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조, 인천공항서 신규 입국한 이주노동자 권리찾기 홍보 캠페인
“현장에서 어려운 일 있으면 이주노조로 연락달라” 주문

이주노조가 2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코리안 드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입국한 고용허가제(EPS)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리를 알리고, 한국에서의 권리구제방안을 설명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코리안 드림이라는 꿈을 안고 한 달에 1~2회 고용허가제(EPS) 이주노동자들이 인천공항에 신규 입국하고 있다. 한국 땅을 밟은 이들은 농축산업, 제조업, 건설업 등 한국사회 곳곳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아직 이들을 온전히 품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조직인 이주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의 입국 소식이 전해지면 맨 먼저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리를 알리고, 한국에서의 권리구제 방안을 설명하는 선전전을 한다.

24일 네팔에서 7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입국했다. 농축산업 분야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이다. 오전 06시 40분 경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 게이트에서 빨간 모자를 쓴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줄지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한국 인천공항까지 7시간 30분 장시간 비행으로 지친 모습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모습도 보였다. 몇몇 이주노동자의 이마에는 축복을 상징하는 ‘띠까’라고 부르는 빨간 점이 보였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건강히 잘 다녀오라며 선물한 스카프가 매져 있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과 섹알마문 수석부위원장, 박진우 사무차장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네팔 이주노동자들에게 여느 때와 같이 물과 이주노조 명함, 편지 글이 담긴 우편 봉투를 건넸다. 

이주노동자들은 즉석에서 목을 축이고 봉투에 담긴 편지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 앞에 선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10분 남짓 시간동안 조금이라도 더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리에 대해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편지글에는 “이주노동자도 한국의 현지 노동자와 같이 노동3권이 적용된다. 2015년 이주노조가 합법화 됐고, 이주노동자가 안전하고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외치고 있는 것이 고용허가제 폐지, 노동허가제 도입이다. 이주노동자들도 사업장 변경과 선택에 자유가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그 권리를 주지 않고 있다. 노동허가제를 위해 이주노조에 가입해서 투쟁하자. 지난 몇 년간 비판 받아왔던 산업연수생제도가 한국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폐지됐다. 항상 차별받으며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누릴 노동자의 권리 실현 속에서 일할 의무가 있다. UN에서도 이주노동자 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고, ILO협약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는 노동조합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 이주노조는 ‘사업장변경 자유 보장’, ‘고용허가제 폐지’, ‘근로기준법 63조 폐지’, ‘단속추방 중단’, ‘노동 3권 보장’, ‘숙식비 강제징수지짐 폐지’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과 대면한 후 이주노동자들은 교육받는 장소로 이동했다. 이들은 농업중앙회 교육장에서 3일 동안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직접 사업장으로 인도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주노조는 이들 이주노동자들을 사업장으로 보내면서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의 계약 기간은 3년인 경우가 많은데, 2~3달 사이에 사업장의 고된 노동과 열악한 처우로 인해 사업주와의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농축산업 관련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난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와 같은 임시거주 시설을 제공하면서 숙식비와 공과금 명목으로 월 20~30만 원씩을 임금에서 삭감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화재나 감전의 위협에 불안해하면서 살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기숙사에 잠금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성희롱, 성추행의 위험에 시달리기도 한다.

네팔에서 온 한 이주노동자는 “가족을 위해 돈을 많이 벌고, 3년 기간 동안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바라며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한국에 100만 명이 넘고 있고, 요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은 제도뿐만 아닌 인권,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허가제가 실시된 지 14년이 됐고, 그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 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투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자들의 권리보다는 사업주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사람이기에 좋은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사업주 입장만 대변하지 말고 이주노동자를 위한 기숙사를 만들어야 하고, 왜 이주노동자들이 이렇게 투쟁하고 있는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노동자는 한국 사회의 최하층 노동자로서 기본적인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꿈을 꾸며 왔던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폭력적 단속과정에서 다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전 06시 40분 경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 게이트에서 빨간 모자를 쓴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줄지어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밀며 걸어 나오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신규 입국한 고용허가제 네팔 이주노동자들에게 물을 건네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장시간 비행으로 말랐을 목을 축이고 있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 노동과세계 변백선

 

코리안 드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입국한 고용허가제(EPS) 이주노동자들이 이주노조에서 건낸 편지를 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이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코리안 드림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입국한 고용허가제(EPS)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과 노동자 권리를 알리고, 한국에서의 권리구제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 ⓒ 노동과세계 변백선

 

이주노조와 고용허가제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농업중앙회 교육장으로 향하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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