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금제 철폐와 완전월급제 실시를 요구하며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올라 209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북택시지부 김재주 전 지부장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택시노동자 김재주(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가 택시노동자의 장시간 노동 개선과 승객 안전을 위해 택시 전액관리제(월급제) 도입을 요구하며 전주시청 앞 조명등에 올라간 지 209일째인 3월 31일, 전국 각지의 노동자·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전주로 모여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며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월급제로 안전택시!” “전주시는 전액관리제 시행하라!”, “힘내라 김재주!”
1,500명 탑승객, 전주 한옥마을 거닐며 시민들에게 알려
이날 모인 1,500여명의 노동자, 시민들은 전주시청 광장에서 출발해 한옥마을과 풍남문을 거쳐 다시 전주시청 광장으로 행진하며 전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납금제로 인해 과로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의 현실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액관리제 도입의 필요성을 알렸다.

“힘내라 김재주”, “안전한 택시 우리가 만들자”, “총알택시 NO!, 안전택시 YES!”라고 적힌 만장을 든 택시노동자들과 풍물패, 택시 10대가 선두로 나서고 전국에서 모인 민주노총 가맹조직 조합원과 진보정당, 노동·시민단체가 그 뒤를 따랐다. 봄놀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거리는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한 행진 대오는 준비한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김재주 동지에게 힘 주려 왔는데, 힘 받고 돌아간다” 행진 뒤 전주시청 광장에서 문화제
행진을 마치고 돌아온 전주시청 광장에서는 문화제가 열렸다. 조명탑 위에 선 김재주 지회장은 “이렇게 오신 동지들, 우리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손 한번 흔들어보자”며 전국에서 모인 탑승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재주 지회장은 “2014년 전액관리제 실시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다. 600일이 넘는 천막농성으로 합의를 끌어냈지만, 시장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사업주의 편만 들면서 또 다시 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사표를 냈다. 이제 누구에게 요구해야 하나”며 김승수 전주시장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시장이 당선될지 모르나 앞으로도 한참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전국에서 모인 동지들이 힘을 모아 주셔서 우리는 이를 계기로 또 다른 투쟁을 이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은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진정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면, 택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해결해 김재주 동지가 더 이상 몸 상하지 않고 안전하게 동지들 품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그때까지 반드시 여러분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노동은 국민의 편리하고 안전한 손과 발이다. 이것이 공공운수 노동자의 자부심이다. 이것은 또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 행복추구라는 헌법상의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택시노동자들은 이런 책무를 못 한지 오래 되었다. 하루 12시간, 한 달 20일이 넘는 노동에 안전사고는 늘어만 간다”며 사납금제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이야기했다.

또한 “이미 20년 전에 전액관리제 법안이 채택됐지만 법보다 위에 있는 지침 때문에 사납금제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이 자리에 모였고, 김재주 동지는 전주시가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올라가 있다. 우리의 투쟁은 너무나 정당하다. 김재주 동지의 승리는 시민안전을 확보하고 노동자 권리 보장받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온 희망버스 탑승객들의 연대발언, 이소선 합창단,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몸짓패 등의 문화공연과 연대 단위의 투쟁기금 전달식이 있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들의 노래 공연과 희망버스 기획단의 몸짓으로 문화제는 끝을 맺었다.

 

사납금제로 인해 과로와 과속으로 내몰리는 택시노동자
택시노동자와 시민의 안전 외치며 고공에 오른 김재주
김재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은 지난해 9월 4일 새벽에 전북 전주시청 광장에 세워진 조명등에 올라갔다. 택시노동자를 저임금과 과로로 병들게 하고 시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택시 사납금제가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 그를 고공에 오르게 했다.

사납금제란 택시 노동자가 하루 16만원 안팎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운행 수익을 가지는 방식이다. 사납금을 채우고 나서야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택시 노동자들은 많게는 하루 16시간 동안 택시를 몰아야 한다.

이는 승객의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택시 중 법인 택시는 8만 9천여대로 16만 4천여대인 개인택시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법인택시(15,690건)가 개인택시(6,148건)보다 심각하다. 사납금제로 인해 법인택시 노동자들이 과로와 과속 운전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이런 격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사납금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1997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택시 노동자가 모든 수익을 납부하고 사업주가 이를 관리해 급여를 주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되었지만 사업주의 반발과 법률 미비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당시 개정안은 택시노동자가 받은 운임 전부를 사업주에게 납부하도록 했고, 국토부는 훈령을 통해 사업주가 사납금 등을 받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택시업체를 관리하는 지자체들은 사업주의 반대로 도입을 미루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용역을 통해 표준안을 만들어 전액관리제를 이행하기로 택시노동자와 택시업체, 전주시는 2016년 초 합의한 바 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최종안을 확정하고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사측은 영업이익 손실을 이유로 전액관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시행에 책임이 있는 전주시 또한 사측의 입장을 편들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지부장은 이날 문화제에서 “김재주 동지가 209일 동안 고공에 올라 요구하는 것은 전주시가 책임지고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서 노동자도 시민도 안전하게 택시를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김승수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시기에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서울 경기 희망버스, 평택 쌍용차 공장 앞에서 김득중 지부장 응원 집회
김득중 지부장 "물러서고 싶지 않다. 우리는 또다시 일어나 무언가를 만들 것"
한편 서울, 경기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전주 일정을 마무리한 뒤 쌍용차 평택공장 앞에서 31일째 단식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을 응원하고 쌍용차 해고노동자 130명의 전원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득중 지부장은 희망버스 승객들을 만나 "상당히 많은 분들이 염려해 주신다. 지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선택이 사실 이것 밖에 없었다. (동지들을) 마음 아프게 하려고 단식하는 것이 아니라, 힘 내서 끝내자고 하는 것이다. 지금 회사와 평행선이다. 저도 물러서고 싶지 않고, 쌍차 동지들도 그렇다. 우리가 구걸하듯이 교섭을 하자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단식이 끝이라고 보지 않고 지난 9년동안 우리는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무엇인가를 만들었다. 그렇게 달려왔다. 단식도 그 연장선"이라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2~3일전부터 깊이 고민하고 있다. 이후 결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제가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쌍차 동지들은 또 무엇인가 승리를 위해서 해 나갈 것이다. 응원해주고 함께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슬퍼해주셨던 여러분들, 사랑한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라"고 말했다.

고공농성장 밑으로 전북택시지부의 요구안이 적힌 현수막이 달려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 시민 등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행진에 앞서 전주시민들에게 보일 플레시몹 율동을 연습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공공운수노조 전북택시지부를 비롯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전주시청 광장에서 출발해 한옥마을을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북택시지부 요구안이 적힌 만장이 바람이 나부끼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행진하며 전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사납금제로 인해 과로에 시달리는 택시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209일간 고공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택시노동자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주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전주 한옥마을에서 전주 시민과 관광객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주시청과 택시사업주, 노조가 전액관리제를 합의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전주시청을 규탄하면서 행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주 시민들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선전물을 받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2019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재주 전 지부장을 응원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제작한 택시조형물과 택시노동자들이 직접 운전하는 택시차량 10대가 줄지어 행진 선두에 서서 택시노동자들의 싸움을 알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김재주 전북택시지부 전 지부장이 209일째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서 고공농성을 단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국에서 1,500여 명의 노동자, 시민 등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문화제를 개최하면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국에서 1,500여 명의 노동자, 시민 등이 209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김재주 전 지부장을 응원하는 문화제를 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손흔들며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김재주 전 지부장.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주시청 앞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택시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투쟁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차광호 지회장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파인텍지회 2명의 노동자가 김재주 전 지부장을 응원하는 메시지가 적힌 손수건을 전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북택시지부 조합원들이 무대에 올라 희방버스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택시진군가를 부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단식 31일째를 잇고 있는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을 만나러 가기위해 평택으로 향하기 앞서 김재주 전 지부장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전북택시지부 조합원들이 평택으로 향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31일재 단식을 잇고 있는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이 김재주 전북택시지부 전 지부장의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김득중 쌍용차지부 지부장과 조합원들을 응원하는 '희망버스 마무리마당'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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