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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믿고 현장에서 민주노조 기풍 이어가야해직공무원 이병하 인터뷰
  • 노동과세계 이승애. 사진: 정지현(공무원U신문)
  • 승인 2017.11.2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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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날도 쌀쌀해지는데 해직선배님들의 건강이 늘 걱정 됩니다. 건강은 좀 어떠신지...

● 해직자 중엔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정신적 우울증 등으로 힘들게 지내는 분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나마 건강이 좋은 편인데 김두관 도지사의 중도 사퇴로 본의 아니게 야권연대에 의한 도지사 보궐선거에 나갔다가 그때부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는데 그래도 전 다른 분들보다는 건강한 편에 속하죠.

2004년 총파업 당시 해직되셨다고 들었는데 그때 말씀 좀 해주세요.

● 2002년 연가 파업때 구속이 되는 바람에 서울구치소 생활을 했었고 2004년 경남본부장 재임때 총파업 주도 및 동참으로 해직이 됐습니다. 최종 대법원에 의한 해직 선고는 2004년 10월인데 80년 1월 공직에 들어온 이후 24년 10개월 만의 해직이었던 거죠. 대한민국 건국 이래 공무원 총파업이라는 자체가 국민들을 많이 놀라게 했었고 사회과학서적 한 권도 보지 못한 공무원들에겐 정치적 자각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길게는 13~14년의 해직생활을 겪고 있는 136명의 해직자들이 지금까지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많은 희생이 뒤따랐던 2004년 총파업이 제대로 된 역사의 평가를 받으려면 우리 공무원노조가 진보운동에 성큼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공무원 노동자가 역사발전에 복무하는 길이죠.

최근 쌍용자동차 해고자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 히어로’라는 영화가 상영 중인데요. 아이의 시선을 통해 ‘노동’이나 ‘해고자’의 문제를 평범한 우리 시대, 우리 가정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는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혹시 영화를 보셨나요?

●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얘길 들으니까 2004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분신 당시 조문을 하기 위해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조문을 갔는데 입구에서 노동자들이 각목 등을 들고 서있어서 굉장히 살벌하더라구요.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도청에서 왔다고 했더니 도청에서 왜 왔냐고 입구를 막아서는 거예요. 우리도 최근에 노조를 만들었고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조문을 온 거라고 얘기했더니 내부에서 갑론을박하다가 결국 조문을 시켜준 거죠. 우리 사회엔 아직 공무원에 대한 불신풍조가 많이 있어요.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된 후유증도 크고 공무원, 경찰 등은 국민들한테 대단히 나쁜 이미지로 각인돼 있는 이유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영화 ‘안녕 히어로’는 우리 사회 곳곳에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삶 속 애환과 고통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천만 비정규직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에 적극 다가가야 합니다. 구청이나 동으로 찾아오는 민원인들도 힘들게 살아가는 민중들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해방 이후 국민들에게 각인된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청산하려는 노력들이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적극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13년의 해직기간 중 가장 힘드셨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 가정사나 개인사로 힘든 건 제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우리가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목표로 공무원노조를 만들었는데 일부 지부에선 자치단체장과 결탁해서 노조를 팔아먹고 조직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을 볼 때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총파업에 안 나서고 조용히 살았으면 지금쯤 부단체장이나 국장이라도 되었을텐데 라는 주변의 아쉬움도 있지만 사실 그런 건 조금도 억울하지 않습니다. 해직동지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세워온 공무원노조가 온전히 제 갈 길을 가고 사회역사발전의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11월 11일 총궐기대회에서 5000여명의 조합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약속이었던 ‘해직자 원직복직과 설립신고, 정치기본권 보장, 성과급제와 성과연봉제 폐지’를 즉각 이행하라고 외쳤습니다. 노동조합의 역량은 조직된 조합원 대중의 힘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느꼈구요. 해직자 원직복직 등 조직의 핵심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현장간부들은 어떤 관점과 역할을 지켜나가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 유럽 등 외국사례와 비교하면 공무원노조 출범은 100년 정도 뒤처져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은 만큼 공무원노조 간부들이 학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학습하지 않으면 어용노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조 정신이 무엇인지 간부들이 좀 더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주체 역량 강화를 위해선 노동조합 내 학습하는 기풍이 폭넓게 자리 잡혀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조직 내 설립신고와 해직자 원직복직 문제 관련 우선 순위 논쟁이 있는 것 같던데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이란 많은 조합원들의 결집된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낡은 것을 타파해나가는 조직입니다. 앞에 선 간부들의 희생도 있어야 하겠지만 나만 앞서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현장 그리고 많은 조합원들과 함께 보폭을 맞춰서 걸어가야 합니다. 현재의 해직자 원직복직과 설립신고 우선순위 논쟁은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문제입니다. 저는 우리 조합 지도부가 설립신고를 먼저 한다고 해도 해직자들을 버린다고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공무원노조 역사 속에서도 조합 지도부가 해직자들을 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리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설립신고를 통해 노동조합의 힘이 더 커지면 조직이 해직자들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이 더 튼튼히 갖춰진다고 봅니다. 조합 지도부를 믿고 현장과 함께 민주노조 기풍을 이어가야 합니다. 지도부가 장고 끝에 결정한 사안이 있으면 합심해서 단결된 모습으로 떨쳐 나갔으면 합니다. 해직자들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연대단체에서 모범적 활동을 펼침으로써 국민들의 인정을 받고 해직자 복직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비서실장 재임 당시 손에 피를 묻혔던 일이기에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합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공무원노조의 해직자 원직복직과 설립신고를 반대하는 수구보수세력이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가 일치단결된 힘으로 함께 가야만, 국민들도 우리를 돌아봐줍니다. 내부적인 조직 역량을 튼튼하게 세워야 우리 목표도 이룰 수 있습니다.

최근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공무원‧교원의 정당 후원‧정당 가입뿐 아니라 ‘정치운동 금지’와 ‘집단행위 금지’ 조항 등을 삭제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을 포함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공무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의 필요성 여부를 논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은 대단히 후진적인 사회입니다. 입에 담기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독일 사례를 들면 정치인 60%가 교사와 공무원들입니다. 행정체계와 예산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 일선에 들어가면 국민들을 위해 일을 더 잘 합니다.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진출을 막기 위해 기존 정치권이 방어막을 친 것은 아닌지...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기본권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천부적인 인간의 권리입니다. 교사와 공무원에게도 정치기본권이 하루 빨리 전면 보장되어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국민의 이익에 복무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적극 발굴하여 법률로써 입안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의 정치 활동 참여는 좋은 세상을 앞당기는 시너지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조직의 결정사항에 충실히 복무하시다 희생되신 해직 선배님들께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희생동지들을 조직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기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듯이 머지않아 해직선배님들의 원직복직이 실현되는 그날이 꼭 오리라 믿습니다. 힘내시구요. 마지막으로 현장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해직은 됐지만 전국에 있는 조합원들의 조합비 납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직동지들은 공무원노조 창립정신을 지키고 이 땅의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해직생활이 힘들긴 하지만 훗날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준다면 결국 승리는 우리의 것입니다. 제 선택에 결코 후회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공무원노조는 유럽에 비해 100년 정도 늦었습니다. 15년 전 누군가 결단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공무원노조는 없었을 겁니다. 앞서 간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공무원노조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론 공무원 조직사회의 부조리를 개선하면서 전체의 힘으로 한국사회 노동운동의 역사를 쓰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공무원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민중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공무원노조 또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일치단결된 힘으로 조합 지도부를 믿고 함께 나아간다면 꼭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 길에 저도 작은 힘 보탰으면 합니다.

노동과세계 이승애. 사진: 정지현(공무원U신문)  upubli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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