의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른 흐름이 계속된다면 국회는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